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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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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 안톤 체호프 (김학수 옮김, 문예출판사) 체호프 단편선 - 문예 세계문학 35 안톤 체호프 - 귀여운 여인 (1899년) "또 비야!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허구한 날 비만 오니. 이건 내 모가지를 졸라매자는 건가! 날마다 손해가 이만저만해야지! 이러다간 파산이로군, 팟한이야!" 그는 올렌카에게 두 손을 쳐들어 보이며 불평을 계속했다. "우리들의 생활이란 요모양 요꼴입니다. 올리가 세묘노브나. 울어도 시원치 않을 지경이죠! 별 고생을 다하고 죽도록 기를 쓰며 일해봐야, 그리고 어떡하면 좀 더 나아질까 하고 밤잠도 자지 않고 별궁리를 다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첫째로, 관중이 야만인이나 다름없이 무지막지하단 말이에요. 나는 그들에게 일류 가수들을 동원하여 가장 고상한 오페레타나 무언극을 공연해주지만, 과연 관중은 그런 것을 필요로 하겠습.. 2023. 2. 5.
크리스마스 선물 - 오 헨리 (이성호 옮김, 문예출판사) 오 헨리 단편서 문예 세계문학 40 오 헨리 - 크리스마스 선물 (1906년)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그 중에 60센트는 1센트짜리 동화였다. 이 돈은 잡화상이나 채소 장수나 푸줏간 주인에게 떼를 써서 한두 푼씩 모은 것이었다. 이렇게 에누리를 하다보면 지나치게 무례한 짓을 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다. 델라는 이 돈을 세 번이나 세어보았다. 세어보고 또 세어보아도 1달러 87센트였다. 다음날이 크리스마스였다. 사실 초라한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델라는 그렇게 실컷 울었다. 울고 보니, 인생이란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도 눈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p.7) 델라는 울음을 그치고 분첩으로 빰에 분을 바르기 시작했다.. 2023. 2. 5.
20년 후 - 오 헨리 (조신권 옮김, 신원문화사) 오 헨리 - 20년 후 (1906년) 담당 구역을 순찰 중인 한 순경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대로변을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에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그의 인상적인 행동은 습관적인 것이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밤 10시가 채 못 되었지만, 비를 품은 찬바람이 불어 거리에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드물었다. 건강한 체구의 순경은 약간 뽐내는 걸음걸이로 걸어가면서 문단속을 살피기도 하고, 기묘하고 재치 있는 몸짓으로 곤봉을 휘두르다가는, 가끔씩 몸을 돌려 평화로운 거리를 주의 깊게 바라보기도 하면서 훌륭한 평화로운 거리를 주의 깊게 바라보기도 하면서 훌륭한 평화의 수호자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지역은 일찍 문을 닫는 곳이었다. 이따금 담배 가게나 밤새워 영업을 하는 간이식당.. 2023. 2. 5.
거울 - 이디스 워튼 (김이선 옮김, 생각의나무) 기담문학 고딕총서 11 목차 케르폴 홀리다 벨소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미스 메리 파스크 미스터 존스 거울 모든 영혼의 날 ..................................... 이디스 워튼 - 케르폴 돌 위에 앉아 담뱃불을 붙였다. 그런데 불을 붙인 순간 내가 참으로 철없고 꺼림칙한 짓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집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고, 빈 가로수 기들이 모두 내가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스스로 내 행동을 그렇게 의식하게 된 것은 아마도 깊고 깊은 침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게 소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고, 시계를 풀밭 위에 살짝 내려놓았더니 흡사 그게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환청마저 생길 정.. 2023. 2. 5.
