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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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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김상수 옮김, 신세계북스) 나쓰메 소세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906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상권) 1. 인간과의 첫 만남 나는 고양이다. 쥐 따위는 결단코 잡지 않는다.인간들이란 자기 자신만 믿기 때문에 모두 오만하다.인간보다 좀 더 잘난 내가 세상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어둠침침하고 습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은 기억한다.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걸 보게 되었다.내가 처음 본 인간은 서생이라는 부류인데, 이 서생이란 것들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영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게다가 서생이라는 무리는 가끔 우리 고양이들을 삶아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2024. 4. 22.
홍당무 - 쥘 르나르 (유가연 옮김, 종이나라) 쥘 르나르 - 홍당무 (1894년) "내가 확신한다니까!" 르픽 부인이 말했다. "오노린이 또 닭장 문 닫는 걸 잊어버린 거야!" 정말이었다. 창문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넓직한 복도의 제일 끝에 닭장의 작은 지붕이 보이는데, 컴컴한 어둠 속에 검은 사각형으로 열린 문이 보인다. "펠릭스, 저것 좀 닫으러 갔다 올래?" 르픽 부인은 세 아이 중 큰아들에게 말했다. "저는 닭이나 살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에요." 창백한 안색의, 겁이 많고 게으른 펠릭스가 대답했다. "그럼, 에르네스틴은?" "아! 엄마, 저는 너무 무서워요!" 펠렉스 형과 에르네스틴 누나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않고 겨우 대답했다. 둘은 이마가 닿을 정도로 팔을 괴고서는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p.5) ....... 2024. 4. 19.
두 친구 - 톨스토이 (이상각 옮김, 인디북) 톨스토이 - 두 친구 (원제 - 빛이 있는 동안 빛 속을 걸어라) 어느 부잣집에서 잔치가 열렸다. 많은 손님들이 몰려와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에 삶에 관한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손님들은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 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화제에 올렸는데, 이상하게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크리스트교도로서 독실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세속적인 생활에 빠져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했고, 이웃은 말할 것도 없이 신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신에게서 너무나 멀러 띨어져 있었다는 자괴심으로 숙연해졌다. 그때 한 .. 2024. 4. 18.
처음 만나는 돈 키호테 - 호세 마리아 플라사 (김수진 옮김, 혜원) 호세 마리아 플라사 - 처음 만나는 돈 키호테 (2004년) 옛날 라 만차 지방의 어느 마을에 키가 크고 비쩍 마른 한 시골 귀족이 살고 있었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인 찌그러진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들고 다니길 좋아했다. 스스로를 편력기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 생활이 꽤 여유 있었을 당시엔 망아지였지만, 이제는 노쇠해 버린 말 잔등에 무장을 한 채 올라타고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곤 했다. 그의 집에는 집안일을 맡아 하는 마흔 살 가량의 가정부와 아직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조카딸, 금방 집안에서 서성거리는가 하면 어느새 우리로 달려가 돼지 여물을 주기도 하는, 그야말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하인이 같이 살고 있었다. 비쩍 말라 광대뼈가 툭 불거진 오십 줄의 이 시골 귀족.. 2024. 4. 13.
인생은 연극이다 - 오 헨리 (김선영 옮김, 좋은생각) 목차 마지막 잎새크리스마스 선물경찰관과 찬송가20년 후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재물과 사랑의 신운명의 충격인생은 연극이다마녀의 빵나팔 소리되살아난 개심 ..................................................오 헨리 - 인생은 연극이다 얼마 전에 신문기자인 친구와 함께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 그 공연 중에 바이올린 독주가 있었다. 강한 인상의 연주자는 마흔쯤의 나이였지만, 머리가 하얗게 센 사나이였다. 나는 사실 음악에 문외한이었기에 음률이나 곡조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래서 연주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p.110) 그녀의 마음은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남편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순수한 애정과, 새롭게 만난 남자에 대한 비밀스럽고 아름.. 2024. 4. 10.
