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설근, 고악 - 홍루몽 (18세기 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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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설근은 1715년에 나서 1763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홍루몽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이후 고악(1763-1815)이 뒤를 이어 대미를 봄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홍루몽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현재 홍루몽의 판본은 석두기라는 제목으로 조설근이 쓴 80회까지를 주로 손으로 베낀 것들과, 고악이 쓴 부분을 합쳐 120회로 된 인쇄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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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권
가짜가 진짜로 될 때는
진짜 또한 가짜요
없는 것이 있는 것으로 되는 곳엔
있는 것 또한 없는 것과 같도다. (p.31)
하기야 세상 사람들이란 저마다 성품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니 됨됨이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p.102)
보옥은 진종의 속되지 않은 인품을 보자 얼이 나간 사람처럼 한참 멍해 앉아 있더니 마침내 분별없이 넘나드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세상에 이렇게 의젓한 사람도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나 같은 건 진탕 속에서 뒹구는 돼지나 비루먹은 개와 다를 것이 없어. 아아, 나는 왜 이런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던가? 나도 가난한 선비나 미천한 관리의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진작부터 이런 아이들과 사귈 수 있었을 것이요, 일생을 헛되이 살지 않고, 살아도 산 보람이 있을 것을. 내 비록 신분은 이 애보다 높다 하겠지만 비단옷으로 감은 내 몸뚱이는 썩은 나무그루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산해진미로 살지운 뱃속은 더러운 구정물로 채워진 데 지나지 않는다. 아아, 그러고 보니 부귀란 나 같은 인간을 해치는 독즙이 아닌가!'
한편 진종도 보옥의 출중한 얼굴이며 늠름한 자태, 눈부신 금관이며 사치한 옷차림, 게다가 어여쁜 시녀며 깨끗한 시동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자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과연 잘났구나! 그러기에 누구나 그처럼 칭찬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저런 사람과 친하게 사귈 수 없게 되었던가? 아아, 빈부란 사람들 사이에 두터운 장벽을 쌓아 놓는 괴물이구나!' (p.168)
첫째로 집안에 사람이 많다 보니 물건들을 잃어버리기 일쑤고, 둘째로 평소에 개개인의 직책이 똑똑지가 않다 보니 일이 생기면 서로 책임을 피하기가 일쑤고, 셋째로 매사에 돈을 물 쓰듯 하다 보니 지불과 청구가 엉망이었고, 넷째로 소임이 크고 작은 구별이 없다 보니 쉬운 일과 힘든 일의 구별이 없고, 다섯째로 하인들을 방종하게 버려 두다 보니 웃놈들은 말을 안 듣고 아랫놈들은 잘 해도 승진할 길이 없다. 바로 이 다섯 가지가 녕국부의 고질이니 이번 일을 해내려면 우선 이런 것부터 바로잡아야겠다.... (p.272-273)
홍루몽 2권
세상 일이란 다 까닭이 있는 법이야. 말을 해야 나도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있잖아? 무턱대고 골만 내고 있으니 대체 무엇 때문인가 말을 해 봐.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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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설근(1724년? ~ 1763년?)
내무부(內務府) 정백기(正白旗) 기고좌령(旗鼓佐領) 출신이다.
조부는 강희제 때 강남의 벼슬아치로 청조를 위해 정보수집 활동을 했던 조인이라는 인물이다. 강희제의 총애를 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조설근의 부친도 그 일자리를 이었지만, 옹정제 때 그 총애를 잃어버리고, 재산은 몰수되었다. 조설근의 가족은 후에 북경(베이징)의 서쪽 교외으로 이전하였으며, 조설근이 홍루몽을 썼던 18세기 전반에는 죽을 먹을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조설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말년에는 그림을 팔며 매우 가난하게 살았다. 그의 작품중에 절벽과 기암을 그린 것들이 인기가 많았다. 그가 죽었을 때 홍루몽은 거의 완성된 상태였으며 그의 작품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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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조설근 (홍상훈 옮김, 솔)

홍루몽 - 조설근 (최용철, 고민희 옮김, 나남)

홍루몽 - 조설근 (안의운, 김광렬 옮김, 청계)

홍루몽 - 조설근 (연변인민출판사, 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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