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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 현대 문학7

십자가 위의 악마 - 응구기 와 티옹오 (정소영 옮김, 창비) 창비 세계문학 51 응구기 와 티옹오 - 십자가 위의 악마 (1980년) 일모로그, 우리의 일모로그에 사는 어떤 이들이 말하기를, 이 이야기는 너무나 창피스럽고도 치욕스럽기 때문에 깜깜한 어둠속 깊숙이 숨겨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주장하기를, 너무나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시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그냥 가슴속 깊이 꾹꾹 눌러놓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앞마당에 깊은 구멍이 있는데 그걸 풀이나 낙엽 등속으로 대충 덮어놓고는 이제 우리 눈에 구멍이 보이지 않으니 아이들이 마음껏 여기서 뛰어놀아도 된다고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요? 자신의 앞길에 있는 구덩이를 알아차리고 그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법이다.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앞을.. 2023. 11. 17.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1988년) 양치기 산티아고가 양떼를 데리고 버려진 낡은 교회 앞에 다다랐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다. 지붕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성물 보관소 자리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양들을 부서진 문을 통해 안으로 들여보낸 뒤, 도망치지 못하도록 문에 널빤지를 댔다. 근처에 늑대는 없었지만, 밤사이 양이 한 마리라도 도망치게 되면 그 다음날은 온종일 잃어버린 양을 찾아다녀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p.19) 그는 이 마을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늘 새로운 친구들과의 새로운 만남. 하지만 그렇게 만든 친구들과 며칠씩 함께 지낼 필요는 없었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 2023. 9. 1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조영숙 옮김, 아르드리미디어) 포리스트 카터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976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 나중에 할머니에게 듣기로는 엄마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고아가 된 나를 놓고 친척들 사이에서 꽤나 시끌벅적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그때까지 살던 통나무집은 언덕 중턱에 있었다. 친척들은 작은 개울이 흐르는 그 뒤뜰에 머리를 맞대고 서서,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열심히 입방아를 찧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재산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페인트칠이 된 침대와 탁자, 의자 따위를 나누어 가지면서 말이다. 할아버지는 친척들 틈에서 벗어나 뜰 구석에 묵묵히 서 계셨다. 할머니도 할아버지 뒤에 가만히 서.. 2023. 7. 27.
소녀의 죽음 - 미셸 투르니에 (이규현 옮김, 현대문학) 미셸 투르니에 - 꼬마 푸세의 가출 목차 아담가 로빈슨 크루소의 종말 산타 할머니 아망딘 또는 두 정원 꼬마 푸세의 가출 튀피크 기쁨이 내게 머물게 하소서 붉은 난쟁이 트리스탄 복스 베로니크의 수의 소녀의 죽음 들닭 은방울꽃 휴게소 페티시스트 ................................................ 미셸 투르니에 - 소녀의 죽음 교실 안쪽에서 킥킥대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여교사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또 뭐지?" 한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홍조를 띤 명랑한 얼굴이어다. "멜라니가요, 선생님, 지금 레몬을 먹고 있어요." 학급 전체가 웃음을 터뜨렸다. 여교사가 맨 뒷줄까지 걸어갔다. 멜라니는 순진한 얼굴을 들어 여교사를 쳐다보았다. 숱이 많은 검은 머리 때문에 야위고 창.. 2023. 3. 16.
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이정애, 곽재현 옮김, 선영사) 리처드 바크 - 갈매기의 꿈 (1970년) 아침이 왔습니다. 솟아오르는 태양이 고요한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번쩍였습니다. 해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 위에는 고깃배 한 척이 떠 있습니다. 고깃배 주위에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 떼가 먹이를 얻기 위해 이리저리 돌며 좌충우돌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또 갈매기들의 바쁜 하루가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깃배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에서 혼자 비행 연습을 하고 있는 갈매기가 한 마리 있습니다. 그가 바로 조나단 리빙스턴입니다. 30미터 높이의 상공에서 그는 그의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굽히고, 부리를 위로 쳐들고 있습니다. ㄷ 날개만으로 몹시 고통스럽게 힘든 동작을 해내려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날개를 구부림으로써 조나단은 천천히 날게 되.. 2023. 2. 3.
똑똑한 바보 -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호세 로사스 모레노 (송병선 옮김, 바움) 데 리사르디 - 똑똑한 바보 (19세기) 토끼와 개구리 하늘에서 천둥이 내리치자, 놀란 토끼들이 사방으로 뛰면서 소리쳤다. "매일 깜짝깜짝 놀라면서 사느니, 죽는 편이 더 나을 거야!" 토끼들은 떼를 지어 어느 호숫가에 도착했다. 그들은 깊은 호수에 빠져죽음으로써 이런 비참한 운명을 마감하고자 했던 것이다. 수많은 토끼들이 한꺼번에 호수로 들어가자 호숫물이 갑작스레 출렁거렸다. 그러자 호수 안에 살고 있던 수많은 개구리들이 놀라 펄쩍펄쩍 뛰었다. 그런 모습을 본 토끼가 말했다. "왜 저렇게 겁을 집어먹는 거지? 우리보다 더 겁 많은 존재들이군. 저런 개구리들에 비하면 우리의 운명은 그래도 나은 편이야!" 이후 토끼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p.92-93) (주석) 불행에 처.. 2023. 2. 3.
카인 -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역, 해냄) 주제 사라마구 - 카인 (2009년)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 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나는 만물의 주권자인 여호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존재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만, 저와 내 자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죽이는 자유 말이냐,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다른 모든 신들과 공유.. 202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