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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37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오유리 옮김, 문예출판사) 문예 세계문학 36 다자이 오사무 - 인간실격 (1948년)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p.13)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이 서로 엇갈린 것 같다는 불안,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신음했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행운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만, 언제나 사는 것이 지옥 같았고, 오히려 날 보고 행운아라고 말한 그 사람들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p.16) 난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그렇다고 인간을 아무래도 단념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런 우스운 행동을 수단으로 인간과의 가느다란 연결 고리를 이을 수 있었습니다. (p.. 2023. 2. 2.
전원의 우울 – 사토 하루오 (유숙자 옮김, 소화) 사토 하루오 - 전원의 우울 (1919년) 그는 자주 무심히 그런 것을 생각했다. 참으로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인가. 그렇다면 일반 세상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삶의 보람으로 해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다만 그들 자신의 각각의 어리석음 위에 자못 그럴듯하게 각자의 공허한 꿈을 쌓아 올려, 그것이 아무것도 없는 꿈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살고 있을 뿐이 아니까-그것이 현자건 바보건 철학자건 상인이건 간에. 인생이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죽음이란 또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는 밤마다 그런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더구나 이 괴롭고 지칠대로 지친 권태로움이 그의 마음속 깊이까지 침투한 이상, 그런 마음을 소유한 자의 눈이 보는 것처럼, 세.. 2023. 2. 2.
뜬구름 - 하야시 후미코 (이상복 옮김, 어문학사) 하야시 후미코 - 뜬구름 (1951년) 젊은 여자에게 평범이라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p29)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반드시 해결해서, 부인과 헤어져 깨끗하게 나를 맞이할 거라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지요? 남자란 사기꾼이야. 여자를 말로만 위로하고 자신의 경계는 확실히 해두지요. 나를 이런 곳으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지독한 사람이야. 일본으로 돌아오면 모든 옛날 생활은 깨끗이 청산하고 둘이서 일용 노동자라도 하면서 살자고 말해놓고선….(p94) 당신은 나 따위는 버리고 싶겠지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나의 일 따위는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겠지요. 나라는 존재가 당신에게는 고통일 테니까. 나는 당신과 헤어지면 지옥으로 떨어져 버릴 거예요.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버릴거예요. 당신.. 2023. 2. 2.
바람이 분다 – 호리 다쓰오 (남혜림 옮김, 더클래식) 호리 다쓰오 - 바람이 분다 (1937년)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가을을 맞이한 숲은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게 바뀌어 있었다. 우수수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인적이 끊긴 별장의 테라스가 성큼 가까이 보였다. 균류의 축축한 냄새가 낙엽 냄새와 뒤섞여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계절의 변화가, 너와 헤어진 뒤 나도 모르는 사이 이토록 흘러 버린 시간이라는 것이, 내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음속 어딘가에 너와의 헤어짐은 단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확신 따위 때문인지, 이런 시간의 흐름까지도 내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 것인지, 나는 잠시 후 분명히 깨닫게 될 이러한 것들을 이때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십여분 뒤, 숲이 하나 끝나더니 갑자기 시야.. 2023. 2. 2.
태풍 - 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 태풍 (1907년) 교사 노릇도 이제 그만 하겠다고 아내에게 고백했다.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든 사회적 상황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글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고 깨달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디를 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만 올곧다면 휘어진 대상 이야 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걲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명성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권위와 인망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인격의 힘으로 미래의 국민인 청년들에게 발전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범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6년여의 시간 동안 애써왔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세상에 괴물은 없다고 하니, 올바르고 고귀하며,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에 동정심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 2. 2.
길위의 생 - 나쓰메 소세키 (김정숙 옮김, 이레) 나쓰메 소세키 - 길 위의 생 (한눈팔기) (1915년) 아내는 이때의 쓸쓸함이 마음에 걸려 며칠 뒤 겐조에게 옷감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보, 당신 옷을 지으려고 하는데 이거 어떠세요? 아내의 얼굴은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겐조의 눈에는 어설픈 기교로 비춰졌다. 그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의식적으로 그녀의 애교를 무시하려고 했다. 아내는 쓸쓸히 자리를 떴다. 그녀가 사라진 후, 그는 아내를 외롭게 만들어버린 자신의 심리상태가 싫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냉정한 인간이 아니야. 내가 지닌 따뜻한 마음을 밖으로 못 드러내게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라구. 아무도 그런 심술을 부리는 사람이 없는데도요. 당신이 늘 그렇게 하고 있잖아. 아내는 원망스러운 듯 겐조를 보았.. 2023. 2. 2.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정수윤 옮김, 도서출판b 오사무 전집 9) 도서출판 b 다자이 오사무 전집 (9) 다자이 오사무 - 인간실격 (1948년)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내왔습니다. (p142)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 전혀 모른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과 세상 사람들의 관점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으로 인해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다,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것일까요. 어릴 적부터 행운아라는 소리를 참 자주 들었는데, 저는 제가 있는 곳이 항상 지옥 같았고, 오히려 저를 행운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다시 말해,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옆 사람이 지나고 있는 고통의 성질이나 정도가, 영 가늠이 가질 않습니다. 현실적인 고통, 그저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