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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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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정체 - 아서 코난 도일 (박진배 옮김, 동해) 아서 코난 도일 - 신랑의 정체 (셜록 홈즈의 모험, 1892년) "이보게, 왓슨." 셜록 홈즈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베이커가의 하숙집에서 벽난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인생은 인간이 지어낼 수 있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무한히 기묘하다네. 낡은 일상이 상상의 세계를 능가하지. 만약 우리가 손을 잡고 저 창밖으로 날아가서 이 도시의 하늘을 돌며 슬그머니 지붕을 걷어내고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엿볼 수 있다면, 예컨대 기막힌 우연의 일치, 저마다의 꿍꿍이와 음모, 동상이몽,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의 연쇄가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되면서 기상천외한 결말에 이르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면, 결말이 뻔하고 판에 박힌 소설 따위는 더없이 진부하고 재미없을 거야." "아니, 내 생각은 달.. 2024. 2. 12.
사랑에 빠진 악마 - 자크 카조트 (최애영 옮김, 열림원) 자크 카조트 - 사랑에 빠진 악마 (1772년) 내가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나폴리 왕립 근위대에 대위로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는 동료들끼리 많이 어울렸는데, 젊은이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주로 여자와 도박으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돈주머니가 충분히 두둑한 때에 한해서였다. 돈이 다 떨어졌을 때면 우리는 병영에 남아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서로 잘난 체하며 떠들어대곤 하였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군밤 몇 개와 아주 작은 키프로스산 포도주 한 병을 놓고 온갖 종류의 추론들로 에너지를 소진시키던 무렵, 우리의 대화는 우연히 히브리 신비철학과 그 비법을 행하는 강신술사들에 관한 토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p.9)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카발라, 히브리 종교철학 - 아돌프 프랑크 (.. 2024. 2. 12.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김명숙 옮김, 좋은생각) 알퐁스 도데 - 마지막 수업 (1871년)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몹시 늦었다. 그래서 야단맞을 일이 걱정되었다. 아멜 선생님이 분사 문법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나는 분사 문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순간 수업을 빼먹고 들판이나 쏘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p.8) 여러분, 이것이 내가 여러분과 수업을 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모든 학교에서는 이제부터 독일어만을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습니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오실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듣기 바랍니다. (p.11) 알자스-로렌 지역은 921년부터 신성 로마 제국에 속했으나, 1600년대 초반부터 독일 내에 3.. 2024. 2. 11.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 고트프리트 뷔르거 (한미희 옮김, 비룡소) 고트프리트 뷔르거 -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1785년) 얘들아! 보다시피 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셋이 날 찾아왔거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말이야. 바로 내 여행 이야기지. 이렇게 모일 때면 늘 그렇듯이, 우리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면서 배가 불룩한 술병을 계속 기울이고 있어...(p.7)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조금도 뻐기지 않고 하고 있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프라이팬이 없어서 넘치는 사냥감을 지글지글 볶지는 못했단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 항상 뭔가 모자라는 법이지. 이를테면 내 이야기가 백 퍼센트 사실뿐이라서 재미가 조금 없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자 내 친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 있지. 깐깐한 안토니우스가 말.. 2024. 2. 9.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 스콧 피츠제럴드 -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1922년) 존 T. 언저는 하데스에서 잘 알려진 가문 출신이다. 하데스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작은 도시로, 이 가문은 그곳에서 여러 세대를 살아왔다. 존의 아버지는 여러 열띤 대회들을 거쳐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 되었다. 어머니 언저 여사는 '몸이 뜨거우면 행동도 뜨겁다.'라는 그 지역의 속담처럼 정치 연설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젊은 존 T. 언저는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되었고, 긴 바지를 입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뉴욕에서 유행하는 모든 최신의 춤을 다 추어보았다. 그리고 이제 얼마간 집을 떠나 있을 것이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교육은 다른 모든 지방에는 독이어서, 각 지방의 가장 촉망받는 젊은이들을 해마다 빼앗아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존의 .. 2024. 2. 9.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김태희 옮김, 혜원출판사) 찰스 디킨스 - 위대한 유산 (1861년) 아버지의 성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는 '핍' 이상 더 길거나 분명하게 발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핍이라고 불렀고,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불렀다. 아버지의 성이 피립이라는 사실은 아버지의 묘비와 누나의 말에 근거를 둔 것이다. 누나는 대장장이와 결혼하여 조 가저리 부인이 되어 있었다. 내겐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사진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한 상상은 엉뚱하게도 부모님의 묘비를 보며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비석의 글자 모양을 보고 나는 아버지가 네모난 얼굴에 체구는 건장하며, 살결은 검은 편이고, 검은 고수머리였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조지아나 부인 역시 여기 잠들다.. 2024. 2. 5.
