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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 오 헨리 (이성호 옮김, 문예출판사)

by handaikhan 2023. 2. 5.

오 헨리 단편서 문예 세계문학 40

 

오 헨리 - 크리스마스 선물 (1906년)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그 중에 60센트는 1센트짜리 동화였다. 이 돈은 잡화상이나 채소 장수나 푸줏간 주인에게 떼를 써서 한두 푼씩 모은 것이었다. 이렇게 에누리를 하다보면 지나치게 무례한 짓을 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다. 델라는 이 돈을 세 번이나 세어보았다. 세어보고 또 세어보아도 1달러 87센트였다. 다음날이 크리스마스였다.

사실 초라한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델라는 그렇게 실컷 울었다. 울고 보니, 인생이란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도 눈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p.7)

 

델라는 울음을 그치고 분첩으로 빰에 분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창가에 서서 회색 고양이가 회색 뒷마당의 회색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녀가 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줄 돈이라곤 1달러 87센트밖에 없었다. 그것도 여러 달 동안 푼돈을 모아서 이 정도가 된 거였다. 1주일에 20달러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지출은 항상 예상을 초과했다. 사랑하는 남편 짐에게 선물을 사줄 돈이라고는 1달러 87센트뿐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어떤 선물을 사줄까 하고 이리저리 생각하며 여러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훌륭하고 귀한 선물 - 짐이 조금이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선물을 하려고 궁리했다. (p.8)

 

제임스 딜링함 영 부부에게는 커다란 자랑거리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할아버지대부터 전해 내려온 짐의 금시계였고, 다른 하나는 델라의 긴 머리칼이었다. 만일 시바의 여왕이 통풍칸 건너에 있는 옆집 아파트에 살았더라면, 델라는 머리칼을 말리는 척하고 창밖으로 머리칼을 늘어뜨려, 여왕의 금은 보석이 그 빛을 잃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솔로몬 왕이 이 집 관리인이 되어 지하실에 온갖 보물을 쌓아놓고 살았더라면, 짐은 지날 때마다 시계를 꺼내어 샘이 난 왕이 자기 수염을 연방 쓸어내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p.9)

 

"제 머리칼을 사시겠어요?"

"글쎄요."

마담이 대답했다.

"모자를 벗으세요. 우선 한번 봅시다."

갈색 머리가 마치 폭포처럼 물결치며 늘어졌다.

"20달러 드리지요."

마담은 익숙한 솜씨로 머리채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빨리 잘라주세요."

델라가 동의했다.

놀랍게도, 그 후 시간은 장미빛 날개를 단 듯 흘러갔다. 이것참, 어울리지 않는 비유는 그만두기로 하자. 그녀는 짐에게 줄 선물을 찾아 가게란 가게를 온통 뒤지며 다녔다.

그러다 드디어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짐을 위해 만들어놓은 듯했다. 그녀는 여러 가게를 구석구석 다 찾아보았지만 어떤 가게도 이런 것은 없었따.

그것은 디자인이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백금 시곗줄로서 보통 좋다는 물건처럼 비속한 장식이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물건 자체가 훌륭한 것이었다. 그것은 짐의 시게와 어울려야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날 만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자마자 짐이 가져야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남편을 닮은 듯했다. 과묵하고 귀중한 - 이 말은 시곗줄과 짐, 둘 모두에게 걸맞은 표현이었다. 그녀는 21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 87센트를 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p.10)

 

짐은 문 안에 들어서자 마치 메추라기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델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읽을 수 없는 감정이 떠올랐다. 두려웠다. 그것은 분노도 아니고, 경악도 아니고, 실망도 공포도 아니었다. 그녀가 예기했던 일말의 감상이 아니었다. 그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델라는 머뭇거리며 식탁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갔다.

"여보, 짐."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마세요. 당신에게 선물도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가 없어서 머리칼을 잘라 팔았어요. 머리칼은 또 자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죠?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내 머리칼은 참 빨리 자라요, 여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줘요. 그리고 우리 즐겁게 지내요. 당신은 모르죠.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 예쁜 선물을 샀는지."

"머리를 잘랐다고?"

짐은 아무리 고심해도 이 엄연한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힘들여 물었다. (p12)

 

짐은 외투 주머니에서 선물 포장이 된 작은 상자를 꺼내서 식탁 위에 놓았다.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말아요. 당신이 머리칼을 자르든 자르지 않든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소. 그러나 저 상자를 풀어보면, 왜 내가 잠시 동안이나마 멍하게 있었는지 알게 될 거요."

