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 아동, 청소년67 허공에 뜬 사나이 - 솔 벨로 (장윤환 옮김, 금성 푸르넷 세계문학) 푸르넷 세계 문학 24솔 벨로 - 허공에 뜬 사나이 (1944년) 1942년 12월 15일일찍이 사람들은 가끔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고, 더구나 마음속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을 별로 수치로 생각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방종, 연약함, 기호의 빈곤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것은 요즘이 비정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동선수나 거친 사람들의 법칙이 특별히 판을 치고 있다. 이를 영국 신사로부터 이어받은 아메리카의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 발버둥과 금욕과 엄숙의 기묘한 혼란은 본래는 알렉산드로스 황제로부터 유래한 것이다.당신에게는 감정이 있다. 감정을 나타내는 데는 정확한 방법과 부정학한 방법이 있다. 당신에게는 내적 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 2025. 4. 19. 하늘을 나는 교실 - 에리히 캐스터너 (이경애 엮음, 교연 아카데미) 교연 어린이 세계 명작, 문학 - 8에리히 캐스터너 - 하늘을 나는 교실 (1933년) "난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아, 마르틴.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면 보통으로 여기게 되거든.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 부로믈 만난 것도 다 내 운명이지. 나는 이따금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그러면 얼마나 좋을가!""아니, 나는 별로 반가울 것 같지 않아. 여기서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으니까.""요니,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용기를 잃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자." (p.127) ............................................................................................. 2025. 4. 18. 초정리 편지 -배유안 (창비) 배유안 - 초정리 편지 (2006년) 장운은 짚신을 꿰어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마당가에 서니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아래쪽에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이 몇 채 있고, 그 뒤로 스무 채 남짓한 초가들이 작은 개울을 끼고 옹기종기 앉아 있다. 마을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군데군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장운은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마을을 보노라면 오늘은 어제보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서 마당을 쓸어 놓고 보리죽으로 간단히 요기까지 마쳤다. (p.7) "너, 글을 아느냐?" "글을요? 모릅니다." "배워 보련?" "예? 글을 배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선비에게 일렀다. "종이오아 붓을 가져오너라." 선비.. 2024. 4. 5.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 고트프리트 뷔르거 (한미희 옮김, 비룡소) 고트프리트 뷔르거 -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1785년) 얘들아! 보다시피 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셋이 날 찾아왔거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말이야. 바로 내 여행 이야기지. 이렇게 모일 때면 늘 그렇듯이, 우리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면서 배가 불룩한 술병을 계속 기울이고 있어...(p.7)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조금도 뻐기지 않고 하고 있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프라이팬이 없어서 넘치는 사냥감을 지글지글 볶지는 못했단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 항상 뭔가 모자라는 법이지. 이를테면 내 이야기가 백 퍼센트 사실뿐이라서 재미가 조금 없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자 내 친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 있지. 깐깐한 안토니우스가 말.. 2024. 2. 9.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 미야자와 겐지 (이경옥 옮김, 사계절) 미야자와 겐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932년) 구스코 부도리는 이하토부라는 북쪽 지방 현의 큰 숲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구스코 나도리라는 유명한 나무꾼으로, 아무리 거대한 나무도 마치 갓난아기 넘어뜨리스 너끈히 베어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도리에게는 네리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둘은 날마다 숲에서 놀았습니다. 