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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2. 동양 - 고전 시

어부사 - 굴원: 고문진보(후집) - 황견 엮음 (이장우.우재호.박세욱 옮김, 을유문화사)

by handaikhan 2023. 2. 2.

황견 - 고문진보
<송나라 말기 학자 황견이 전국시대부터 송나라까지의 고시와 산문 등을 모아 엮은 시문선집>

漁父辭 -屈原 (어부사 - 굴원)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호반을 거닐며 읊조리니,
얼굴빛이 핼쑥하고
몸은 마르고 생기가 없었다.
어부가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하였다.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므로,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어부는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늘,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그 밑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스스로 추방을 당하게 하였소?
굴원이 대답하였다.
내가 듣건데,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하였소.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어떻게 희고 흰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단 말이오?
어부가 빙그레 웃고서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그 물로 나의 갓끈을 씻는 것이 좋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거기에 나의 발을 씻는 것이 좋으리라

 

滄浪之水淸兮 (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纓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 (창랑지수탁혜)

可以濁吾足 (가이탁오족)


드디어 가서는 다시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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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屈原, 기원전 340년 ~ 기원전 278년)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시인 · 정치가.

성은 미(羋), 씨는 굴(屈), 이름은 평(平)이다. "원"은 이름이 아니고 자다. 초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초나라의 회왕 때에 좌도(보좌관)에 임명되었다. 학식이 높고 정치적 식견도 뛰어난 정치가였으며, 회왕의 상담역으로 국사를 도모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으나, 다른 이의 모함을 받아 신임을 잃고 끝내 자살하였다. 그는 이러한 아픔을 시 《이소》(離騷)에 담아 내었다. 이소란 '우수에 부딪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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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장강의 시혼 - 신정규 (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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