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 - 톨스토이 (이채윤 옮김, 열매출판사)

by handaikhan 2024. 2. 26.

 

톨스토이 - 크로이체르 소나타 (1890년 출판)

 

이른 봄날, 나는 여행을 떠났다.

기차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들은 객실을 연방 드나들고 있었지만, 시발역에서 나와 같이 기차를 탄 다른 세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 중 작은 모자를 쓰고 남자들이 입는 듯한 투박한 외투를 입은 부인은 지친 얼굴로 연방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그녀의 일행인 마흔 살 가량의 신사는 멀끔하게 새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말이 많았다. (p.5)

 

아름다운 여자는 착하다는 환상, 그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죠. 예쁜 여자는 엉뚱한 소리를 잘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걸 모자란다고 생각지 않고 영리한 소리로 여깁니다. 멋있는 여자가 어리석거나 무시무시한 짓을 해도 사람들은 귀엽다고 합니다. 엉뚱한 소리도 안 하고 어리석은 짓도 안 하면,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완전무결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날 나는 마음이 들뜬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진실로 정숙한 여자다. 그러므로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나는 다음 날 그녀에게 구혼을 했습니다.

이것은 얼마나 진흙투성이 일입니까! 불행하게도 결혼하는 남자들을 보면 귀족들뿐 아니라 평민들 중에도 결혼 전에 돈 후안처럼 열 번, 백 번, 천 번씩이나 여자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그것을 멋있고 자랑스러운 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수없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죠.

어느 소설에서든 주인공들의 감정, 주인공들이 거니는 연못과 숲은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처녀에 대한 남자 주인공들의 멋있는 사랑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요. 그러나 주인공의 흥미로운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설이 있다면 처녀들이 그런 소설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정보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처녀들의 손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처녀들에게 우리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그런 방탕을 숨기고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인 양 시치미를 뗍니다. 그리고 영국인들처럼 우리 스스로 정말 그것을 믿는 데 익숙해져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나라에 사는 도덕군자라고 생각합니다. 불쌍한 처녀들은 그것을 믿고 있습니다.

가엾은 내 아내도 그랬죠. 나는 아내에게 내 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기의 내용 가운데는 나의 여성 편력에 관한 것이 많았습니다.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알기 전에 내 과거를 그녀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아내의 반응은 공포, 절망, 그리고 당혹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아내가 나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런데 왜 떠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p.40-4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테스 - 토마스 하디 (유명숙 옮김, 문학동네)

............................................................................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이게 사랑이고 영혼의 결합인가? 아니야, 이건 저 여자의 본모습이 아니야!' 나는 그녀의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려고 애썼지만, 절벽같이 차가운 벽에 부딪혀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불쾌한 말들을 주고받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언쟁의 영향은 심각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싸움이라고 불렀지만, 그러나 그것은 싸움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정말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벽이 실체를 두러낸 것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것도 잠깐, 욕망의 충족에만 탐닉하고 서로의 영혼은 등을 돌리고 만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을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을 얻어 내려는 두 사람의 완벽한 이기주의자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p.74)

 

사람들은 아이들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신의 축복이고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엣적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자식은 짐이자 고통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주 명백히 그것을 느끼고 있고, 가끔 부주의하게 그렇게 말합니다. 잘사는 계층의 어머니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병에 걸리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이들을 낳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할 것입니다. 설령 아이를 낳았더라도 아이에게 매이거나 아이로 인해 고통을 받기 싫어서 그들은 아이들을 양육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발, 그 귀여운 모습이 어머니에게 안겨 주는 달콤함과 희열은 어머니들이 겪는 고톧ㅇ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가 아프거나 죽는 경우는 물론이고, 혹시 아프거나 죽을까 봐 걱정하느 ㄴ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이로 인해 얻는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크니 아이를 가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여자들은 드러내 놓고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런 걱정이나 결론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 자기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좋은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놓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노골적으로 모성애를 거부하고 자기들의 이기주의만 증명하게 된다는 점이죠. 여자들은 아이의 재롱이 안겨 주는 희열이 아이가 안겨 주는 두려움보다 작기 때문에 걱정거리일 뿐인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사랑받을 한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들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자기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로 남은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이기주의입니다. 그러나 여자들의 그러 ㄴ이기주의를 비난하려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잘난 의사 선생들 덕분에 아이들을 키우며 그녀들이 겪는 고통이 엄청나서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p.98-100)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제대로 인식을 했더라면 그렇게 산다는 게 정말 끔찍하다는 것도 깨달았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구원이자 형벌이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함으로써 자신의 눈을 멀게 합니다. 바로 우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항상 힘든 가사 노동, 집안 청소, 아이들의 옷과 교육과 건강을 챙기는 데 전념함으로써 다른 고민을 잊으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나대로 밖에서 벌여 놓은 일, 취미 생활, 카드 도박에 미쳐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바빴고, 바쁘면 바쁠수록 서로를 미워한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얼굴이나 찌푸리고 좋겠군. 오늘은 회의 가 있는 날인데 밤새 난리를 피워서 잠도 못 자게 괴롭히고' 하고 내가 생각하면, 아내는 한술 더 떠서 그 생각을 입 밖에 냈습니다. '당신은 좋겠군요. 나는 아이들이랑 밤새 한잠도 못 잤단 말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묻어 둔 채 그렇게 안개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특별히 멋있는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잘못된 삶을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며 늙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나는 내가 빠져노오려고 몸부림치던 추악한 거짓의 세계나 끝없는 불행의 굴레를 깨닫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하나의 쇠사슬에 묶여서 서로 미워하고 상대방의 삶에 독을 쏟아부으면서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발버둥치는 죄수와 같ㅊ았습니다. 나는 대부분의 부부들도 별수가 없어서 우리처럼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올바른 인생이거나 그릇된 인생이거나 우연의 일치라는 게 있는 법이지요. 그랬습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서로 상대가 지겨워지면 다른 탈출구를 찾는 법입니다. (p.108-110)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년 9월 9일 ~ 1910년 11월 20일)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러시아 문학과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이다. 톨스토이의 주요 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톨스토이는 1828년 9월 9일에 러시아 남부 툴라 근처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니콜라이 일리치 톨스토이 백작과 마리야 톨스타야 백작부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카잔 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억압하는 대학교 교육 방식에 실망을 느껴서라고 한다.[1] 그는 부모의 유산 가운데 자신의 몫이 된 야스나야 폴랴나로 돌아간다. 영지에서 농노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계몽 실험을 벌이던 톨스토이는 1848년에 다시 고향을 떠난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져 빚을 많이 졌다.(급기야 1855년에는 도박 빚 때문에 야스야냐 폴랴나의 저택을 매각하고 말았다.) 그러다 1910년 11월 7일,그는 어느 간이역에서 "진리를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

(고일 옮김, 작가정신)

톨스토이 중단편선 3 (고일 옮김, 작가정신)

(이기주 옮김, 펭귄클래식)

크로이처 소나타 - 톨스토이 (김경준 옮김, 뿌시낀하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