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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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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막심 고리끼 (최윤락 옮김, 열린책들세계문학) 막심 고리끼 - 어머니 (1906년) 매일같이 마을로부터 떨어져 있는 노동자촌의 열기와 기름냄새로 절어 있는 대기 속에서 공장 사이렌이 떨리는 듯한 소리로 울려 펴지면, 그 소리를 따라 회색빛 작은 집들로부터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으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침울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마치 질겁한 곤충처럼 거리로 뛰쳐나온다. 차디찬 어둠 속에서 그들은 병든 거리를 따라 높다랗게 솟아 있는 공장의 돌담으로 나아갔고, 그러면 돌담은 수십 개의 기름기 흐르는 정방형 눈으로 진창길을 환히 비추어 주면서 냉혹한 시선으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진창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괴상한 소리를 냈다. 또 거친 욕설로 새벽공기를 맹렬히 가르며 잠이 덜 깨어 목이 잠긴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런.. 2023. 2. 4.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 헤밍웨이 (김욱동 옮김, 민음사) 헤밍웨이 -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1926년) 삶이 이렇게 빠르게 달아나고 있는데, 정말 철저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수가 없어. (p.22) 이봐, 로버트,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어. 나도 벌써 그런 짓은 모조리 해 봤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닌다고 해서 너 자신한테서 달아날 수 있는건 아냐. 그래 봤자 별거 없어. (p.24) 여자들은 굉장한 친구가 될 수 있다. 깅장히 좋은 친구 말이다. 우정의 토대를 쌓으려면 먼저 여자와 사랑을 해 봐야 한다. 나는 브렛과 오래전부터 친구로 지내 왔다. 그녀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뭔가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계산서가 나오는 일이 늦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계산서는 언.. 2023. 2. 4.
산문시 - 뚜르게네프 (김학수 옮김, 동서출판사) 뚜르게네프 - 산문시 뚜르게네프 - 둥지도 없이 어디에 몸을 둘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둥지도 없는 외로운 새와 같다. 새는 날개를 꼿꼿이 세우고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다. 이대로는 숨이 막힌다....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이윽고 새는 날개를 가다듬고, 아득한 곳으로 매한테 쫓기는 비둘기처럼 쏜살같이 날아간다. 어디 푸르고 아늑한 은신처는 없을까? 잠시라도 좋으니 어디 둥지를 틀 만한 곳이 없을까? 새는 날고 또 날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눈 아래는 막막한 금빛 사막,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죽음과 다름없는 사막..... 새는 서둘러 사막을 날아 날아 넘는다. 여전히 슬픈 눈으로 열심히 세상을 내려다본 채. 이제 눈 아래는 바다. 사막처럼 노란 죽음의 바다. 바다는 끊임없이 출렁이며 움직인.. 2023. 2. 4.
베니스의 상인 - 셰익스피어 (강석주 옮김, 펭귄클래식) 셰익스피어 - 베니스의 상인 (1605년 초연) [작품해설 - 피터 홀랜드] 1973년, 영국계 유대인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는 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마침내 '용서하는 자'가 되는 것을 그만 두었다. (...)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조너선 밀러의 작품에서 로렌스 올리비에가 샤일록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 작품에 나타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반유대주의에 충격을 받았다. (...) 원작자의 문학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 아니 누가 알겠는가, 바로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 - 이 연극은 그저 유대인이 흡혈귀임을 확인하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웨스커는 셰익스피어의 극에 품게 된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그 줄거리를 새롭게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새롭게 각색한 .. 2023. 2. 4.
베니스의 상인 - 셰익스피어 (박우수 옮김, 기린원) 세익스피어 - 베니스의 상인 (1605년 초연) [참고] 본 도서는 특정 종교의 신으로 번역하고 있으므로 일반 독자들에게 권하지 않음. 그라쉬아노: 앤토니오, 안색이 안좋아 보이는군. 자네는 세상일을 너무나 걱정해 걱정이 많으면 세상사를 즐길 수가 없는 법이네. 정말이지 자네는 너무 많이 변했네. 앤토니오: 그라쉬아노, 나는 단지 세상을 세상으로 여길 뿐이네. 세상은 각자 자기 역할을 하는 무대이고, 내 역할은 우울한 것이지. 그라쉬아노: 그렇다면 나는 광대 역할을 하겠네. 늙어서 주름살이 생길 것 같으면 즐거이 웃어서 생기게 하고, 생명을 단축하는 한숨 소리로 심장을 서늘하게 하기 보담 술로 간을 따뜻하게 하겠네. 오장육부가 뜨거운 사람이 왜 석고상으로 만든 할아범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2023. 2. 4.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홍지수 옮김, 펭귄클래식)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1854년) 노동에 시달리는 인간은 매일매일 고결한 삶을 살 여유가 없으며 사람들과 진정으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할 여력도 없다. 그랬다가는 시장에서 그 사람의 노동 가치는 점점 하락할 것이다. 기계처럼 이란 할 뿐 그 밖의 다른 어떤 것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진 지식을 쉬지 않고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어찌 자신의 무지를 기억해 낼 겨를이 있겠으며,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서야 어떻게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런 사람을 비나 하기에 앞서 때때로 무상으로 먹이고 입히고, 강장제로 원기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우리의 본성에 내재한 최상의 자질은 과분과 같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보존된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를, 또 서로를 소.. 2023. 2. 4.
