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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4. 수필13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솔) 오주석 - 오주석이 한국의 미 특강 (2003년) 목차 1. 초인적인 사실성 - 송하맹호도 2. 소재와 의미의 다양성 - 황묘롱접도 3. 이상적 진경산수 - 소림명월도 4. 따스했던 인간성 - 포의풍류도 5. 흔들림 없는 주체성 - 선동취적도 6. 시서화악의 풍부한 교양 - 주상관매도 7. 섬세한 감성 - 마상청앵도 8. 기지 넘치는 해학성 - 해탐노화도 9. 국가를 위한 봉사 - 시흥환어행렬도 10. 군주를 위한 작품 - 월만수만도 11. 풍속화의 진실성 - 씨름 12. 예술과 종교의 만남 - 염불서승도 ............................................................ 그림은 크고 작은데 일정한 거리에서 본다면? 이건 엉터리입니다!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2024. 1. 28.
궁핍한 날의 벗 - 박제가 (안대회 옮김, 태학사) 태학 산문서 1 궁핍한 날의 벗 - 박제가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을 말하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아! 청운에 높이 오른 선비가 가난한 선비 집을 수레 타고 찾은 일도 있고, 포의의 선비가 고관대작의 집을 소매 자락 끌며 드나든 일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절실하게 벗을 찾아다니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얻기는 어려우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은 자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 2023. 9. 12.
뜬 세상의 아름다움 - 정약용 (박무영 옮김, 태학사) 정약용 - 뜬 세상의 아름다움 나산처사 나 공은 연세가 거의 팔십인데도 홍안에 푸른 눈동자로 태연자약한 품이 신선 같으시다. 다산의 암자로 나를 방문하셔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름답구려, 이 암자는! 꽃과 약초가 나뉘어 심겨 있고, 시내와 바위가 환하게 둘려 있으니 세상사에 아무런 근심이 없는 사람의 거처로세. 그러나 그대는 지금 귀양살이 중인 사람일세. 주상께서 이미 사면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셨으니 사면의 글이 오늘이라도 도착하면 내일엔 이곳에 없을 터, 무엇 때문에 꽃모종을 내고 약초 씨를 뿌리고 샘을 파고 도랑에 바위를 쌓으며 이처럼 구원의 계획을 세우는가? 내가 나산의 남쪽에 암자를 튼 지 이제 삼십여 년일세. 사당과 위패가 모셔져 있고 자손들이 그곳에서 성장했네. 그러나 거칠게 깎아 기둥.. 2023. 4. 7.
한시, 사랑 이야기 - 오석환 (한가람서원) 오석환 - 한시, 사랑 이야기 許楚姬 - 寄夫江舍讀書 비낀 처마에 제비는 들고 나며 쌍쌍이 날고 떨어지는 꽃 어지럽게 비단옷을 때리네. 동방에서 눈을 다하며 봄을 아파하는 뜻은 강남에 풀빛이 푸르건만 임이 돌아오지 않아서라네. 燕掠斜簷兩兩飛 (연략사첨양량비) 落花撩亂撲羅衣 (낙화요란박나의)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 강남 별장에서 공부하는 남편에게 보낸 시이다. 공부를 하러 간다고 남편은 강남에 있는 별장에서 일 년을 보냈다. 다음 해 봄이 오자, 그녀는 멀리 강남을 향하여 눈을 다하고 그리운 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임은 돌아올 줄 모르고 무정한 제비만 처마를 들고 나며 쌍쌍이 날고 있다. 깊은 규방에 틀어박혀 그녀는 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뜰.. 2023. 2. 7.
우리 곁의 한시 - 기태완 (다른) 기태완 - 우리 곁의 한시 그늘 속에서 그림자를 쉬게 하는 곳 - 전라남도 담양군 식영정 담양 식영정은 아주 작은 정자입니다. 앞면은 기둥이 세 개인 두 칸이고, 측면도 두 칸인 팔작지붕의 조촐한 건물인데 온돌방 하나와 마루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조그만 정자가 에 창평의 대표적인 누정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은 켤코 건물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당시 학문과 시문으로 유명했던 인사들은 이곳을 드나들며 교유했습니다. 에 실린 에 공자에게 은자인 어부가 충고하기를, "그늘 속에 들어가서 그림자를 쉬게한다 (處陰息影처음식영)"라고 했습니다. 식영정이라는 이름은 바로 여기서 가져온 것입니다. 세속 생활을 그만두고 물러나 한가롭게 지낸다는 뜻이지요. 식영정 주인은 석천 임억령입니다. 일찍 벼슬에 나가 승정원 승지와.. 2023. 2. 7.
