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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두 친구 - 톨스토이 (이상각 옮김, 인디북)

by handaikhan 2024. 4. 18.

 

톨스토이 - 두 친구 (원제 - 빛이 있는 동안 빛 속을 걸어라)

 

어느 부잣집에서 잔치가 열렸다. 많은 손님들이 몰려와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에 삶에 관한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손님들은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 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화제에 올렸는데, 이상하게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크리스트교도로서 독실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세속적인 생활에 빠져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했고, 이웃은 말할 것도 없이 신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신에게서 너무나 멀러 띨어져 있었다는 자괴심으로 숙연해졌다. 그때 한 청년이 일어나 좌중을 돌아보며 단호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왜 우리는 그런 나태한 생활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 왜 자신이 옳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런 생활을 계속해 온 걸까요? 우리에겐 생활을 변화시킬 만한 힘이 없는 걸까요?

우리를 멸망시키는 것은 사치입니다. 또 부귀에 대한 갈망입니다. 나태와 자만도 우리를 멸망시키는 데 큰 몫을 하지요. 이 모두가 자신을 이웃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을 우리 모두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명성이나 부귀를 추구하느라 인간에게 주어진 일체의 아름다움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도처에 널려 있는 향락의 장소에서, 자신의 몸을 유약하게 만들며 또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오로지 순간의 즐거움과 짜릿한 쾌감만을 생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태로워하면서 '내가 이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생활해서는 안 되는데' 하는 후회로 가슴을 치다가 마침내 죽어 가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 스스로의 삶을 망치면서 신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행복을 파괴하는 것일까요?

나는 정말 이런 생활이 싫습니다. 그래서 학문에 대한 미련도 포기해 버렸습니다. 사실 학문이야말로 지금 우리들이 호소하는 번민에 가득 찬 생활을 심화시켰을 뿐 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니까요. 저는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숲으로 가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려고 합니다.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저의 두 손에게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겠습니다.

혹 부질없는 제 학문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면, 그것을 그들에게 가르치겠습니다. 학교나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그들과 살을 맞대고 한 가족으로 살면서 실행하겠습니다." (p.9-11)

 

"아들아, 네 희망은 참으로 훌류아구나. 하지만 그것은 경솔하고 분별없는 생각이야. 너는 아직 인생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두 눈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을 실행하는 것은 극히 어렵고 복잡하다. 늘 걷던 길을 가기도 힘든 법인데, 하물며 새로운 길을 선택할 때의 어려움을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그런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란, 충분히 성숙된 인간으로 어떤 고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뿐이다. 아직 인생의 오묘한 진리도 깨닫지 못한 채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너의 의지는 젊은이의 경박한 오만일 뿐이다.

우리 같은 노인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는, 너희 같은 젊은이에게 경험에게 우러난 지혜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너희들의 그 혈기왕성한 마음을 억누르고, 좀더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해 주는 것이지.

너희들은 아직 여물지 못한 과일과 같다. 그러므로 경험 많은 우리들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먼 훗날에 할 일이고, 지금은 좀더 배워야만 하는 거야.

물론 사람이 성장하는 데 충분히 교양을 쌓는 것은 좋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아들아, 사람은 스스로 두 다리로 설 수 있고,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신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지금은 너를 걱정하고 지도해 주는 사람을 따라야 할 때다. 아들ㅇ, 헛된 자만심은 낯선 세계에 뒤어들 때가 아니란 말이다." (p.12-13)

 

"사실 인생 경험이 없는 젊은이가 새로운 길에 뛰어들다 보면 자칫 잘못되기 쉽습니다. 또 아직 어린 사람의 결심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아쉬움이 남아 있고, 그 생활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p.13-15)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홍지수 옮김, 펭귄클래식)

 

옛사람들은 옛날 방식을 따랐고, 새 시대의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p.15) 

나이를 먹으면 얻는 것 보다 잃은 것이 많은 법이다. 따라서 단지 연륜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젊은이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충고는 없다. 노인의 경험 역시 아주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들의 삶도 개인적인 이유로 비참하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보았다는 사실은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6) 

인간의 능력을 과거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그동안 해온 시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껏 어떤 실패를 했든지 간에 괴로워하지 말라. 누가 감히 당신에게 당신이 채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끝마치라고 명하겠는가? (p.17) 

우리는 덧없이 짧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시대를 체험해야 한다. 또한 각 시대에 존재했던 서로 다른 세상을 모두 체험해야 한다. 역사, , 신화를 보라! 다른 이들의 경험을 적은 글 중에 이보다 더 경이롭고 유익한 글은 없다. (p.17-18) 

한 세대는 좌초한 배를 버리듯이 지난 세대가 이룩한 과업을 포기하는 법이라오. (p.18) 

우리는 스스로를 제외하 다른 것들에는 너무나도 지대한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는 데는 소홀하다. 우리가 병들어 일손을 멈춘다고 세상이 멈추는가?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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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앞선 이들은 이미 크리스트의 가르침에 가까이 가 있는 거야. 그것은 곧 자기 부정이지. 영혼을 얻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는 거야.

그런 사람들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아. 그들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크리스트의 가르침대로 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내주지.

물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도 분명 있어.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주지 못하네. 마음이 약해서 흔들리기 때문이지. 아직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늘 입던 옷과 음식 없이는 살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모든 것을 내주지 못한다는 거지." (p.32)

<참고>

인간의 생각과 육신을 부정하고 영혼의 영생을 얻기 위해서 종교에 의지하는 잘못된 인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서로 사랑하면서 만인이 좀 더 평등하게 가난에서 벗어나 더 잘 살고자 하는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한 것이지, 인간을 부정하고 오로지 종교적인 삶이나 영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러시아 혁명의 진실 - 빅토르 세르주 (황동화 옮김, 책갈피)

묵자 - 묵자 (신동준 옮김, 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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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년 9월 9일 ~ 1910년 11월 20일)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톨스토이는 1828년 9월 9일에 남러시아 툴라 근처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 났다. 명문 백작가의 4남으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학력은 카잔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억압하는 대학교 교육 방식에 실망을 느껴서라고 한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톨스토이의 주요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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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권희정 옮김, 인디북)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김진욱 옮김, 범우사)

인생이란 무엇인가 - 톨스토이 (김근식 옮김, 동서월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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