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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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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 오상원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60) 목차 송병수 쑈리 킴 저 거대한 포옹 속에 오상원 유예 모반 ................................... 오상원 - 유예 (1955년) 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돌덩이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깊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에 통나무로 막은 문 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엿보인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로 짐작하여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며칠 전까지 있었던 모양이군. 그놈이나 매한가지지, 하고 사닥다리를 내려서자마자 조그만 구멍으로 다시 끌어올리며 서로 주고받던 그자들의 대화가 아직도 귀에 익다. 그놈이라고 불린 사람이 바로 총살 직전에 내가 목격하고 필사.. 2023. 5. 24.
비 오는 날 - 송창섭 (삼성출판사) 삼성 주니어 문학 23 목차 장용학 요한시집 손창섭 비오는 날 잉여 인간 오상원 유예 선우휘 불꽃 .................................... 손창섭 - 비오는 날 (1953년)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그의 뇌리를 영사막처럼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에게는 으레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과 쓰러져 가는 목조 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옥 오뉘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고 그 마음구석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 같았다. 원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욱과 동옥은 그 .. 2023. 5. 23.
요한 시집 - 장용학 (삼성출판사) 삼성 주니어 문학 23 목차 장용학 요한시집 손창섭 비 오는 날 잉여 인간 오상원 유예 선우휘 불꽃 .................................... 장용학 - 요한 시집 (1955년) 한 옛날 깊고 깊은 산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는 그곳은 일곱 가지 색으로 꾸며진 꽃 같은 집이었습니다. 토끼는 그 벽이 흰 대리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곤 없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게 땅속 깊이에 쿡 박혀든 그 속으로 바위들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히 한 줄로 틈이 뚫어져 거기로 흘러드는 가느다란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 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 놓았던 것입니다. 도무지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일곱 가지의 고운.. 2023. 5. 23.
옷자락은 깃발같이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옷자락은 깃발같이 가뜩이나 추운 북만주 벌판은 함박 같은 흰 눈발에 파묻히었습니다. 아득한 눈발 속에 날은 밝아 오고 또다시 저물어 가기를 세 번이나 하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바람은 차서 눈보라는 치지만 차차로 눈발은 걷혀 갑니다. 그러자 며칠 만에 나타나는 빛나는 햇빛은 회색 구름을 쪼개고 나옵니다. 끝없는 벌판에는 온통 은 뚜껑을 덮어 놨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에 어울려 올라가는 한 뭉텅이 눈발만은 햇빛에 비쳐서 영롱한 은 기둥을 이루.. 2023. 5. 23.
새로 들어온 야학생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새로 들어온 야학생 아버지는 환갑까지 지내신 노인이십니다. 머리는 허옇게 세시었으나, 아직까지 허리도 구부러지지도 않으시고, 게다가 다리와 팔은 젊은 아저씨보담 못지않게 굵은 힘줄이 서시었습니다. 그도 그러실 것이빈다. 아주 까마아득한 젊은 시절부터 삼십 년 동안이나 공장의 배달부 노릇을 하시느라고 줄창 수레만 끄시고 다니셨으니까요. 집안 식구로는 아버지보담도 훨씬 나이를 덜 잡수시었지만, 늙기는 몇 곱 더 늙어 보이시는 어머님 한 분과 또 올해에 겨우 열세.. 2023. 5. 23.
쫓겨 가신 선생님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쫓겨 가신 선생님 동무여! 어떻게 이런 일이야 나 혼자만 가지고 있을 수 있으랴! 혼자서 운들 소용이 있고, 혼자서 '왜 그런가?'를 생각한들 해결을 얻을 수야 있겠으랴! 나는 나에 대한 것은 하나도 말하기가 싫다. 말할 필요도 물론 없으니까....다만 나는 내가 그중 믿고 지내던 선생님의 덕택으로 자꾸 세상이 이상스럽게 보이는 시골 소년인 것만을 알아라. 그리고 훌륭한 공립 보통학교 학생이 못 되고, 낡고 고요한 사립 학교의 학생인 것만을 알아 다.. 2023. 5. 23.
달나라 급행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달나라 급행 (1959년) 윤성이는 동생 기성이와 싸우고 화가 나서 집을 나왔습니다. 싸우려고 한 것이 아니고 좋게 얘기했는데도 동생은 형을 깔보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형의 말을 잘 듣는데, 어째서 기성이는 조그만 일에도 말썽만 부리고 제 맘대로 하려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윤성이는 아우가 보기 싫어지고 괘씸해서 몇 번이나 등을 두들겨 주어, 우는 걸 보고서야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뒷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혼자 .. 2023. 5. 22.
바닷가의 소년들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바닷가의 소년들 (1949년) 바다는 새파랗게 뛰놀고 있었다. 흰 구름이 날고 있는 여름 하늘 아래 살아 뛰노는 팔팔한 물결, 그 춤추는 물결 위로 우쭐거리며 가는 돛단배도 흥겨워 보인다. 상운이는 누이동생 상옥이와 같이 바닷가에서 방게를 잡으며 놀고 있었다. 깡통 속엔 벌써 여남은 마리나 모였다. 상운이는 이 바닷가가 언제나 좋았다. 바다 없는 데서 살다 온 상운에게는 이 마을, 그 어느 곳보다도 바닷가에 나와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한 가지,.. 2023. 5. 22.
눈뜨는 시절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눈 뜨는 시절 (1949년) "잡았다아. 아주 큰 거야, 큰거...." 혜영이는 개울가에서 나비 잡는 포충망도 없이 손으로 호랑나비를 잡아 쥐고, 이편 언덕으로 뛰어오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무슨 나비야? 어디봐." 정길이는 곁으로 달려온 혜영이의 나비를 들여다보고 "애걔, 요걸 가지고 그렇게 야단이야?" "왜? 너, 이런 큰 나비 잡아나 봤어?" "얘, 이건 흔해 빠진 거야. 아무튼 인내. 또 잡아 줘, 응?" 혜영이는 정길이가 얄미웠다.. 2023. 5. 22.
공주와 고블린 - 조지 맥도널드 (황해조 옮김, 교원) 교원 위즈퍼니 세계 명작 1 조지 맥도널드 - 공주와 고블린 (1872년) 옛날에 어린 공주가 있었다. 아버지는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이 많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왕의 궁전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공주 아이린이 태어났다. 공주는 태어나자마자 곧 궁전을 떠나야 했는데, 어머니의 몸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공주는 큰 저택에 사는 시골 사람들 손에 자랐다. 절반은 성, 절반은 농가로 이루어진 이 저택은 왕이 사는 곳과 다르게 산기슭과 산꼭대기 중간인 산 중턱에 있었다. (p.11)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말한 사람들이 고블린의 짐승을 고블린이라고 착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들의 설명과 달리 고블린의 모습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블린의 몸은 점점 기형적.. 2023.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