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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1. 동양 - 고전 소설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오유리 옮김, 문예출판사)

by handaikhan 2023. 2. 2.

문예 세계문학 36

다자이 오사무 - 인간실격 (1948년)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p.13)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이 서로 엇갈린 것 같다는 불안,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신음했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행운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만, 언제나 사는 것이 지옥 같았고, 오히려 날 보고 행운아라고 말한 그 사람들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p.16)

 

난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그렇다고 인간을 아무래도 단념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런 우스운 행동을 수단으로 인간과의 가느다란 연결 고리를 이을 수 있었습니다. (p.17)

 

무슨 짓이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웃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인간들은 내가 그들의 이른바 '생활'권 밖에 있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앟게 되지 않을까. (p.19)

 

존경받는다는 관념 또한 나를 상당히 두렵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인간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자에게 간파되어, 산산조각나고, 죽기보다 더한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존경받는다'는 상태에 대해 내가 내린 정의입니다. 인간을 속이면서 '존경'받아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들도 마침내 그의 입을 통해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 순간 타오르는 인간들의 분노, 복수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요.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 느낌입니다. (p.23)

 

지금 나를 조롱하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든 인간들은 서로의 불신 속에서 야훼도 뭐도 염두에 두지 않고, 태연스럽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p.25)

 

내겐 서로 속이면서도, 결백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 자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p.26)

 

겉으로는 변함없이 처량 맞은 '우스운 행동'을 해서 반 아이들을 웃겼지만, 문득 문득 나도 모르게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오고,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다케이치는 내 의도를 속속들이 꿰뚫어보고, 곧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나에 대해 자기가 알아차린 것을 말하고 돌아다닐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이마에선 기름땀이 찐득찐득 배어 나오고, 마치 광인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됐습니다. (p.31)

 

여자는 나의 '우스운 행동'에 남자보다 훨씬 너그러운 듯 보입니다. 내가 우스운 행동으로 연기를 한다고 해서 남자들이 언제나 그때마다 껄껄대고 웃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도 그런 남자들의 속성에 맞춰서,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끊으려고 신경 씁니다. 그런데 여자는 적당한 선이란 걸 모르고 계속해서 내게 그 '우스운 행동'을 요구해, 나는 그 끊임없는 앙코르에 응하느라,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정말이지 잘 웃습니다. 도대체 여자는 남자보다 쾌락을 흘러 넘치도록 향유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p.35)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느낌받은 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안일함, 아둔함, 위대한 화가들은 하찮은 것들도 자신의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해내고, 또는 추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것에 대한 흥미를 숨기지 않고, 표현의 환희에 도취된다. (p.40)

 

나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도시의 건달을 본 것입니다. 나는 나와 겉모양은 다르지만, 이 세상 인간사에서 완전히 유리되어 목적지를 모르고 헤매는 점에 있어서만은 확실히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스운 행동'을 의식하지 않고 했으며, 더군다나 그 행동의 비참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었습니다. (p.44)

 

뻔한 일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원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 있고, 욕심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허영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색과 욕을 나란히 두어도 그런데,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인간 세계의 밑바닥에는 경계뿐만 아니라 불가사의하고 괴기스러운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서, 그 괴기스러움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나는 예의 유물론을, 물이 아래로 향하듯 자연스럽게 긍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되거나 그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에 눈을 떠 희망으로 부풀 수는 없었습니다. (p.49)

 

비합법. 내겐 그것이 은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통용되는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난 두려웠고(거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를 예감하게 됩니다) 그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서, 창문도 없는, 뼛속까지 얼어 붙게 마드는 그 방에서는 가마히 앉아 있지 못해서, 밖은 비합법의 바다라 할지라도 그곳으로 날아들어 헤엄치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게 내겐 훨씬 마음 편할 것 같았습니다. (p.50)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p.61)

 

돈이 떨어지면, 남자는 스스로 의기소침해져서 영 구실을 못하게 되고, 웃음소리에도 힘이 없고, 이상하게 속이 배배 꼬여가지고,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서는 말이야, 남자 쪽에서 먼저 여자를 차버린다. (p.61-62)

 

여성이란 존재는 즐기고 난 이후의 일과 아침에 일어난 이후의 일 사이에 먼지 한톨 만큼의 미련도 없이, 완전한 망각처럼 완벽하게 분리된 두 세계에 사는 묘한 존재라는걸, 그 당싱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p.62-63)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속물들의 눈으로 보면, 쯔네코는 술 취한 놈이 키스할 가치도 없는, 정말 초라하고 빈티 나는 여자였습니다. (p.65)

