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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2. 외국 문학

외투 - 고골 (동완 옮김, 신원문화사)

by handaikhan 2024. 1. 4.

 

중학생이 보는 외투

 

니콜라이 고골 - 외투 (1842년)

 

관청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관청인지 그 이름은 밝혀 두지 않는 편이 나을 둣하다. 부처나 연대, 사무실 등등 모든 종류의 관료 계급의 사람들처럼 화를 잘 내는 이들도 없다. 더구나 요즈음은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마치 사회 전체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p.12)

 

이 관청에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위들도 그가 지나갈 때 일어서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일조차 없었다. 보잘것 없는 파리가 지나가는 것처럼 여겼다. 그의 상사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그를 대했다. 어떤 상사는 갑자기 그의 턱밑에 서류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이걸 정리해 주게." 아니면 "이 일은 잘 처리했네."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예의범절에 밝은 다른 관청처럼 흐뭇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역시 서류를 잠시 노려볼 뿐 누가 그것을 건넸는지, 그 사람이 자기에게 그 일을 맡길 권리가 있는지조차 생각하지도 않고 받아 정서를 했다.

젊은 관리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들은 관료 특유의 풍자와 익살을 총동원해서 그의 앞에서 그를 비꼬는 여러 가지 말을 늘어놓곤 했다. 그가 일흔이나 된 하숙집 여주인에게 얻어맞고 지낸다는 소문을 내는가 하면, 언제 장가들 것인지 묻고, 그의 머리 위에 눈이 내린다며 종이 오린 것을 뿌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이런 행동에 한 마디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의 일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들이 아무리 귀찮게 해도 그는 서류에 글씨 한 자 틀리는 일이 없었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당신들은 왜 나를 괴롭히는 거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 말에는 매우 기묘한 데가 있었다. 그것은 애절한 호소가 깃들어 있는 음성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 들어온 어느 젊은 관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를 골려 주려고 그에게 갔다가 그 분위기에 침에 맞은 듯 마음이 변해 장난을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젊은 관리 눈에 비치는 세상 모든 것이 이상하게도 전혀 다르게 보였다. 무엇인가 초자연적인 힘이 젊은 관리를 동료들로부터 밀어낸 것 같았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와 만나기 전까지 그 관리는 동료들이 세련되고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교제해 왔다. 그 후에도 오랫동안 유쾌한 시간이 보내다가 갑자기 키가 작고 대머리인 한 관리의 모습이 떠올렸다. 그 대머리 관리의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시오. 왜 나를 괴롭히는 거요?"라는 몸을 찌르는 듯한 말에는 "나도 당신들과 같은 동포요'라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 다음부터 이 불쌍한 관리는 인간 내부에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것들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세련되고 교양이 있는 상유 사회에, 세상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우러러보는 인물들 내면 속에 숨겨진 잔인한 횡포를 목격할 때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몇 번이나 몸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이처럼 자기 일에 정성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이 그 어디에 있을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정말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을 대했다. (p.15-17)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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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 - 코 (1836년)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무엇이든 오래 지속되지 않는 법이다. 기쁨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 대수롭지 않게 되고, 시들해져서 예사로운 감정이 되어 버린다. 그것은 조그만 돌이 물에 떨어졌을 때 생긴 파문이 마침내 다시 유리알 같은 수면으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같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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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1809년 3월 20일 ~ 1852년 2월 21일)

러시아의 작가이며 극작가이다.

1809년 우크라이나에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818년 풀타바 군립 학교를 거쳐 1829년 네진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젊었을 때 배우를 지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해 문학으로 전환한 고골은 철학, 문학, 역사에 관심을 두었고 이후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을 쓰게 된다. 1827년에 페테르스부르크로 이주하여 우크라이나 인민의 생활을 취재한 소설 《디카니카 근교 농촌 야화》를 출판하여 크게 명성을 얻었으며, 이때부터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사귀고 이후 그가 남긴 대작의 소재는 거의 대부분 푸시킨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1834년 페테르스부르크 대학의 조교로서 세계사를 강의했으나 실패하여 곧 퇴직하였다. 1836년 희극 《감찰관》을 알렉산더 극장과 모스크바에서 상연하였다. 이는 진보 세력의 절찬을 받았지만, 지배 세력으로부터는 공격을 받게 되어 그는 로마로 갔다. 그 후 계속하여 스위스·파리·로마 등지에 거주하였다. 1847년에 또 하나의 대표작 《결혼》을 쓰고, 같은 시기에 로마에서 명작 《죽은 영혼》의 제1부를 완성했고 제2부의 집필을 시작하며 1848년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건강을 해친 뒤였다. 결국 《죽은 영혼》을 모스크바에서 완성했으나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정신적 고뇌와 사상적 동요로 인해 정신 착란에 빠져 원고를 불 속에 던지고 10일간의 단식으로 자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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