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고전 문학 (동양)38 홍루몽 - 조설근, 고악 (삼성 출판사, 안의운, 김광렬 옮김, 전 7권) 조설근, 고악 - 홍루몽 (18세기 청나라) ........................................................................작가 조설근은 1715년에 나서 1763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홍루몽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이후 고악(1763-1815)이 뒤를 이어 대미를 봄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홍루몽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현재 홍루몽의 판본은 석두기라는 제목으로 조설근이 쓴 80회까지를 주로 손으로 베낀 것들과, 고악이 쓴 부분을 합쳐 120회로 된 인쇄본들이 있다........................................ 홍루몽 1권 가짜가 진짜로 될 때는진짜 또한 가짜요없는 것이 있는 것으로 .. 2025. 2. 23.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소영 옮김, 더클래식) 다자이 오사무 - 인간 실격 (1948년) 참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걸 도무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p.13) 한마디로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가진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이 전혀 다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저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뒤척이며 신음하다 심지어는 미쳐 버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저는 행운아라는 말을 신물이 나도록 들어 왔지만 정작 저로서는 지옥에 사는 심정일 뿐, 제게 행운아라고들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안락해 보였습니다.저에게는 열 가지 불행 덩어리가 있는데, 그중 하나라도 옆 사람이 짊어딘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충.. 2024. 7. 17.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김상수 옮김, 신세계북스) 나쓰메 소세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906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상권) 1. 인간과의 첫 만남 나는 고양이다. 쥐 따위는 결단코 잡지 않는다.인간들이란 자기 자신만 믿기 때문에 모두 오만하다.인간보다 좀 더 잘난 내가 세상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어둠침침하고 습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은 기억한다.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걸 보게 되었다.내가 처음 본 인간은 서생이라는 부류인데, 이 서생이란 것들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영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게다가 서생이라는 무리는 가끔 우리 고양이들을 삶아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2024. 4. 22. 게 공선 - 고바야시 다키지 (양희진 옮김, 문파랑) 고바야시 다키지 - 게 공선 (1929년)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한껏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늘여가며,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업노동자는 손가락에까지 닿도록 피운 담배를 침과 함께 내뺃었다. 담배는 재주 부리듯 빙글빙글 몇 번 돌며, 위쪽 뱃전을 스칠 듯 말 듯 떨어졌다. 그의 몸에선 술냄새가 물씬 풍겼다. 벌겋게 불룩 튀어나온 아랫배를 마냥 드러낸 기선은 한창 짐이 실리고, 바닷속에서 옷소매를 확 잡아채듯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었다. 노랗고 커다란 굴뚝, 커다란 방울 같은 부표,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는 소형 증기선이 보였다. 어수선히 흩날리는 검은 연기는 살풍경스럽고, 빵부스러기와 썩은 과일이 .. 2024. 3. 31. 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유은경 옮김, 향연) 이런 꿈을 보았다 목차 만개한 벚꽃 나무 숲 아래 (사카구치 안고)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쥐 고개 (모리 오가이) 열흘 밤의 꿈 (나쓰메 소세키) 풍류불 (고다 로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코 (1916년) 젠치 나이구의 코라고 하면 이케노오 근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길이는 대여섯 치나 되어 윗입술 위에서 턱 아래까지 늘어져 있다. 생긴 모양은 그 대여섯 치 정도의 길이가 똑같이 굵었다. 말하자면 기다란 소시지 같은 게 얼굴 한복판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쉰을 넘긴 나이구는 옛날 사미 시절부터 나이도죠의 구부직에 오른 오늘날까지 내심으로는 줄곧 이 코.. 2024. 1. 24. 