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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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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 미야자와 겐지 (이경옥 옮김, 사계절) 미야자와 겐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932년) 구스코 부도리는 이하토부라는 북쪽 지방 현의 큰 숲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구스코 나도리라는 유명한 나무꾼으로, 아무리 거대한 나무도 마치 갓난아기 넘어뜨리스 너끈히 베어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도리에게는 네리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둘은 날마다 숲에서 놀았습니다. 아버지가 쿵쿵거리며 나무를 베는 엄청난 소리가 겨우 들릴 만큼 먼 곳까지도 갔습니다. 부도리와 네리는 그 곳에서 나무딸기 열매를 따서 샘물에 담그기도 하고, 하늘 쪽에 대고 번갈아 가며 산비둘기 우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구구 하고 졸린 듯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집 앞의 작은 밭에 보리를 심을 때면 부도리와 네리는 길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양철깡통.. 2024. 1. 28.
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유은경 옮김, 향연) 이런 꿈을 보았다 목차 만개한 벚꽃 나무 숲 아래 (사카구치 안고)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쥐 고개 (모리 오가이) 열흘 밤의 꿈 (나쓰메 소세키) 풍류불 (고다 로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코 (1916년) 젠치 나이구의 코라고 하면 이케노오 근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길이는 대여섯 치나 되어 윗입술 위에서 턱 아래까지 늘어져 있다. 생긴 모양은 그 대여섯 치 정도의 길이가 똑같이 굵었다. 말하자면 기다란 소시지 같은 게 얼굴 한복판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쉰을 넘긴 나이구는 옛날 사미 시절부터 나이도죠의 구부직에 오른 오늘날까지 내심으로는 줄곧 이 코.. 2024. 1. 24.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현준만 옮김, 미래사) 마크 트웨인 - 톰 소여의 모험 (1876년) 사람의 일생이란 하루살이처럼 짧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p.9) 톰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은 그리 살기 힘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위의 커다란 법칙을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어른이고 아이고 무엇인가를 탐나도록 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 톰이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도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노동이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 놀이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 조화를 만들고 수레바퀴를 밟아 돌리는 일 따위가 왜 지겨운 노동이 되고, 볼링이나 몽블랑의 등산이 왜 오락이 되는지도 쉽게 이해했을 것.. 2024. 1. 21.
피터팬 - 제임스 매튜 배리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제임스 매튜 배리 - 피터팬 (1911년)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웬디의 겨우는 이랬다. 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웬디는 정원에서 놀다가 꽃을 뽑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때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던 게 틀림없다. 달링 부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이렇게 외쳤으니까. "아, 웬디가 이대로 영원히 자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그게 다였지만 웬디는 그 뒤로 자신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두 살이 지나면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니까. (p.7) 어른인 후크가 고작 어린아이에 불과한 피터를 그토록 증오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피터가 후.. 2024. 1. 10.
고향 - 루쉰 (전형준 옮김, 창비) 루쉰 - 고향 (1921년) 나는 혹한을 무릅쓰고, 이천여 리나 떨어진 먼 곳에서, 이십여 년 동안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때는 한겨울인데다가, 점차 고향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마저 음울해져서, 차가운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선창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선창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음산한 하늘 아래 여기 저기 몇 개인가의 쓸쓸하고 황량한 마을이 활기 없이 가로누워 있었다. 내 마음은 슬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이 내가 이십 년 동안 늘 그리워하던 고향이란 말인가? 내 기억 속의 고향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내 고향은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기억해내고 그 좋은 점을 말로 표현하려 하자 그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그것을 표현할 말도 사라져버렸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2024. 1. 8.
도시와 유령 - 이효석 (홍신문화사) 이효석 - 도시와 유령 (1928년, 조선지광)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아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 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 나는 자랑이 아니라 -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 2024. 1. 8.
외투 - 고골 (동완 옮김, 신원문화사) 중학생이 보는 외투 니콜라이 고골 - 외투 (1842년) 관청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관청인지 그 이름은 밝혀 두지 않는 편이 나을 둣하다. 부처나 연대, 사무실 등등 모든 종류의 관료 계급의 사람들처럼 화를 잘 내는 이들도 없다. 더구나 요즈음은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마치 사회 전체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p.12) 이 관청에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위들도 그가 지나갈 때 일어서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일조차 없었다. 보잘것 없는 파리가 지나가는 것처럼 여겼다. 그의 상사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그를 대했다. 어떤 상사는 갑자기 그의 턱밑에 서류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이걸 정리해 주게." 아니면 "이 일은 잘 처리했네."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예의범절에 밝은 .. 2024. 1. 4.
오월의 밤 -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조준래 옮김, 생각의 나무) 목차 비이 외투 무서운 복수 성 요한제 전야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이모 저주받은 땅 오월의 밤 또는 물에 빠져 죽은 처녀 코 ............................................................ 고골 - 오월의 밤 (1830년)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악마밖에는 모른다. 기독교인들은 어떤 일이든 시작할라치면 마치 토끼를 쫓는 사냥개처럼 헐떡거리고 괴로워 몸부림치게 되기 일쑤다. 하지만 악마가 꼬리를 치며 교활하게 그들의 일에 끼어들면, 어찌된 까닭인지 그렇게도 안 되던 일이 어느새 다 되어 있는 것이! (p.310) .............................................................................. 2024. 1. 3.
드라큘라 - 브램 스토커 (박종윤 옮김, 펭귄클래식 코리아) 펭귄클래식 세계문학 46 브램 스토커 - 드라큘라 (1897년) 5월 3일, 비스트리츠 - 5월 1일 오후 8시 35분에 뮌헨을 떠나 다음 날 아침 일찍 빈에 도착했다. 기차는 6시 46분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한 시간 연착되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부다페스트는 멋진 곳인 듯하다. 거리를 조금 걸어보아도 그 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감히 역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다. 도착이 늦었으니 가능하면 정확한 시간에 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서양을 벗어나 동양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 이르러 폭과 깊이가 장대해지는 도나우 강 위에 지고의 서양미를 뽐내는 다리가 걸려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곧장 터키의 지배를 떠올리게 하는 풍광이 펼쳐진다. (p.17) ................... 2023. 12. 31.
장마 - 윤홍길 (민음사)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홍길 - 장마 (1973년)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p.7) 아버지와 구장어른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헛걸음을 한 것이 우리에겐 삼촌이 실제로 돌아온 거나 다름없는 경사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여느 때와 매일반으로 별로 말이 없는 게 이상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성질이 전혀 다른 두 개의 표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적이 안심이 되는 한편 더욱더 착잡해지기도 하는 듯한 두 개의 얼굴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며 엇갈리고 있었다.. 2023.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