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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X. 정리중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김태희 옮김, 혜원출판사)

by handaikhan 2024. 2. 5.

 

찰스 디킨스 - 위대한 유산 (1861년)

 

아버지의 성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는 '핍' 이상 더 길거나 분명하게 발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핍이라고 불렀고,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불렀다.

아버지의 성이 피립이라는 사실은 아버지의 묘비와 누나의 말에 근거를 둔 것이다. 누나는 대장장이와 결혼하여 조 가저리 부인이 되어 있었다. 내겐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사진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한 상상은 엉뚱하게도 부모님의 묘비를 보며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비석의 글자 모양을 보고 나는 아버지가 네모난 얼굴에 체구는 건장하며, 살결은 검은 편이고, 검은 고수머리였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조지아나 부인 역시 여기 잠들다.'라는 비석의 글자 모양과 구절을 보고 어머니의 얼굴에 주근깨가 많았고, 몸이 허약하였으리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보모님의 무덤 옆에는 다서 개의 조그마한 마름모꼴 비석이 한 줄로 서 있었다. 동생들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생들은 생존 경쟁에서 너무도 일찍 자신의 삶을 포기하였다. 나느 ㄴ이 조그만 비석들을 보면서 동생들이 연이어 태어났으며, 너무 빨리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5)

 

지금 생각하면 오래 전이지만, 그때부터 나는 어른들은 공포에 떨며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어린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리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가 아무리 쓸데없는 것이라 해도 공포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나는 내 심장과 간을 노리고 있는 젊은 사람 때문에, 또 쇠고랑을 찬 사나이 때문에, 무서운 약속을 하고 만 나 자신 때문에 죽음의 공포에서 떨고 있었다. 그러나 번번이 나를 반박하는 모든 일을 다 알아차리는 누나로 인해 어떤 요구가 있을 때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지는 생각조차 하기 두려웠다. (p.21)

 

나는 마치 스페인 투우장에 있는 불쌍한 소처럼 이러저러한 윤리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회초리에 재치 있게 채찍질 당하고 있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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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존 허펌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년 2월 7일 - 1870년 6월 9일)

영국인 작가이자 사회 비평가이다. 그는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 속의 인물을 만들어냈고,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소설가이다.

그는 특히 가난한 사람에 대한 깊은 동정을 보이고, 사회의 악습에 반격을 가하면서, 사회에 대한 실제의 일들의 묘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완성했다. 후기 소설에는 초기의 넘치는 풍자는 약해졌으나, 구성의 치밀함과 사회 비평의 심화는 주목할 만하다. 그의 작품으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등을 비롯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의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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