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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

바닷가의 소년들 - 이원수 (삼성출판사)

by handaikhan 2023. 5. 22.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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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 바닷가의 소년들 (1949년)

 

바다는 새파랗게 뛰놀고 있었다. 흰 구름이 날고 있는 여름 하늘 아래 살아 뛰노는 팔팔한 물결, 그 춤추는 물결 위로 우쭐거리며 가는 돛단배도 흥겨워 보인다.

상운이는 누이동생 상옥이와 같이 바닷가에서 방게를 잡으며 놀고 있었다. 깡통 속엔 벌써 여남은 마리나 모였다.

상운이는 이 바닷가가 언제나 좋았다. 바다 없는 데서 살다 온 상운에게는 이 마을, 그 어느 곳보다도 바닷가에 나와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좋은 바닷가에 상운이가 제일 싫어하는 아이, 병주란 놈이 곧잘 놀러 나오는 데는 질색이다.

이 마을로 이사해 와서 학교에 전학한 지 두 달 동안에 한반 아이들은 거의 다 사귀어 정답게 지내게 됐건만, 병주 녀석만은 아무래도 사귈 수가 없었다.

심술 많고, 어린아이들 잘 골려 먹고, 욕 잘하고, 싸움 잘하는 불량배인 병주는 상운이 반에서만 아니라 온 학교에서도 이름이 났다. 성미가 나쁜 데다가 나이 많고 키가 크고 힘이 세었다. 심술이 나면 괜히 동무들의 책을 뺏어 마구 구겨 처박기도 하고, 남의 모자를 시궁창에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선생님께 일러도 소용이 없었다. 선생님한테 야단을 만나면 일러바친 애가 병주 분풀이에 배겨 낼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하지 아니할 수 없이 아이들은 병주의 구미를 맞추어 주었다. 병주 맘에만 들게 되면 누구와  싸움이 벌어져도 안심이다. 병주가 편을 들고 나서면 별수 없이 도망을 가 버리는 까닭이다. 따라서 병주한테는 부하가 많았다. (p.42-44)

 

상운은 맞은 것보다 여러 아이들 보는 데서 "잘못했습니다. 이댐엔 절대 복종하겠습니다."하고 맹세를 하게 된 것이 가장 불쾌했다. 내 양심을 속여 여러 사람 앞에 비굴한 약속을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부끄러운 짓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용기 없는 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점점 더 슬펐다. (p.50-51)

 

아이들은 아까 병주와 같이 다니던 동무들인데, 여기 이 물속에 동무가 빠져 나오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병주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해삼을 주우러 들어갔다가 그만 팔다리에 쥐가 났는지 헤엄을 못 치고 몇 번을 떴다가 그만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근처에는 웬일인지 사람조차 없다.

상운은 한 아이에게 사람들을 부르러 가게 하고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물이 맑아서 저만치 바위틈에 아이 하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얄미운 놈, 병주 놈이다!'

그러나 상운은 미운 병주보다도 죽어가는 가는 아이 하나로만 보였다.

상운은 옷을 훨훨 벗었다. 빠진 것이 누구이든 그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옷을 벗자 상운은 풍덩 물속에 뛰어들어 갔다. 물에서 몇 걸음 헤엄쳐 나가서 상운은 물 밑으로 자맥질을 해서, 다 죽게 되어 정신을 잃은 소년의 발을 붙들고 헤어 나온다.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섣불리 건드리다가는 저마저 죽는 게 일쑤다. 빠진 사람이 정신을 잃기 전에는 가까이 갔다간 붙잡혀서 둘 다 죽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운은 저보다 큰 아이를 무난히 건져 내었다 .방축에까지 올려 오기는 어려워서 어른들이 오기를 기다려 방축 위로 끌어올려 인공호흡을 시켰다.

빠진 지 오래돼지 않았기 때문에 곧 숨이 돌아 병원으로 실어 갔다. (p.52-54)

 

바다는 여전히 푸른 물결, 흰 거품을 뒤섞어 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p.55)

 

<작품 이해>

바닷가에서 상운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병주에게 화가 많이 나서 "이 망할 자식!"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병주는 상운이를 끌고 가서 때리고, 싸움을 말리려는 상운이의 누이동생까지 떠밀었지요.

상운이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빨리 항복하고 싶었습니다. 병주의 못된 행동에 화가 많이 났지만, 하는 수 없이 병주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했지요. 그것도 모자라 병주는 상운이에게 복종을 요구했고, 상운이는 병주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상운이는 이 일로 화도 많이 났고, 용기가 없었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상운이는 이렇게 자신에게 큰 모욕을 준 병주를 구해 주었지요. 병주가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것 쌤통이다.'하며 모른 체하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상운이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병주의 목숨을 구한 것입니다.

상운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병주가 아무리 밉더라도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운이가 물에 빠진 병주를 보았을 때, '미운 병주보다도 죽어 가는 아이'로 보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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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李元壽, 1912년 1월 5일 ~ 1981년 1월 24일)

대한민국의 아동 문학가이다.

경상남도 양산 출신. 1930년 마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함안 가야금융조합에 근무하다가 상경, 1945년 경기공업학교 교사가 되었다. 이어 출판계로 전직하여 1947년 박문출판사 편집국장, 1960년 삼화출판사 편집장 등을 역임하고, 1965년 경희여자초급대학 강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문학 단체에도 적극 참여하여 조선프로레타리아문학동맹 아동문학부 맹원으로 활동했으나, 동란 후에는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위원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1926년 동요 「고향의 봄」이 방정환(方定煥)에 의하여 『어린이』에 뽑힘으로써 문단에 나와 윤석중(尹石重) 등과 ‘기쁨사’ 동인이 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외형률 중심의 재래식 동요에서 내재율 중심의 현실참여적 동시를 개척하여 「헌 모자」·「보리방아 찧으며」·「교문 밖에서」·「찔레꽃」·「이삿길」·「양말사러 가는 길」 등 자유동시를 확립한 대표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또한, 장편동화 및 아동소설(소년소설)을 확립하는 데 선구적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숲속나라」(1948)는 최초의 장편동화의 시도이며, 『오월의 노래』(1954) 등은 본격적인 소설적 구성과 표현을 구사한 작품이다.
작품활동 외에도 끊임없이 비평 활동을 하면서 비평 부재의 아동문학계에 아동문학이론을 확립하였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걸쳐 신문·잡지를 통하여 시평·월평·작가론을 계속 발표하며 아동문학의 본질에 관한 기초이론을 전개하였다. 1966년에는 『교육자료』에 10회에 걸쳐서 「아동문학입문」을 연재하였다.
이원수의 작품은 초기의 율동적이며 감각적인 경향에서, 1940년대 동시 「어머니」(『아이생활』, 1943.9)에 나타난 바와 같은 저항적 현실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경향으로 변천하였다. 6·25동란 이후에는 동요·동시보다는 동화·아동소설에 주력, 현실을 직시한 고발적 사실주의 아동소설을 발표하였다.
이원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동은 세속적 의미의 불행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전기의 동요·동시로부터 「숲속나라」·「라일락언덕」·「신의 합창」 등에 나오는 불행한 아이들이 현실적 불행을 인내와 끈기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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