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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1. 동양 - 고전 소설

전원의 우울 – 사토 하루오 (유숙자 옮김, 소화)

by handaikhan 2023. 2. 2.

사토 하루오 - 전원의 우울 (1919년)

 

그는 자주 무심히 그런 것을 생각했다. 참으로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인가. 그렇다면 일반 세상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삶의 보람으로 해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다만 그들 자신의 각각의 어리석음 위에 자못 그럴듯하게 각자의 공허한 꿈을 쌓아 올려, 그것이 아무것도 없는 꿈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살고 있을 뿐이 아니까-그것이 현자건 바보건 철학자건 상인이건 간에. 인생이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죽음이란 또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는 밤마다 그런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더구나 이 괴롭고 지칠대로 지친 권태로움이 그의 마음속 깊이까지 침투한 이상, 그런 마음을 소유한 자의 눈이 보는 것처럼, 세계 만물은 언제나 일체가 남김없이 권태로울 게 뻔하다는 것-그리하여 이 낡아빠진 세계에서 새롭게 사는 유일한 방법은 그 자신이 자신의 심경을 일전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가 알았을 때, 다만 그런 상태의 나 자신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신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의 아버지가 편지에서 열내어 일컫는 ‘대용맹심’이란 어떤 것일까. 그걸 어디서 가져와 어떻게 그의 마음에 심어 둘 수 있을까. 어떻게 그의 마음에 솟구치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모든 것들을 그는 전혀 알 방도가 없었다. 그러므로 시골ㄹ이건 도시건 이 지상에서 그를 편안하게 해 줄 낙원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다만 만유의 창조주이신 신의 뜻대로..”  
라고, 그렇게 말해 볼까. 하지만 그의 마음이 결코 산산조각 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들어 있을 뿐이다…그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소리의 발원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을 건장한 젊은이들을 부러운 듯 눈앞에 그려 보았다. (p74-75)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진정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p106)

너는 이곳 쓸쓸한 시골에 있는 풍부한 생활의 열쇠를 모르는 거야. 여기가 얼마나 번화한가를 잘 주의해서 보라구. 네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부엌도구 하나하나인들, 네가 들으려고만 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해 줄거야. 생활을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즐겁게 산다는 것은, 그런 사소한 일을 일상생활을 진심으로 충분히 즐긴다는 것 이외에 없지 않나 말야...(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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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하루오(佐藤春夫, 1892년 4월 9일 ~ 1964년 5월 6일)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 와카야마(和歌山)현 출신. 

1910년 게이오의숙대학(慶應義塾大?) 문학부에 입학했다. 1911년 대역사건에 연루된 오이시 세노스케(大石誠之助)를 노래한 시 『우자의 죽음』 (1911)을 시작으로 서정시 『한숨』 (1913)을 발표하는 등, 시재(詩才)에 재능을 발휘했다. 1913년 퇴학 후 메르헨풍의 환상적인 단편소설 『스페인개의 집』,전원생활의 심상풍경을 예리한 신경과 청춘의 불안으로 묘사한 『병든 장미』 (『전원의 우울』 제1고) 등으로 신진작가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처녀시집 『순정시집』,소설 『도시의 우울』, 『여계선기담』,평론·수필집 『따분한 읽을 거리』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활약했다. 1948년 예술원회원, 1960년 문화훈장을 받았고 1964년 5월 자택에서 방송용 자서전 녹음 도중 사망하였다. 20세기 전반 일본의 전통적 ·고전적 서정시의 제1인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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