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 - 굴원: 고문진보(후집) - 황견 엮음 (이장우.우재호.박세욱 옮김, 을유문화사)
황견 - 고문진보 漁父辭 -屈原 (어부사 - 굴원)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호반을 거닐며 읊조리니, 얼굴빛이 핼쑥하고 몸은 마르고 생기가 없었다. 어부가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하였다.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므로,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어부는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늘,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그 밑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
2023. 2. 2.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오유리 옮김, 문예출판사)
문예 세계문학 36 다자이 오사무 - 사양 (1947년) 석양이 어머니의 얼굴을 비춰, 어머니의 눈이 검푸르게 빛나고, 두 눈 속에 희미한 분노의 빛이 스쳐, 그 얼굴은 와락 달려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아아, 어머니의 얼굴은 조금 전 그 쓸쓸하고 슬퍼 보였던 뱀과 닮았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있는 살무사처럼 꿈틀거리는 흉측한 뱀이, 이 슬픔에 사무쳐 오히려 아름다운 어미 뱀을 언젠가 잡아먹어버리지는 않을까, 왠지, 무엇 때문인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가냘프고 우아한 어깨에 손을 얹고, 왠지 모를 몸부림을 했다. (p.153) 아아, 돈이 없어진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