백범일지 - 김구 (나남) 백범 김구의 자서전 - 백범학술원총서2 백범일지 김구 - 나의 소원 1. 민족국가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동포 여러분!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내 과거의 70평생을 이 소원을 위하여 살아왔고 현재에도 이 소원 때문에 살고 있고 미래에도 나는 이 소원을 달성하려고 살 것이다. 독립이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70평생에 설움과 부끄러움과 애탐을 받은 나에게는 세상에 가장 좋은.. 2023. 2. 2.
오두막 편지 - 법정 (이레) 법정 - 오두막 편지 오두막 편지 (1998년) 절기로 오늘이 하지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그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의 한적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내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보았다. 그토록 머리 무겁게 생각해 오던 방 뜯어고치는 일을 감행했다. 이 궁벽한 산중에서 방을 뜯어고치는 일은 여간 힘들고 머리 무거운 일이 아니다. 미친 바람이 불어오면 굴뚝으로 나가는 연기보다 아궁이로 내뿜는 연기가 더 많을 정도로 불이 들이지 않았다. 아랫목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프라이팬처럼 뜨거워도 윗목은 냉랭하고 습해서 집을 비워두면 곰팡이가 슬었다. 이번에는 아예 아궁이와 굴뚝의 위치를 바구고 방.. 2023. 2. 2.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학고재, 2002년 초판) 최순우의 한국미 사랑 최순우 -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임당 백은백의 동양의 산수화에 표현된 주인공 인물은 대개 화가 자신의 모습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의식하고 산수화에 자기를 담아 보는 화가들도 있지만 산수화를 그리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오느 사이엔가 그 속으로 자기가 들어가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다. 말하자면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의 산수화란 대개 그 화가가 동경하는 어느 산천의 크고 깊고 오묘한 자연 속에 자기 자신을 들여 세워 놓고 자신이 그 속을 두루두루 소요하는 마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동야의 산수화, 즉 요샛말로 풍경화 속에는 그 어느 위치엔가 유유히 자연 속을 소요하는 한 인물이 있거나, 초당이나 정자에 홀로 앉아 고요히 사색을 즐기는 .. 2023. 2. 2.
뜻을 세우고 삽시다 - 안병욱 (자유문학사) 안병욱 - 뜻을 세우고 십시다 (1998년) 뜻을 세우고 살자 뜻을 세우고 살자. 인생 벽두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올바른 뜻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조의 위대한 학자 율곡선생은 선수입지(先須立志), 라고 말씀했다. 뜻이란 무엇이냐. 어떤 목표를 향하여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요, 어떤 이상을 세우고 그것을 당성하려고 우리의 정신이 작동하는 것이다. 뜻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은 키가 없는 배와 같고, 목표가 없는 항해와 같고, 의욕이 없는 생활과 같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개인이건, 가족이건, 회사건, 국가건 생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목표를 ㅅ헤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주야로 분투노력하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간절한 목표는 반드시.. 2023. 2. 2.
인연 이야기 - 법정 (동쪽나라) 법정 - 인연이야기 (2002년) 서문 - 기쁨과 슬픔의 뿌리를 찾아 부처님의 언행록을 전통적으로 구분교 또는 십이분교로 분류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불교의 설화의 두 갈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자타카'와 '아바다나'이다. '자타카'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로 '본생담'이라고 하고, '아바다나'는 출가한 부처님 제자나 독실한 재가 신자에 대한 이야기로 '비유'라고 한다. 이와 같은 전생 이야기나 비유 속에는 부처님이 현세의 수행만으로 정각을 이룬 것이 아니라, 끝없는 과거 속에서 보살로서 많은 덕을 베풀어 현세에 부처님이 되었다는 인과관계가 담겨 있다. 보살은 사람으로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천신으로, 또는 온갖 짐승의 생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인연 설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