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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2. 동양 - 고전 시7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 잘랄 앗 딘 알 루미 (최준서 옮김, 하늘아래) 잘랄 앗 딘 알 루미 -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13세기)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마치고 싶습니다. 이 취기는 다른 주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곳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온전히 취할 것입니다.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그런데 이 새장에 앉아.... 다시 날아오를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내 귀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입을 통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눈을 통해 밖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요? 영혼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해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 2023. 2. 5.
루미 시초 – 마울라나 잘랄 앗 딘 알 루미 (이현주 역, 늘봄) 마울라나 잘랄 앗 딘 알 루미 - 루미 시초 인생은 여인숙 날마다 새 손님을 맞는다. 기쁨, 낙심, 무료함 찰나에 있다가 사라지는 깨달음들이 예약도 없이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그들이 비록 네 집을 거칠게 휩쓸어 방안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슬픔의 무리라 해도, 조용히 정중하게, 그들 각자를 손님으로 모셔라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수치와 악의가 찾아오거든 문간에서 웃으며 맞아들여라 누가 오든지 고맙게 여겨라 그들 모두 저 너머에서 보내어진 안내원들이니 (p16-17) ................................................................................................. 2023. 2. 3.
중국명시감상 - 이석호.이원규 공저 (위즈온 琵琶行 - 白居易 (비파행 - 백거이) 이 밤 심양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는데, 솔솔 가을바람에 단풍잎 흔들리고 붉은 꽃 흔들린다. 주인은 말에서 내렸고 손님은 배 타려 할 제. 술 한 잔 하려 해도 음악이 없구나. 취해 노래해도 기쁘지 않아 아프게 이별하는데, 망망한 강물에 명월이 잠겼더라. 홀연 강에서 비파 소리 들려와, 주인은 돌아갈 길 잊었고 손님도 떠나지 않네. 소리 좇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네. 비파 타는 사람이 누구냐고 비파 소리 끊어지더니 대답 또한 느릿느릿. 배 가까이 옮겨가 그 사람을 맞이하곤, 술 더 내오고 등불 밝혀 다시 잔치를 연다. 천 번 외치고 만 번을 부르니 그제서야 나오는데, 비파 안고 얼굴을 반쯤 가렸네. 목축을 옮기고 현을 퉁기어 두세 소리 울리는데, 곡조가 안 되었어도 정이.. 2023. 2. 2.
어부사 - 굴원: 고문진보(후집) - 황견 엮음 (이장우.우재호.박세욱 옮김, 을유문화사) 황견 - 고문진보 漁父辭 -屈原 (어부사 - 굴원)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호반을 거닐며 읊조리니, 얼굴빛이 핼쑥하고 몸은 마르고 생기가 없었다. 어부가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하였다.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므로,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어부는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늘,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그 밑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 2023. 2. 2.
루바이야트 - 오마르 하이얌,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영역),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그림) (윤준 옮김, 지만지) 오마르 하이얌 - 루바이야트 (1872년) 11세기 페르시아의 시인들은 벗들과 흥겹게 어울리며 즉흥적으로 ‘루바이’를 지었다. 루바이는 4행시를 뜻한다.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은 수백 편의 루바이를 남겼다. 그로부터 7세기가 지나 영국 시인 피츠제럴드는 친구로부터 하이얌의 루바이가 적힌 필사본을 선물받는다. 그는 약 600년 전의 이 ‘쾌락주의적 불신자’ 하이얌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루바이들을 번안해 ‘루바이야트’라는 이름으로 출간한다. 말이 번안이지 피츠제럴드는 거의 자신만의 빼어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평론가들은 피츠제럴드가 하이얌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 책에 실린 75편의 루바이들은 우리 삶의 불확실성에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는 어떻게, 왜 이.. 2023. 2. 2.
일본 하이쿠 선집 - 바쇼, 부손, 잇사, 시키, 헤키고토 (오석윤 옮김, 책세상)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4 일본 하이쿠 선집 ‘단가’는 5.7.5.7.7의 31자로 된 일본 고유의 정형시로 와카(和歌)라고도 하며, 하이쿠는 단가의 5.7.5.7.7에서 앞의 5.7.5을 독립시킨 17자의 단시를 의미한다. 하이쿠는 원래 에도시대의 하이카이(俳諧)가 모태로, 언어의 유희 내지는 해학적인 내용이 주로 담겨 있어 여흥의 하나로 즐기던 문학이다. 그러던 것이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출현으로 격조 높은 문예로 승화되었는데, 메이지(明治)시대에 들어 마사오카 시키가 혁신운동을 벌이면서부터 하이쿠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 2023. 2. 2.
백거이 시선 (김경동 편저, 문이재) 백거이 시선 (중국시인총서-당대편) 白居易 - 村夜 (백거이 - 촌야) 달밤 서리맞은 풀 파르스름하고 가을 벌레들 울음소리 애절한데 시골 마을 어디에도 오가는 사람 하나도 없다 홀로 문 앞에 나가 들판을 바라보니 밝은 달 아래 메밀꽃이 눈처럼 하얗다 霜草蒼蒼蟲切切 (상초창창충절절) 村南村北行人絶 (촌남촌북행인절) 獨出門前望野田 (독출문전망야전) 月明蕎麥花如雪 (월명교맥화여설) [작품해설] 원화 9년 (814년) 43세, 하규 811년 4월, 모친이 서거하자 백거이는 관직에서 잠시 물러나 고향인 하규(협서성 위남시)에서 3년간 복상하였다. 이 시는 바로 814년 하규에서 시골 마을의 가을 야경을 노래한 서경시이다. 이미 인적이 끊어져 사방은 고요한데, 오직 가을 벌레들의 애절한 울음소리만이 들려오는 깊은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