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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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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계 - 안회남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안회남 - 투계 (1937년) 목로집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떠들썩하고 굿드레한 냄새가 난다. 좋다. 그래서 어른들뿐 아니라 동리 어린아이들까지도 술집 부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앞에 가서 술청을 들여다보고 안주 굽는 것을 구경하고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한다. 그 어른들 약주 잡숫는 세계가 제들 눈에 신기하기만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쓸쓸하고 가난한 집안보다 늘 거기가 풍더분해서 아이들에게도 자연 마음이 쏠리는 것이리라. (p.155) 심가는 오늘도 한종일 방에서 뒹굴고 있다. 주독으로 해서 콧등이 빨갛고 세수를 안 하는 날이 하.. 2023. 5. 17.
불 - 안회남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안회남 - 불 (1946년) 음력 정월 보름날 - 새벽 일찍이 일어나 안방으로 가니까, 어머님께서 밤 한 톨을 주신다. 어려서부터 해 오던 버릇대로 공손히 받아서 입에 넣고 깨물었다. 또 약주 한 잔을 데우지도 않고 주셨다. 먹으니까 찬 술이 향기를 풍기며, 찌르르 기분 좋게 뱃속을 자극한다. 아마 이날 날밤이나 잣, 호도 등속의 단단한 것을 먼저 먹게 하는 것은 치아가 튼튼하라는 뜻인 성싶다. 치아가 오복 중에 하나로 든다고 한다. 찬 약주를 그대로 마시는 것은, 일 년 내 남에게서 추잡하지 않고 좋은 말만 들으라는 축수이며 또 귀가 .. 2023. 5. 17.
창랑정기 - 유진오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유진오 - 창랑정기 (1938년) '해만 저물면 바닷물처럼 짭조름히 향수가 저려 든다.'고 시인 C군은 노래하였지만 사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란 짭짤하고도 달콤하며 아름답고도 안타까우며 기쁘고도 서러우며 제 몸 속에 있는 것이로되 정체를 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혹 우리가 무엇에 낙망하거나 실패하거나 해서 몸과 마음이 고달픈 때면은 그야말로 바닷물같이 오장육부 속으로 저려 들어와 지나간 기억을 분홍의 한 빛깔로 물칠해 버리고 소년 시절을 보내던 시골집 소나무 우거진 뒷동산이며 한 글방에서 공부하고 겨울이면 같이 닭서리 해다 먹던 수남이.. 2023. 5. 17.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옥상의 민들레꽃 (1979년) 우리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실수로 떨어진 게 아니라, 일부러 떨어지셨다니까 할머니는 자살을 하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두 번째 입니다. 그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할머니의 며느리가 놀라서 악을 쓰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베란다로 뛰어나갔습니다. 나도 뛰어나갔습니다만, 엄마가 뒤에서 내 눈을 가렸기 때문에 7층에서 떨어진 할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엄마는 내 눈을 가려 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2023. 5. 16.
시인의 꿈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시인의 꿈 (1999년) 길이란 길은 모조리 포장되고, 집이란 집은 모조리 아파트로 변한 아주 살기 좋은 도시가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얼음판처럼 매끄럽고, 티끌 하나 없이 정갈한 아파트 광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낡은 자동차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바퀴는 없었습니다. 작은 유리창이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소년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에는 작은 침대와 몇 권의 책이 있고,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깡통에 든 더러운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속에서 사람이 .. 2023. 5. 16.
자전거 도둑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자전거 도둑 (1979년)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수남이란 어엿한 이름이 있는데도 꼬마로 통한다. 열여섯 살이라지만 볼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끗하다. 숙성한 건 목소리뿐이다. 제법 굵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면 점잖고 떨떠름한 늙은이 목소리로 들린다. 이 가게에는 변두리 전기 상회나 전공들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가 잦다. 수남이가 받으면 "주인 영감님이십니까?" 하고 깍듯이 존대를 해 온다. "아, 아.. 2023. 5. 16.
세갱 영감의 염소 이야기 - 알퐁스 도데 (권지현, 손원재 옮김, 주변인의 길) 알퐁스 도데 작품선 알퐁스 도데 - 세갱 영감의 염소 이야기 그랭고와르! 자네는 늘 그 모양일 걸세. 못난 친구 같으니! 파리의 유명한 신문사에서도 기자로 와달라는데, 그걸 마다하다니. 참 배짱 한번 두둑하구먼.....제발 자네 그 몰골 좀 보게나, 이 불쌍한 친구야! 구멍 난 윗도리며 바지는 해져 가지고.....배고픔에 찌들어 삐쩍 마른 얼굴은 또 어떤가. 도통 시에만 매달리니 그리 된 게 아닌가! 지난 10년 간 시에만 전념한 대가가 고작 이건가? 대체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 말이야? 어서 그 일자리를 받아들이게, 이 친구야! 어리석게 굴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그러면 돈도 잔뜩 벌 수 있고, 일류 레스토랑에서도 자네를 위해 특별석을 마련해놓을 걸세. 그리고 연극 공연 첫날에는 모자에 새로운 깃도 꽂아 .. 2023. 5. 16.
김 강사와 T 교수 - 유진오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유진오 - 김 강사와 T 교수 (1935년) 문학사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학생 시대는 한때 '문화비판회'의 한 멤버로 적지 않은 단련의 경력을 가졌으며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실업자의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 왔지만 아직도 '도련님' 또는 '책상물림'의 티가 뚝뚝 듣는 그러한 지식 청년이었다. S 전문학교 교문을 들어선 택시가 기운차게 큰 커브를 그려 육중한 본관 현관 앞에 우뚝 섰을 때에는 벌써 김만필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2학기 개학하는 날이라 학생들은.. 2023. 5. 15.
표구된 휴지 - 이범선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이범선 - 표구된 휴지 (1972년) 니무슨주변에고기묵건나. 콩나물무거라. 참기름이나마니처서무그라. 누렇게 뜬 창호지에다 먹으로 쓴 편지의 일 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피곤할 때면 화실 한쪽 벽에 걸린 그 조그마한 액자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생겼다. 그건 매우 서투른 글씨의 편지다. 앞부분과 끝 부분은 없고 중간의 일부분만인 그 편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으로 미루어 시골에 있는 늙은 아버지 - 어쩌면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 - 가 서울에 돈 벌러 올라온 아들에게 .. 2023. 5. 14.
오마니 별 - 김원일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24 목차 김원일 오마니 별 이상준 산고양이 재판 노일용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 안평원 물 대기 ............................................. 김원일 - 오마니 별 (2008년) "조 씨 있는가?" 하고 부르는 소리가 길 아래쪽에서 들렸다. 전지 불빛이 마당 입구를 스쳐 갔다. 어스름은 늘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바람을 몰아왔고, 등성이를 타고 오른 바람이 펼친 치마폭인 듯 산을 흔들며 훑어 나갔다. 느릅나무와 개암나무가 스산스레 잎을 지웠다. 마당을 덮은 가랑잎이 아이들 줄 세우듯 가지런히 선 참깨 묶음을 비켜 언덕 아래로 쓸려 갔다. 전지 불빛이 마당까지 올라오자 불빛과 인기척을 알아챈 염소 우리의 염소들이 기척을 내며 수런댔다. 울은커녕 삽짝 조차.. 2023.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