고향 - 루쉰 (전형준 옮김, 창비) 루쉰 - 고향 (1921년) 나는 혹한을 무릅쓰고, 이천여 리나 떨어진 먼 곳에서, 이십여 년 동안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때는 한겨울인데다가, 점차 고향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마저 음울해져서, 차가운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선창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선창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음산한 하늘 아래 여기 저기 몇 개인가의 쓸쓸하고 황량한 마을이 활기 없이 가로누워 있었다. 내 마음은 슬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이 내가 이십 년 동안 늘 그리워하던 고향이란 말인가? 내 기억 속의 고향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내 고향은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기억해내고 그 좋은 점을 말로 표현하려 하자 그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그것을 표현할 말도 사라져버렸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2024. 1. 8. 벚꽃이 만발한 숲에서 - 사카구치 안고 (안영신 옮김, 작가와비평) 일본 문학 컬렉션 3 - 비밀이 묻힌 곳 목차 에도가와 란포 D언덕의 살인 사건 심리 테스트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내 죽이는 법 비밀 다자이 오사무 범인 사카구치 안고 벚꽃이 만발한 숲에서 나쓰메 소세키 불길한 소리 ............................................................................ 사카구치 안고 - 벚꽃이 만발한 숲에서 (1947년) 벚꽃이 피면 사람들은 술병을 들고 다니며 경단을 먹기도 하고 꽃나무 아래를 걷기도 합니다. 경치가 좋네, 봄기운이 완연하네, 감탄하면서 한껏 기분이 들뜨게 되는데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벚꽃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술에 취해 토하고 싸우고 하는 건 에도 시대에 와서야 생겨난 풍습입니다. 아주 먼 .. 2023. 12. 14. 파노라마섬 기담 - 에도가와 란포 (김단비 옮김, 문학과지성사) 대산 세계문학 총서 151 에도가와 란포 - 파노라마섬 기담 (1926년) 같은 M현에 사는 사람도 대부분은 모를 겁니다. 태평양 쪽으로 I만이 펼쳐진 S군 남단에 다른 섬들과는 뚝 떨어진 작은 섬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요. 직경 8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그 섬은 꼭 초록색 만두를 엎어놓은 듯한 형상입니다. 지금은 무인도나 마찬가지라 근처 어부들이 이따금 올라와볼 때 말고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게다가 곶의 돌출부로 몰아치는 거친 바다에 고립되어 있어서 물결이 웬만큼 잔잔하지 않으면 조그만 고기잡이배로는 접근하기조차 위험 천만합니다. 물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갈 만한 곳도 아이지만요. 주민들은 흔히 '먼바다섬'이라고 부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 섬 전체는 M현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T시의.. 2023. 12. 9. 슌킨 이야기 - 다니자키 준이치로 (김영식 옮김, 문예출판사) 문예 에디터스 컬렉션 다니자키 준이치로 - 슌킨 이야기 목차 문신 호칸 소년 비밀 길 위에서 갈대 베는 남자 슌킨 이야기 ........................................ 다니자키 준이치로 - 문신 (1910년) 그 시절에는 아직 사람들에게 '어리석음'이라는 고귀한 덕이 있어서 세상이 지금처럼 각박하지 않았다. 영주님이나 도련님의 훤한 얼굴이 흐려지지 않도록, 또 대갓집 하녀나 게이샤에게 웃음거리가 끊이지 않도록 웃음을 파는 차보즈나 호칸 등의 직업이 버젓이 존재했을 정도로 세상은 태평하고 한가로웠다. 당시 많은 연극이나 소설에서도 아름다운 자는 모두 강자이며 추한 자는 약자였다. 너도나도 아름다워지려고 애쓴 나머지 타고난 몸에 물감을 넣기에 이르렀다. 강렬하고 현란한 선과 색이 .. 2023. 12. 7.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옮김, 현암사)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 마음 (194년) 나는 그분을 늘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러니 여기서도 그냥 선생님이라고만 쓰고 본명을 밝히지는 않겠다. 이는 세상 사람들을 의식해서 삼간다기보다 나로서는 그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을 떠올릴 때마다 바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글을 쓸 때도 그런 마음은 같다. 어색한 이니셜 따위는 도무지 쓸 마음이 들지 않는다. (p.16) "나는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네. 말하자면 자신을 믿지 못하니까 남들도 믿을 수 없게 된 거지. 자신을 저주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거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아니.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네. 그렇게 해버린 거지. 그렇게 하고.. 2023. 8. 3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