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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2. 외국 문학6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 고트프리트 뷔르거 (한미희 옮김, 비룡소) 고트프리트 뷔르거 -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1785년) 얘들아! 보다시피 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셋이 날 찾아왔거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말이야. 바로 내 여행 이야기지. 이렇게 모일 때면 늘 그렇듯이, 우리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면서 배가 불룩한 술병을 계속 기울이고 있어...(p.7)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조금도 뻐기지 않고 하고 있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프라이팬이 없어서 넘치는 사냥감을 지글지글 볶지는 못했단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 항상 뭔가 모자라는 법이지. 이를테면 내 이야기가 백 퍼센트 사실뿐이라서 재미가 조금 없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자 내 친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 있지. 깐깐한 안토니우스가 말.. 2024. 2. 9.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 미야자와 겐지 (이경옥 옮김, 사계절) 미야자와 겐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932년) 구스코 부도리는 이하토부라는 북쪽 지방 현의 큰 숲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구스코 나도리라는 유명한 나무꾼으로, 아무리 거대한 나무도 마치 갓난아기 넘어뜨리스 너끈히 베어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도리에게는 네리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둘은 날마다 숲에서 놀았습니다. 아버지가 쿵쿵거리며 나무를 베는 엄청난 소리가 겨우 들릴 만큼 먼 곳까지도 갔습니다. 부도리와 네리는 그 곳에서 나무딸기 열매를 따서 샘물에 담그기도 하고, 하늘 쪽에 대고 번갈아 가며 산비둘기 우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구구 하고 졸린 듯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집 앞의 작은 밭에 보리를 심을 때면 부도리와 네리는 길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양철깡통.. 2024. 1. 28.
피터팬 - 제임스 매튜 배리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제임스 매튜 배리 - 피터팬 (1911년)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웬디의 겨우는 이랬다. 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웬디는 정원에서 놀다가 꽃을 뽑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때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던 게 틀림없다. 달링 부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이렇게 외쳤으니까. "아, 웬디가 이대로 영원히 자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그게 다였지만 웬디는 그 뒤로 자신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두 살이 지나면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니까. (p.7) 어른인 후크가 고작 어린아이에 불과한 피터를 그토록 증오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피터가 후.. 2024. 1. 10.
외투 - 고골 (동완 옮김, 신원문화사) 중학생이 보는 외투 니콜라이 고골 - 외투 (1842년) 관청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관청인지 그 이름은 밝혀 두지 않는 편이 나을 둣하다. 부처나 연대, 사무실 등등 모든 종류의 관료 계급의 사람들처럼 화를 잘 내는 이들도 없다. 더구나 요즈음은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마치 사회 전체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p.12) 이 관청에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위들도 그가 지나갈 때 일어서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일조차 없었다. 보잘것 없는 파리가 지나가는 것처럼 여겼다. 그의 상사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그를 대했다. 어떤 상사는 갑자기 그의 턱밑에 서류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이걸 정리해 주게." 아니면 "이 일은 잘 처리했네."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예의범절에 밝은 .. 2024. 1. 4.
공주와 고블린 - 조지 맥도널드 (황해조 옮김, 교원) 교원 위즈퍼니 세계 명작 1 조지 맥도널드 - 공주와 고블린 (1872년) 옛날에 어린 공주가 있었다. 아버지는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이 많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왕의 궁전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공주 아이린이 태어났다. 공주는 태어나자마자 곧 궁전을 떠나야 했는데, 어머니의 몸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공주는 큰 저택에 사는 시골 사람들 손에 자랐다. 절반은 성, 절반은 농가로 이루어진 이 저택은 왕이 사는 곳과 다르게 산기슭과 산꼭대기 중간인 산 중턱에 있었다. (p.11)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말한 사람들이 고블린의 짐승을 고블린이라고 착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들의 설명과 달리 고블린의 모습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블린의 몸은 점점 기형적.. 2023. 5. 18.
황금시대 - 케네스 그레이엄 (임보라 옮김, 달섬) 달섬 세계고전 23 케네스 그레이엄 - 황금시대 (1895년) 인생의 문이 내 등 뒤에서 닫히기 전, 그러니까 나의 옛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말할 모든 일들이 부모라는 올바른 장비를 가진 어린애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을 거라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 고작 이모나 삼촌뿐인 어린애는 조금 특별한, 조금 다른 마음 상태를 갖고 살기 마련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우리의 신체적 요구까지는 친절하게도 잘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너머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생각컨대 그런 무관심은 모종의 멍청함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따라서 이 어린애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상당히 객관적이고 온화한 방식으로 그런 멍청함의 존재를 알아냈던 것을,..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