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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 고전 문학 (동양)36

부생육기 - 심복 (김지선 옮김, 달아실) 심복 - 부생육기 (1808년) 1. 규방기락 (閨房記樂 규방의 즐거움을 노래하다) 나는 건륭 계미년 겨울 11월 22일에 태어났다. 당시는 태평성대였고 명문세가에서 태어나 소주의 창랑정 옆에 살았으니 하늘이 나에게 내린 복은 정말로 컸다고 할 수 있다. 소동파가 "모든 일이 봄날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만약 내 삶을 붓으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하늘이 내려준 복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단지 부부의 사랑을 읊은 가 [시경] 삼백 편 가운데에서도 맨 처음에 실린 것을 고려하여, 나도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책 첫머리에 두었다. 그 외 다른 이야기들은 순서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부끄럽게도 젊은 시절 학문에 뜻을 잃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이 책도 진실한 감정과 사실을 적은.. 2023. 6. 14.
무희 - 모리 오가이 (문학동네) 문학동네 세계문학 85 목차 아베 일족 무희 기러기 다카세부네 해설 | 모리 오가이와 근대적 자아 모리 오가이 연보 ...................................................... 모리 오가이 - 무희 (1890년) 석탄은 이미 선적이 끝났다. 이등선실의 테이블 주위는 너무 조용해서 화려해 보이는 백열전등의 빛도 부질없이 밝게 느껴진다. 밤마다 이곳으로 모여들곤 하던 트럼프꾼들도 오늘 저녁은 호텔에 머물러 있어서 배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5년 전 일이다. 평소 소원하던 일이 이루어져 독일 유학의 관명을 받고 여기 사이공 항구에 왔을 당시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듣는 것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어서, 붓 가는 대로 쓴 기행문에 매일매일 얼마나 많.. 2023. 3. 24.
한시치 체포록 - 오카모토 기도 (추지나 옮김, 책세상) 오카모토 기도 - 한시치 체포록 (1927년) 목차 오후미의 혼령 석등롱 쓰노쿠니야 미카와 만자이 창 찌르기 여우와 승려 한겨울의 금붕어 에도가와의 보라잉어 외눈박이 요괴 단발뱀의 저주 사라진 두 여자 에 대하여 에도의 치안 유지 기구에 대하여 ....................................................................... ............................................................................................................................................................................................... 2023. 2. 27.
키재기 - 하구치 이치요 (유윤한 옮김, 궁리) 에디션 F 08 하구치 이치요 작품선 목차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 마을에서 큰길로 돌아가면 요시와라 유곽 대문의 버드나무까지는 꽤 멀다. 유곽에서 밤을 보낸 남자들이 새벽녘 돌아가며, 아쉬움에 돌아보는 곳이 버드나무 근처라 한다. 요시와라를 에두른 검은 도랑엔 유곽의 3층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어리고, 게이샤를 불러 소란스럽게 노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듯하다. 쉼 없이 오가는 인력거를 ㅂ보면 요시와라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번창.. 2023. 2. 10.
섣달 그믐 - 하구치 이치요 (유윤한 옮김, 궁리) 에디션 F 08 하구치 이치요 작품선 목차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 우물 도르래에 달린 두레박줄은 열두 길이나 되고, 부엌은 북향이라 섣달 찬바람이 쌩쌩 불어든다. 아, 못 참겠다 싶어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면 일 분은 한 시간으로 늘리고, 나무도막은 장작더미로 부풀려 야단치니 하녀 신세란 괴롭구나. 처음 이 집을 소개해준 할머니는 "자녀가 아들딸 모두 여섯인데 항상 집에 있는 사람은 맏이와 막내뿐이야. 사모님이 좀 변덕스럽긴 해.. 2023. 2. 10.