푸른꽃 - 노발리스 (신영환 옮김, 종이나라) 노발리스 - 푸른 꽃 (1802년) 하인리히의 부모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벽시계의 째각거리는 소리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고, 이따금 불어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그리고 밝은 달빛이 간간이 방으로 새어 들어왔다. 하인리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열망을 불러일으킨 것이 과연 값진 일일까?" 그는 중얼거렸다. "내겐 큰 욕심도 없어. 그렇지만 한 번만이라도 푸른 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이런 생각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군.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글로 쓸 수도 없단 말이야. 이런 마음은 처음이야. 마치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선잠이 든 채 다른 세계에 다녀.. 2024. 2. 2.
말괄량이 길들이기 -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연구회, 아름다운날) 셰익스피어 - 말괄량이 길들이기 (1592년) 페트루치오: 여기서 기다릴 테니 보내주시지요. 오기만 해봐라. 악담을 한다고? 그럼 나는 나이팅게일처럼 노래한다고 말해야지. 인상을 쓰면 이슬을 머금은 장미처럼 싱그럽다고 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으면 심금을 울리는 웅변이라고 하고, 냉큼 꺼지라고 하면 오히려 더 머물라고 한 것처럼 고맙다고 해야지. 청혼을 겆러하면 언제 결혼식을 올릴 것인가 날짜를 물어보고. 마침내 오는구나. 케이트 양, 이름을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카타리나: 듣긴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군요. 사람들은 날 카타리나라고 부르죠. 페트루치오: 그럴 리가요. 사람들은 모두 케이트라고 부르던데. 어떨 때는 여장부 케이트라고 부르고, 어떨 내는 말괄량이라고 부르더군. 그렇지만 이봐.. 2024. 1. 3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루이스 캐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85년) 앨리스는 강둑 위에서 할 일도 없이 언니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몹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흘끔거려 보았지만 책에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었다. 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귀찮기는 하지만 일어나 데이지를 꺾어서 화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말이다. 날씨가 더워서 앨리스는 아주 졸리고 멍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눈이 빨간 흰 토끼가 옆을 달려갔다. 그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앨리스는 토끼가 혼자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을 때도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돌이켜 보고야 앨리스는 이 일을 이상하게 여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2024. 1. 30.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솔) 오주석 - 오주석이 한국의 미 특강 (2003년) 목차 1. 초인적인 사실성 - 송하맹호도 2. 소재와 의미의 다양성 - 황묘롱접도 3. 이상적 진경산수 - 소림명월도 4. 따스했던 인간성 - 포의풍류도 5. 흔들림 없는 주체성 - 선동취적도 6. 시서화악의 풍부한 교양 - 주상관매도 7. 섬세한 감성 - 마상청앵도 8. 기지 넘치는 해학성 - 해탐노화도 9. 국가를 위한 봉사 - 시흥환어행렬도 10. 군주를 위한 작품 - 월만수만도 11. 풍속화의 진실성 - 씨름 12. 예술과 종교의 만남 - 염불서승도 ............................................................ 그림은 크고 작은데 일정한 거리에서 본다면? 이건 엉터리입니다!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2024.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