첫사랑 – 뚜르게녜프 (최진희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펭귄클래식 세계문학 뚜르게녜프 - 첫사랑 (1860년) 그때 내 나이 열여섯이었다. 그 시절에 내 머릿속에는 여인의 형상이나 사랑의 환영이 구체적인 형태로 떠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 내가 느끼는 모든 것 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달콤하고 새로운 여성적인 어떤 것에 대한 예감이, 반쯤은 희미하게 부끄러운 듯 감추어져 있었다…… 그 예감, 그 기대감이 나의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나는 그 예감으로 호흡했고, 그것은 내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스며 혈관을 따로 흘러들었다…그 예감은 곧 이루어질 운명이었다. (p34) 내 앞으로 몇 발자국 떨어진 풀밭 위 파란 산딸기나무관목사이로, 분홍빛 줄무늬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흰색 스카프를 두른 키가 크고 날씬한 아.. 2023. 2. 5.
어느 인생 - 모파상 (백선희 옮김, 새움) <여자의 일생> 모파상 - 어느 인생 (초라한 진실) (백선희 옮김, 세움 세계문학) 『Une vie』가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된 판본은 김기진 번역의 『녀자의 한평생』이다. 일본어판 『女の一生』을 중역한 것으로 추정되고, 영문학을 공부한 히로쓰 가즈오는 당시의 영어 번역본 제목인 ‘A woman’s life’를 중역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인생’은 불어에 서툴렀던 한 번역가가 당시, 일본어판을 중역해 잘못 붙여졌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셈이다 모파상 - 여자의 일생 (1883년) 잔느는 짐을 다 꾸리고 창가로 다가가 보았으나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밤새 폭우가 유리창과 지붕을 두드렸다. 물은 잔뜩 머금고 낮게 내려앉은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 땅 위로 물을 게워 내고 흙을 설탕처럼 녹여 걸쭉하게 만들었다.. 2023. 2. 5.
이방인 -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민음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 이방인 (1942년)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은 알제에서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마랭고에 있다. 2시에 버스를 타면, 오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밤샘을 할 수 있고,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으리라. 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는데 그는 이유가 이유니만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사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 2023. 2. 5.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문학동네 세계문학 101 헤르만 헤세 - 데미안 (1919년)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내게는 이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공의 인간, 어떠 가능한, 어떤 이상적인, 또는 어쨌든 존재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존재하는, 단 한 번분인, 살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살아 있는 인간이란 대체 무엇이냐에 대해 오늘날 사람들은 예전보다 잘 모른다. 그 모두가 저마다 자연의 아주 소중한, 닥 한 번뿐인 시도인 인간들을 총으로 쏘아 대규모로 죽이는 판이니 말이다. 우리가 단 한번뿐인 인간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누구든 우리 각자를 정말 총.. 2023. 2. 5.
무무 - 투르게네프 (이항재 옮김, 민음사) 투르게네프 - 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투르게네프 - 무무 (1854년) 그녀는 외출을 잘 하지 않았고, 메마르고 지루한 말년을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불쾌하고 음산한 낮은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그녀의 저녁은 밤보다 더 어두웠다. 그녀의 모든 농노 중에서 마당쇠 게라심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1미터 95센티나 되는 키에 거인 같은 체격을 하고 있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였다. 여지주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동료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던 그를 시골에서 데려왔다. 게라심은 가장 성실한 농노로 알려져 있었다. 놀라운 힘을 가진 그는 네 사람분의 일을 거뜬히 해냈다. 그는 모든 일을 손쉽게 해치웠다. 징기질을 하면서 커다른 손바닥으로 쟁기를 잡고 말의 도움 없이 혼자서 탄력.. 2023. 2. 4.
검은 고양이 - 에드거 앨런 포 (전승희 옮김, 민음사)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8) 에드거 앨런 포 - 검은 고양이 (1843년) 내가 이제 써 나갈 이야기는 너무나도 괴이하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인데, 나는 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믿어 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는다. 나 자신의 감각들조차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증거를 거부하는데, 남들이 그것을 믿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로 정신나간 일이리라. 하지만 난 분명 미친 것도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 있으니,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하는 것뿐이다. 내 일차적인 목적은 한갓 집안일에 지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일련의 사건을 분명하고 간결한 언어로, 아무런 설명이나 덧붙임 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 사.. 2023.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