초정리 편지 -배유안 (창비) 배유안 - 초정리 편지 (2006년) 장운은 짚신을 꿰어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마당가에 서니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아래쪽에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이 몇 채 있고, 그 뒤로 스무 채 남짓한 초가들이 작은 개울을 끼고 옹기종기 앉아 있다. 마을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군데군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장운은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마을을 보노라면 오늘은 어제보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서 마당을 쓸어 놓고 보리죽으로 간단히 요기까지 마쳤다. (p.7) "너, 글을 아느냐?" "글을요? 모릅니다." "배워 보련?" "예? 글을 배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선비에게 일렀다. "종이오아 붓을 가져오너라." 선비.. 2024. 4. 5.
죄와 벌 - 도스토옙스키 (유성인 옮김, 하서출판사)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1866년)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순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의 전셋집에 방 한칸을 빌려 하숙하고 있는 한 청션이 자기 방에서 거릴로 나와 약간 망설이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K다리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다행히 집을 나올 때 계단에서 안주인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방은 5층집 꼭대기 다락방이었는데, 그것은 방이라기보다 벽장 같은 곳이었다. 그는 주인집에서 식사뿐 아니라 하녀도 빌리고 있었으며, 그 안주인의 방은 그의 방에서 한 층 아래 있었으므로 집 밖으로 나가려면 언제나 계단 쪽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주인네 부엌 옆을 지나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청년은 병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몹시 부끄럽게 .. 2024. 4. 2.
게 공선 - 고바야시 다키지 (양희진 옮김, 문파랑) 고바야시 다키지 - 게 공선 (1929년)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한껏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늘여가며,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업노동자는 손가락에까지 닿도록 피운 담배를 침과 함께 내뺃었다. 담배는 재주 부리듯 빙글빙글 몇 번 돌며, 위쪽 뱃전을 스칠 듯 말 듯 떨어졌다. 그의 몸에선 술냄새가 물씬 풍겼다. 벌겋게 불룩 튀어나온 아랫배를 마냥 드러낸 기선은 한창 짐이 실리고, 바닷속에서 옷소매를 확 잡아채듯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었다. 노랗고 커다란 굴뚝, 커다란 방울 같은 부표,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는 소형 증기선이 보였다. 어수선히 흩날리는 검은 연기는 살풍경스럽고, 빵부스러기와 썩은 과일이 .. 2024. 3. 31.
꼬마 철학자 - 알퐁스 도데 (김승민 옮김, 종이나라) 알퐁스 도데 - 꼬마 철학자 (1868년) 나는 18**년 5월 13일, 랑그독 지방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미디 지방의 여느 도시처럼 이곳도 햇빛과 먼지로 가득했으며, 카르멜회의 수도원과 두세 개의 로마 유적이 있었다. 이즈음 아버지 에세트 씨는 마을 어귀에서 큰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공장 한쪽을 집으로 개조해 생활했는데 공장의 한 켠이라고는 하지만, 플라타너스나무로 온통 그늘지고 널찍한 정원이 있어서 다소 포근한 느김을 주었다. 바로 이곳에서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좋은 시절들을 보냈다. 또 감사하게도 정원으로부터, 공장으로부터, 플라타너스나무로부터 영원히 남을 추억들을 받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파산하자, 나는 이러한 것들과 이별해야 했다. 생명.. 2024. 3. 29.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릴케 (도희서 옮김, 태동출판사)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929년) 1903년 2월 17일, 파리에서 당신이 보내 주신 편지는 며칠 전에야 받아보았습니다. 편지의 내용에 담겨 있는 커다란 친절에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나는 그 어떤 비평적인 견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평을 통해서 예술작품에 다가서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비평을 가하면 다소의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모든 사물은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이해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사건들은 대부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역 안에서 발생하며, 무엇보다도 예술작품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릇 예술작품이란 우리의 목숨과 달리 영원한 .. 2024.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