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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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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 하워드 파일 (박진배 옮김, 동해출판) 하워드 파일 - 로빈후드 옛날 옛적 헨리 2세가 통치하던 잉글랜드의 이야기다. 노팅엄 근처 셔우드의 숲속에 로빈 후드라는 유명한 수배자가 살고 있었다. 로빈 후드만큼 잿빛 거위 털을 단 화살을 잘 쏘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의 부하가 되어 숲속을 활보하던 백사십 명의 장정들 중에서도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다. 그들은 아무 부족함과 걱정거리 없이 셔우드 숲 깊은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었다. 활쏘기와 봉술 겨루기로 매일을 보내며 왕의 소유인 숲속의 사슴고기와 자신들이 직접 만든 맥주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로빈 후드를 필두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범법자와 수배자들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주변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로빈을 찾아.. 2024. 3. 7.
더버빌 가의 테스 - 토마스 하디 (유영 옮김, 주변인의길) 토마스 하디 - 테스 (1891년) 5월 하순 어느 날 저녁, 한 중년 남자가 쉐스톤에서부터 블레이크모어 혹은 블랙무어 계곡 근처의 말로트 마을에 있는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를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는 비틀걸렸고, 걸음걸이는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특별히 뭔가를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떤 견해를 확인하는 듯 이따금 힘차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팔을 든 계란 바구니는 텅 비어 있었고, 쓰고 있는 모자는 벗을 때마다 엄지손가락 닿는 곳이 닳아 보풀이 어지럽게 너덜거렸다. 잠시 후 그는 회색 암말에 걸터앉은 나이 든 신부와 마주쳤다. 신부는 말을 탄 채 종잡을 수 없는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p.8) 사람이란 가끔 충동이 너무 강해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할 때가 있는 법이오. (p.10).. 2024. 3. 6.
외투 - 고골 (오정석 옮김, 산호와진주) 고골리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외투 (1842년) 어느 관청에....아니, 어느 관청인지는 밝히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어느 부처, 어느 연대, 어느 지청을 막론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관리란 족속들처럼 화를 잘 내는 친구들도 없으니까 말이다. 요즘 세상에는 누구나 자기 한 개인이 느끼는 모욕을 마치 사회 전체 구성원에 대한 모욕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어느 도시인지 이름은 잊었지만, 하여튼 어느 도시의 경찰서장이 상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진정서에서, 지금 국가의 법치 질서가 땅에 떨어지고 있으며 자기의 신성한 직책마저도 번번이 모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2024. 3. 3.
네프스키 거리 - 고골리 (오정석 옮김, 산호와 진주) 고골리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네프스키 거리 (1835년) 페테르부르크에 네프스키 거리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이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 도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도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거리에서 훌륭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가 그 어떤 행복의 대가로도 네프스키 거리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멋진 수염을 기르고 근사한 프록코트를 입은 스물다 섯 살 쳥년뿐 아니라, 머리카락이 은쟁반처럼 미끈한 노인들까지도 네프스키 거리를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아 여자들에게는 어떤가! 여자들에게.. 2024. 2. 29.
코 - 고골 (오정석 옮김, 산호와진주) 고골fl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코 (1836년) 3월 25일, 페테르부르크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보즈네센스키 거리에 살고 있는(그의 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이발소 간판에도 묽게 비누거품을 칠한 신사의 얼굴과 '검은 점을 빼드립니다'라는 글귀만이 보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일찍 눈을 떴다. 따끈한 빵 냄새가 풍겨 왔다. 그는 침대에서 비스듬히 몸을 일으켰다. 커피를 몹시 좋아하는 그의 뚱보 마누라가 페치카에서 마침 다 구워진 빵을 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보! 프라스코비야 오시포브나! 오늘은 커피를 안 마실래." 이반 야코블레비치.. 2024. 2. 28.
크로이체르 소나타 - 톨스토이 (이채윤 옮김, 열매출판사) 톨스토이 - 크로이체르 소나타 (1890년 출판) 이른 봄날, 나는 여행을 떠났다. 기차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들은 객실을 연방 드나들고 있었지만, 시발역에서 나와 같이 기차를 탄 다른 세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 중 작은 모자를 쓰고 남자들이 입는 듯한 투박한 외투를 입은 부인은 지친 얼굴로 연방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그녀의 일행인 마흔 살 가량의 신사는 멀끔하게 새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말이 많았다. (p.5) 아름다운 여자는 착하다는 환상, 그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죠. 예쁜 여자는 엉뚱한 소리를 잘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걸 모자란다고 생각지 않고 영리한 소리로 여깁니다. 멋있는 여자가 어리석거나 무시무시한 짓을 해도 사람들은 귀엽.. 2024. 2. 26.
육체의 악마 - 레이몽 라디게 (양진성 옮김, 문파랑) 레이몽 라디게 - 육체의 악마 (1923년) 나는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이 발발하기 몇 달 전에 내가 열두 살이었다는 사실이 내 잘못이란 말인가? 이렇게 특별한 상황에서 내가 겪은 혼란은 그 나이에 겪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겉보기에야 어떻든 아무리 강력한 경험을 한다고 해도 갑자기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른이라도 혼란스러웠을 경험을 하면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 그런 경우를 당한 것은 아니었다. 내 친구들이 갖고 있는 당시의 추억도 어른들의 추억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나를 비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린 소년들에게 전쟁이 무슨 의미일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전쟁은 우리에게 4년간의 기나긴 방.. 2024. 2. 23.
우스운 자의 꿈 - 도스토예프스키 (고일 옮김, 작가정신) 도스토옙스키 - 우스운 자의 꿈 ( 1877년)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 만일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예나 다름없이 여전히 우스운 인간이 아니라면 이건 일종의 승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들 모두 사랑스럽다. 날 비웃어도 왠지 더 사랑스럽다.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렇게 슬프지만 않다면 나 또한 나 자신을 비웃고 바라볼 때 그렇게 슬프지만 않다면 나 또한 나 자신을 비웃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으련만. 서글픈 건 나는 진리를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 혼자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렴, 이해하지 못하고 .. 2024. 2. 23.
백야 - 도스토옙스키 (고일 옮김, 작가정신) 도스토옙스키 - 백야 ( 1848년) 이 글을 읽는 이여, 그날 밤은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다 젊었을 때나 경험할 수 있었던 그런 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맑은 밤하늘엔 별이 총총히 빛나고.....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하늘 아래 못되고 변덕스러운 인간들이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이여, 이런 의문은 사실 참으로 순진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의문이 너무도 자주 든다는 것입니다. 못되고 변덕스러운 인간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내가 보인 품위 있는 행동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꼭두새벽부터 나는 알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잖아도 외톨이인 나를 모든 사람들이 버리.. 2024. 2. 18.
청춘 - 사무엘 울만 (정성호 옮김, 젊은나무) 사무엘 울만 - 청춘 (1920년)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7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된다. 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 2024.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