시련 – 아서 밀러 (최영 옮김, 민음사) 민음사 세계문학 286 아서 밀러 - 시련 (1953 첫공연) 패리스 목사의 집은 오느날에는 마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읍'에 위치해 있었다. 예배당에 면한 그 집의 바깥쪽으로는 매사추세츠의 혻독한 겨울에 맞서 창문이 작고 어두침침한 집들이 몇 채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세일럼은 세워진 지 사십 년도 채 안 되었다. 유럽 사람들에게는 이 매사추세츠 주 전체가 한 무리의 광신도들이 모여 사는 야만적인 변경 지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신도들은, 차츰 양과 질이 향상되는 생산품을 배에 실어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그들 가운데 소설가라고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소설책이 있었더라도 그걸 읽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생활 신조는 극장을 비롯하여 '.. 2023. 2. 3.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임수현 옮김, 민음사)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1987년) 인간과 짐승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p.38) 사람이란 스스로 견딜 수 있는 고통만을 가하고, 또 자신이 가할 수 없는 고통만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p.39) 그저 나무에 댛고 말하듯, 감옥의 벽에 대고 말하듯, 혹은 밤에 벌거벗고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산책하며 말하듯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p.40) 정말로 끔찍하고 잔인한 건 한 인간이나 짐승이 다른 인간이나 짐승을 미완성의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p.40) 모욕은 되돌릴 수 없지만 친절은 되풀이할 수 있는 법이라. (p.54) (작품해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있다. 코카인, 헤로인, 엑스터시.....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2023. 2. 3.
유리 동물원 – 테네시 윌리엄스 (신정옥 옮김, 범우사) 테네시 윌리엄스 - 유리 동물원 (1944년) 난 – 절름발이잖아요! 거 무슨 철딱서니없는 소리냐! 로라, 다시는 그 말을 입에 담지 말라고 했잫ㄴ아, 응? 넌 불구자가 아니래도. 좀 어색할 뿐이지! – 그것도 얼핏 봐선 눈에 띄지도 않아! 사람이란 그런 약점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을 메우기 위해 다른 면에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이란다 – 뭐니뭐니해도 매력이 제일이란다 – 그리고 명랑 쾌할하고 – 매력만 있으면 돼! (p44) 건강에 좋은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해야지.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자신뿐이야….(p64) 조용한 사람은 생각이 깊은 법이야! (p65) 나도 너의 야망이 그 보잘것없는 창고 안에 있지 않다는 건 안다. 이 크고 넓은 세상에 너 같은 처.. 2023. 2. 3.
햄릿 – 셰익스피어 (신상용 옮김, 동서월드북) 셰익스피어 - 햄릿 (1602년) 햄릿 : 아,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이 육체, 차라리 녹고 녹아 이슬이 되어 버렸다면! 자살을 금하는 신의 계율만 없다면 자살해 버릴 텐데. 아, 세상 일이 모두 따분하고 부질없다. 진부하기만 하고 아무 유익이 없구나. 아, 싫다, 싫어. 잡초만 무성한 세상, 천하고 더러운 것듬ㄹ만 활개를 치는구나. 게다가 이렇게 되다니-돌아가신 지 겨우 두 달, 아니 두 달도 채 못 딘다! 참 훌륭한 임금이셨지. 이번 왕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야. 어머니를 그토록 사랑하셨는데. 행여 하늘에 부는 바람이 거셀까 어머님 얼굴을 감싸 주셨는데. 아, 이 모든 기억들을 떨쳐 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늘 아버지께 매달리시던 어머니, 애정을 먹으면 먹을수록 욕심이 사나워지기라도 하듯이, 그런.. 202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