해질녘 보랏빛 - 히구치 아치요 (유윤한 옮김, 궁리) 에디션 F 08 하구치 이치요 작품선 목차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 노을 지는 가게 앞에 우체부가 던지고 간 우아한 필체의 편지 한 통. 아내는 고타쓰 방에 켜둔 램프 아래서 편지를 읽고는 둘둘 말아 오비 사이로 집어넣었다. 행동이 머뭇머뭇하고 걱정이 보통은 아닌 듯 절로 얼굴에 드러나니, 사람 좋은 남편이 "왜 그래?" 하고 물었다. "아니, 별일은 아닌 것 같지만 나카마치에 사는 언니가 무슨 걱정거리가 있나 봐요. '내가 가면.. 2023. 2. 10.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 잘랄 앗 딘 알 루미 (최준서 옮김, 하늘아래) 잘랄 앗 딘 알 루미 -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13세기)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마치고 싶습니다. 이 취기는 다른 주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곳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온전히 취할 것입니다.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그런데 이 새장에 앉아.... 다시 날아오를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내 귀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입을 통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눈을 통해 밖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요? 영혼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해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 2023. 2. 5.
루미 시초 – 마울라나 잘랄 앗 딘 알 루미 (이현주 역, 늘봄) 마울라나 잘랄 앗 딘 알 루미 - 루미 시초 인생은 여인숙 날마다 새 손님을 맞는다. 기쁨, 낙심, 무료함 찰나에 있다가 사라지는 깨달음들이 예약도 없이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그들이 비록 네 집을 거칠게 휩쓸어 방안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슬픔의 무리라 해도, 조용히 정중하게, 그들 각자를 손님으로 모셔라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수치와 악의가 찾아오거든 문간에서 웃으며 맞아들여라 누가 오든지 고맙게 여겨라 그들 모두 저 너머에서 보내어진 안내원들이니 (p16-17) ................................................................................................. 2023. 2. 3.
취옹, 풍경을 마시다 - 루서우룽(壽榮), 허옌(何燕) (서은숙 옮김, 자음과모음) 취옹, 풍경을 마시다 1. 순간은 어떻게 꽃이 되는가 - 왕희지2. 복숭아 꽃, 그 분홍빛 얼굴 - 도연명3. 화살처럼 달려가는 마음 - 도연명4. 눈물에 치마가 젖는구나 - 역도원5. 꽃향기 나는 술잔 - 이백6. 풍요로운 작은 집 - 유우석7. 예사로운 아름다움 - 유종원8. 마음속 처음 태어나는 산 -유종원9. 안개는 운몽雲夢 연못에 자욱하고 - 범중엄10. 진정한 즐거움 - 구양수11. 가을의 소리 - 구양수12. 연꽃에 마음이 설레다 - 주돈이13.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뿐이네 - 왕안석14. 행복이라는 피안 - 소식15. 신선을 만나다 - 소식16. 석종의 비밀 - 소식17. 이 좋은 벗! - 소식18. 하늘로 오르는 길 - 육유 / 흰 비단이 바람을 따라 - 육유19. 만 개의 등불 보.. 2023. 2. 3.
중국명시감상 - 이석호.이원규 공저 (위즈온 琵琶行 - 白居易 (비파행 - 백거이) 이 밤 심양강가에서 손님을 보내는데, 솔솔 가을바람에 단풍잎 흔들리고 붉은 꽃 흔들린다. 주인은 말에서 내렸고 손님은 배 타려 할 제. 술 한 잔 하려 해도 음악이 없구나. 취해 노래해도 기쁘지 않아 아프게 이별하는데, 망망한 강물에 명월이 잠겼더라. 홀연 강에서 비파 소리 들려와, 주인은 돌아갈 길 잊었고 손님도 떠나지 않네. 소리 좇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네. 비파 타는 사람이 누구냐고 비파 소리 끊어지더니 대답 또한 느릿느릿. 배 가까이 옮겨가 그 사람을 맞이하곤, 술 더 내오고 등불 밝혀 다시 잔치를 연다. 천 번 외치고 만 번을 부르니 그제서야 나오는데, 비파 안고 얼굴을 반쯤 가렸네. 목축을 옮기고 현을 퉁기어 두세 소리 울리는데, 곡조가 안 되었어도 정이..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