 

넙치의 말투는, 아니 세상 사람들의 말투는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꼬여 가지고 어딘가 뚜렷하지 않고 탁한 구석이 있는데,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파놓고 있는 듯한,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거의 불필요한 경계와 수도 없이 이루어지는 술책과 흥정에 나는 언제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될 대로 되라는 식이 되어, 끝내는 '우스운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또는 아무 말없이 상대의 의견을 수긍하여, 모든 걸 네 뜻대로 하라는, 이른바 패배주의자의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p.76-77)

 

아아, 인간은 서로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인 양 평생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상대가 죽으면 눈물 흘리며 조문 따위를 읊어대는 것 아닐까요. (p.92)

 

세상이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걸까요. 인간들의 집단을 말하는 걸까요. 어디에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가 있는 걸까요. 그 실체가 뭐가 됐든, 강하고 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였지만, 호리키에게 그런 소리르 듣고 나니 문득 "세상이란 건 널 두고 하는 말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꾹 참았습니다.

'그런 짓은 세상이 용서치 않아.'

'세상이 아니라 네가 용서치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으로부터 큰일을 당한다.'

'세상이 아니야. 네가 그러고 싶은 거겠지.'

'당장에 세상에서 매장된다.'

'세상이 아니야. 날 매장하는 건 바로 너 아니냐?'     (p.92-93)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난 '세상이란 개인을 말하는 게 아닌가?'라는 철학적 관념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란 개인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지금까지보다 약간은 내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93)

 

세상, 나도 이제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싸움에서, 나아가 바로 그 자리의 싸움에서, 거기서 이기면 되는 것이며,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 존재로 노예조차 노예 나름의 비굴한 앙갚음을 하는 법이니 인간에겐 '한판 승부'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는 생존해 나갈 길이 없고, 대의명분 따위를 내걸고 이루고자 노력한 목표는 반드시 개인으로 귀결되고, 개인을 딛고 일어선 다음에도 다시 개인을 향하므로 세상의 불가사의는 개인의 불가사의고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을 말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나니, 난 세상이라는 큰 바다의 환영을 두려워하는 버릇에서 약간 해방되어, 이전만큼 이것 저것 오만 가지 일에 걱정하는 일 없이, 눈앞에 닥친 필요에 따라 어느 정도는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법을 익히게 됐던 겁니다. (p.97)

 

루바이야트 - 오마르 하이얌

 

소용없는 기도 따윈 그만두면 어때.

눈물을 부르는 짓이랑 집어치워라.

자 한잔 들이키자, 기분 좋은 생각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이랑 잊어버리자.

 

불안과 공포로 사람을 위협하는 무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중죄에 떨고

죽어나갈 목숨들의 복수에 대비하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살 길을 찾아 계략을 짠다.

 

어잿밤 술이 가득,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오늘 아침, 눈떠보니 황량한 세상,

하룻밤 사이에 뒤바뀌는

변덕스런 이 마음이여.

 

재앙의 불씨 따위 걱정하지 마라.

멀리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그건 정체 모를 불안이다.

방귀 뀐 것까지 하나하나 죄가 된다면 헤어날 구멍은 없지.

 

해소할 길 없는 정욕의 씨를 잉태한 인간

선, 악, 죄, 벌, 저주만이 이 몸에

어찌할 바 몰라 그저 갈핑질팡 망설일 뿐,

억눌러 부술 힘도 의지도 받아들일 구석은 없네.

 

이보게 어떤가, 이 끝도 없이 펼쳐진 창공을 보라.

이 안에 티끌 같은 점 하나 떠 있지 않나?

이 지구가 왜 자전하는지 알 수 있겠나.

자전, 공전, 반전도 다 자기 맘대로지.

 

발길 닿는 곳마다 지극한 힘을 느끼고

모든 나라 모든 민족에게서

똑같은 인간성을 발견한다.

나는 이단자가 되려나.

 

모두들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상식도 지혜도 없는 거지.

산 몸뚱이에 기쁨을 금하고 술을 금하고

그래 좋아 무스타파, 나는 그런 것 정말 싫어.  (p.100-10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루바이야트 - 오마르 하이얌 (윤준 옮김, 지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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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세상'은 역시나 정체를 알 수 없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결코 내 관념 속에 있던 '한판 승부'로 결정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p.105)

 

호리키와 나.