아버지가 쿵쿵거리며 나무를 베는 엄청난 소리가 겨우 들릴 만큼 먼 곳까지도 갔습니다. 부도리와 네리는 그 곳에서 나무딸기 열매를 따서 샘물에 담그기도 하고, 하늘 쪽에 대고 번갈아 가며 산비둘기 우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구구 하고 졸린 듯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집 앞의 작은 밭에 보리를 심을 때면 부도리와 네리는 길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양철깡통.. 2024. 1. 28. 피터팬 - 제임스 매튜 배리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제임스 매튜 배리 - 피터팬 (1911년)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웬디의 겨우는 이랬다. 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웬디는 정원에서 놀다가 꽃을 뽑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때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던 게 틀림없다. 달링 부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이렇게 외쳤으니까. "아, 웬디가 이대로 영원히 자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그게 다였지만 웬디는 그 뒤로 자신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두 살이 지나면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니까. (p.7) 어른인 후크가 고작 어린아이에 불과한 피터를 그토록 증오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피터가 후.. 2024. 1. 10. 외투 - 고골 (동완 옮김, 신원문화사) 중학생이 보는 외투 니콜라이 고골 - 외투 (1842년) 관청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관청인지 그 이름은 밝혀 두지 않는 편이 나을 둣하다. 부처나 연대, 사무실 등등 모든 종류의 관료 계급의 사람들처럼 화를 잘 내는 이들도 없다. 더구나 요즈음은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마치 사회 전체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p.12) 이 관청에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위들도 그가 지나갈 때 일어서기는커녕 거들떠보는 일조차 없었다. 보잘것 없는 파리가 지나가는 것처럼 여겼다. 그의 상사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그를 대했다. 어떤 상사는 갑자기 그의 턱밑에 서류를 들이밀기까지 했다. "이걸 정리해 주게." 아니면 "이 일은 잘 처리했네."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예의범절에 밝은 .. 2024. 1. 4. 앞산도 첩첩하고 - 한승원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66권) 목차 한승원 어머니 앞산도 첩첩하고 목선 유재용 관계 어제 울린 총소리 ................................................. 한승원 - 앞산도 첩첩하고 (1976년) 밤 봇짐을 싸 가지고 나간 딸아이가 갈 데가 그리도 없어, 하필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 한 분도 살아 계시지 않는 외가엘 갔을까마는, 그 아이가 갔음직한 광주 호남 전지 공장이라든지, 서울 구로 공단이라든지, 마산 수출 자유 지역이라든지 하는 데를 둘러보고 뒤질 수 있는 데까지 샅샅이 뒤진다고 뒤졌으나, 끝내 찾아 내지를 못하고 돌아오는 아버지 오달병 씨는, 청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회진에서 하룻밤 머물러야 하는 걸음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저 헛걸음 삼아 그 아이의 .. 2023. 7. 26. 첫눈 - 방영웅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방영웅 - 첫눈 (1972년) "눈이 오는구나. 저게 첫눈이지?" 옛날 직업이 이발소 깎사였던 철순이는 유리문을 통하여 바깥을 내다보고 혼자 중얼거린다. 어느 사이 바깥이 그렇게 어두워졌는지 거리의 불빛이 환했다. 그 환한 불빛 속에서 희끗희끗하게 휘날리고 있는 눈발이 보인다. 그것들은 그렇게 휘날리다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녹아 없어지나 보았다. "웬 놈의 사람이 그렇게 많지?" 꼬마 작부 미스 윤은 대폿집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쪽 골목이 참 한산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어 대며 골목 어귀를 통하여 큰 거리를 내다보고 불평 비슷하게 중얼거린다. 눈발이 내리든.. 2023. 7. 25. 토끼와 잠수함 - 박범신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박범신 - 토끼와 잠수함 (1973년) 제복의 사내는 나의 어깨를 탁 쳐서 밀어넣고 회색의 문을 닫았다. 버스는 곧 파출소 앞을 출발하여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송글송글 묻어나서 찐득거리는 도심지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엉거주춤 출입구 근처에 선 채 아직 반도 메워지지 않은 버스 속의 갖가지 모양을 한 사람들을 멀거니 둘러보았다. "뭘 하고 있어?" 갈라져서 오히려 뾰족하게 박혀 오는 목소리가 등을 때렸다. 어깨를 쳐서 밀어넣던 제복의 사내가 옆의 빈 좌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내의 눈은 체격에 비해 형편없이 작고 .. 2023. 7. 25.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