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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12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이성과 힘)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년) 뫼비우스의 띠칼날우주 여행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육교 위에서궤도 회전기계 도시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잘못은 신에게도 있다.클라인씨의 병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에필로그 ....................................................칼날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기 나이와 딸애의 나이를 생각해본다.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그녀는 슬퍼진다. (p.39)   .................................................................................................................................. 2024. 7. 5.
낙화 - 이형기 이형기 - 낙화 이형기 - 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2024. 3. 24.
통도사 가는 길 - 조성기 (민음사)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3 목차 통도사 가는 길 불일폭포 우리 시대의 소설가 영화구경 우리 시대의 무당 위대한 창녀 공습경보 한 문장이 채 되지 않는 이야기 홍소령기 만화경 하얀 가시관 커튼 속 유년 광시곡 ....................................................... 조성기 - 통도사 가는 길 (1992년) 나는 왜 통도를 ' 通 道'로 알았을까. 배낭 하나를 어깨에 메고 훌쩍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실직자도 아니면서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여간 큰 특권이 아닙니다. 내 친구 변호사는 자기도 자유직이라면서, 하루 동안 임의로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식으로 술집 아가씨를 고향으로 데려다주고 온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 2024. 3. 9.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솔) 오주석 - 오주석이 한국의 미 특강 (2003년) 목차 1. 초인적인 사실성 - 송하맹호도 2. 소재와 의미의 다양성 - 황묘롱접도 3. 이상적 진경산수 - 소림명월도 4. 따스했던 인간성 - 포의풍류도 5. 흔들림 없는 주체성 - 선동취적도 6. 시서화악의 풍부한 교양 - 주상관매도 7. 섬세한 감성 - 마상청앵도 8. 기지 넘치는 해학성 - 해탐노화도 9. 국가를 위한 봉사 - 시흥환어행렬도 10. 군주를 위한 작품 - 월만수만도 11. 풍속화의 진실성 - 씨름 12. 예술과 종교의 만남 - 염불서승도 ............................................................ 그림은 크고 작은데 일정한 거리에서 본다면? 이건 엉터리입니다!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2024. 1. 28.
도시와 유령 - 이효석 (홍신문화사) 이효석 - 도시와 유령 (1928년, 조선지광)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아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 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 나는 자랑이 아니라 -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 2024. 1. 8.
장마 - 윤홍길 (민음사)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홍길 - 장마 (1973년)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p.7) 아버지와 구장어른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헛걸음을 한 것이 우리에겐 삼촌이 실제로 돌아온 거나 다름없는 경사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여느 때와 매일반으로 별로 말이 없는 게 이상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성질이 전혀 다른 두 개의 표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적이 안심이 되는 한편 더욱더 착잡해지기도 하는 듯한 두 개의 얼굴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며 엇갈리고 있었다.. 2023. 12. 29.
수라도 - 김정한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1권 목차 안수길 목축기 제3인간형 김정한 사하촌(寺下村) 추산당과 곁사람들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修羅道) ....................................... 김정한 - 수라도 (1969년) "저 애씨는 시집 몬 갈까봐 불공 디리러 왔나? 이 비좁은 방에 온!" "와 그라노, 우리 부체새끼를....그라지 마라, 내 손지다." 아직 불당답게 채 꾸며지지도 않은 방 안벽받이에 안치된 커다란 돌부처 곁에 빠듯이 끼어 앉아 있는 소녀는, 겨우 여남은 살 될까 말까 하는 나이다. 소복 차림의 보살할머니들이 웅성대는 양을 눈여겨 보고 있던 소년, 별안간 자기를 놀려주는 핀잔 소리에 눈이 오끔해지다가, 할머니 가야부인의 감싸주는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딱다그르 하고 웃는 .. 2023. 9. 22.
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1권 목차 안수길 목축기 제3인간형 김정한 사하촌(寺下村) 추산당과 곁사람들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修羅道) ....................................... 김정한 - 모래톱 이야기 (1966년) 이십 년이 넘도록 내처 붓을 꺾어오던 내가 새삼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별안간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오랫동안 교원 노릇을 해오던 탓으로 우연히 알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살아오던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진 모래톱 - 이틀에 관한 그 기막힌 사연들조차, 마치 지나가는 남의 땅 이야기나, 아득한 엣날이야기처럼 세상에서 버려져 있는 데 대해서까지는 차마 묵묵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p.149) '섬 얘.. 2023. 9. 20.
궁핍한 날의 벗 - 박제가 (안대회 옮김, 태학사) 태학 산문서 1 궁핍한 날의 벗 - 박제가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을 말하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아! 청운에 높이 오른 선비가 가난한 선비 집을 수레 타고 찾은 일도 있고, 포의의 선비가 고관대작의 집을 소매 자락 끌며 드나든 일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절실하게 벗을 찾아다니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얻기는 어려우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은 자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 2023. 9. 12.
길위의 집 - 이혜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8 이혜경 - 길위의 집 (1995년) 낯선 진동음이 은용의 몸을 들까부른다. 은용은 우무처럼 점성이 강한 공기에 갇혀 있어서, 진동은 제 파장을 한 번 굴절시킨 다음에야 전달된다. 은용은 팔을 헤집어, 끈덕지게 들러붙는 공기층을 걷어낸다. 저 소리, 저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지. 그런데 공기가 왜 이리 끈적거리지? 이걸 어떻게 걷어내지? 은용은 허우적거리다 눈을 번쩍 뜬다. "아가씨, 아가씨, 전화 받아요." 입 밖에 나오지 못한 외침을 흡, 삼키며 은용은 눈을 떴다. 흐릿한 빛살 아래 올케의 얼굴이 대각선으로 비쳤다. 고개를 들며 몸을 일으키자, 쪼그리고 앉은 올케가 제대로 보였다. 은용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링거 방울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새 잠들었던.. 2023.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