서로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같이 지내고, 서로가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그것이 이 세상에서 말하는 '교우'라는 것이라면, 나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습니다. (p.105)

 

"아니, 이제 이런 건 필요없어."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데 그걸 거부하는 것은, 그때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그 순간이 유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의 불행은 거부하는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p.130)

 

이제 내겐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모른 것은 스쳐 지나간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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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인간 실격은 1948년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하기 직전 씌어진 자전적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는 작가의 일생을 지배해온 의식과 사상, 번뇌가 그대로 담겨 있어, 인간 실격이 다자이 오사무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간 실격을 이루는 바탕으로 우선 상실감과 소외 의식을 꼽을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가 항상 느꼈던 아버지의 권위 의식, 모성 결핍, 많은 형제들과의 부조화, 도쿄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코드들이다.

작가가 우연히 얻은 수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씌어진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요우죠우의 아버지는 지방 유지이자 대지주이며 대의원으로, 가부장적이며 권위 의식과 귀족 의식이 대단한 인물로서 집안에 군림한다. 막내인 주인공은 아ㅓ지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하고,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언제나 억눌려 지낸다. 그리고 작품속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어머니 역시 전혀 애정을 주지 않았으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등장할 뿐이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정서는 주인공의 성장 이후 학교 생활이나 사회 생활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애정 결핍, 자신감 상실, 권력자의 추종자들과의 불화와 그에 따른 소외감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연스레 본심과는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그 주인공이 '우스운 행동'이라고 일컫는 모순된 연기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이자 자기 방어 수단이다. 이 행동은 일생을 두고 이어진다. 또한 '교우'였던 호리키와 보증인 넙치에 대한 신뢰 상실, 자신을 결핵 요양원이 아닌 정신병원에 집어넣오 '광인'을 만들어버린, 믿었던 미소의 배신과 그에 따른 충격은 주인공을 완전히 무너뜨린 철퇴였으며, 자신의 말대로 퇴원 후 아주 폐인이 되어 폐가에서 은둔해 살게 된다.

두 번째로는 공포감을 꼽을 수 있따. 앞서 이야기했듯이,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아버지의 강력한 권위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 더 나아가서는 타인들까지도 두려워하게 만들었따. 이러한 배경은 주인공의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이끌어내 죄의식을 갖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죄의식으로 말미암아 주인공은 타인들과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며 타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첫 번째 수기 도입부에서, 철길의 다리가 실용적인 목적으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자기 나름대로 상상했다는 주인공의 말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존재해왔던 주인공과 세상의 단절을 암시해준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선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관념, 존경받는다는 상태를 주인공은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동의할 수 없다. 주인공은 세상에서 유리되고 희화화된 우스운 행동을 하여 남을 속임으로써 죄의식을 키워간다. 자기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닌데도, 남을 속이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부풀려지는데, 이 또한 주인공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죄의식을 심어준다.

세 번째는 죽음과 자살이다. 이것은 주인공의 머릿속을 맴도는 유혹이자 부조화로부터의 영원한 도피처다. 주인공의 자살 시도는 자기 피안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인과의 동반 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은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 괴로움은 혼자 죽어버린 상대방에 대한 죄책값이 아니라, 죽지 못하고 살아남았다는 자기 모멸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다. 주인공은 '미약하나마'연정을 느낀 사람이라고 했으나, 실은 수기 전편에 걸쳐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 애정이 결핍된 존재였기 때문에 남에게 줄 수도 없었던 것이다. 많은 여자들을 찾아다닌 것도 결ㄹ국'사랑'을 구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상실한 모성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자기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애틋한 바람과 소망의 이미지 역시 이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주인공은 나중에 어떤 슬픔과 괴로움이 따르더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영화를 맛보고자 한다. 푸른 잎이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순진한 처녀와 가보고자 한다. 스스로 세상을 조금씩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주인공은 인간 세상과 융화하여 인간처럼 살아보고자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보증인 넙치의 경계와 허식, 꿍꿍이로 인해 좌절되고, 나중에는 의심이라고는 모르는 내연의 처가 그 순진한 신뢰 때문에 겁탈당하는 걸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인간 세상과의 교류의 끈을 놓아버린다. (p.3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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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09년 6월 19일 ~ 1948년 6월 13일)

일본의 소설가.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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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양윤옥 옮김, 시공사 세계문학)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정회성 옮김, 책세상)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정수윤 옮김, 비)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난주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송숙경 옮김,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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