그녀는 새하얀 손으로 민첩하게 리본을 풀고 종이를 폈다. 그러자 황홀한 환성이 터졌다. 그러나 아아! 그녀의 마음은 재빨리 변하여 히스테리컬한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이번엔 이 아파트의 바깥주인이 온 힘을 다해 안주인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는 머리핀이 놓여 있었다. (p.13-14)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분간 치워둡시다. 지금 바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것 같아. 당신의 머리핀 살 돈을 마련하느라고 시게를 팔아버렸소. 자, 고기나 주니해요."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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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 마지막 잎새 (1907년)

 

워싱턴 광장 서쪽의 한 작은 구역은 길들이 질서 없이 뻗다가 몇 개의 길고 작은 마을로 갈라져 들어갔다. 이 마을에는 복잡한 갈림길이 많았다. 어떤 길은 그 길 자체가 한 번이나 두 번씩 교차되기도 했다. 옛날 한 예술가가 이 마을의 훌륭한 가치를 발견했다. 만약 수금원이 그림 물감과 종이와 캔버스 값 청구서를 들고 와도 헤매기만 하다가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돌아다올 수박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방값이 싸면서도 창이 북쪽으로 나 있고 18세기 박공과 네덜란드 식 다락방과 아치가 있는 집을 찾아 그리니치 빌리지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그런 집을 마련하고 나서 그릇과 스토브를 6번가에서 사들였다. 이렇게 해서 '화가촌'이 생기게 된 것이다. (p.16)

 

그것이 5월의 일이었다. 11월이 되자 눈에 보이지 않는 냉정하고 낯선 불청객이 화가촌에 찾아들어, 얼음같이 차가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것은 의사들이 폐렴이라고 부르는 병이었다. 동부 지역에서는 이 악한이 오만스럽게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지만, 이 마을의 이끼 낀 좁은 골목에 와서는 한풀 꺾였다.

'폐렴'이라는 나그네는 기사도 정신이 있는 신사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의 미풍을 받으며 자란 가냘픈 여자는 피투성이 주먹을 가진 숨결 급한 이 늙은 악한과 맞설 만큼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악한이 존시를 덮쳐버렸다. 존시는 네덜란드 식 작은 창문을 통해 밋밋한 옆집 벽돌담을 바라보며 페인트 칠을 한 침대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게 되었다. (p.17)

 

"살겠다는 의지만 갖는다면 약간의 희망이 있지만, 지금처럼 장의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는 아무리 좋은 처방도 효력이 없지. 병이 낫지 않을 거라고 아예 체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 집착하는 것이라도 있나?" (p.17)

 

"하여튼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모든 의술을 다 써보지. 하지만 환자가 장례식 행렬의 마차 수나 세고 있으면, 약의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어. 만일 아가씨가 환자를 잘 설득해서 올겨울엔 어떤 외투 소매가 유행하느냐고 묻도록 만든다면, 환자가 살아날 가망성은 10분의 1에서 5분의 1로 늘어날 거요." (p.18)

 

"자꾸만 더 빨리 떨어지는구나. 사흘 전만 해도 백 개가량 되어서 세려면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쉬워졌어. 또 하나 떨어지는구나. 다섯 개밖에 안 남았네."

"다섯 개라니, 뭘 가지고 그래, 응? 제발 말 좀 해봐."

"담쟁이덩굴에 달린 잎새 말야.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야. 벌써 사흘 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너에게 아무 말도 안 하셨니?"

"아니,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p.19)

 

"잎새가 또 하나 떨어지는구나. 수프도 먹고 싶지 않아. 꼭 네 잎이 남았ㅎ네. 어둠이 깃들기 전에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죽게 될 거야." (p.20)

 

아, 놀랍게도! 밤새도록 비바람이 휘몰아친 후인데도 잎새 하나가 벽돌담에 그대로 매달려 있지 않은가.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새였다. 덩굴 줄기 쪽엔 아직도 짙은 녹색빛이 완연하니, 톱니모양의 가장자리는 시들고 말라서 노랗게 변색한 잎새가 땅에서 20피트쯤 위에 뻗은 가지에 단단히 매달려 있었다.

"마지막 잎새가 남아 있네." (p.23)

 

사람이란 신비롭고 먼 죽음으로의 여행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가장 외로운 것이다. 친구들이나 이 세상 모든 것과 맺었던 유대가 하나하나 단절되어가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녀를 점점 더 강렬하게 엄습하는 듯이 보였다. 그럭저럭 한낮이 지나 황혼이 깃들었을 때에도 마지막 잎새는 담에 붙어 있는 덩굴 줄기에 외롭게 매달려 있었다. 어둠이 깃들자, 북풍은 다시 세차게 불기 시작했고, 비는 여전히 창문을 때리며 낮은 네덜란드 식 처마 끝을 흘러내렸다. (p.24)

 

"버만 할아버지가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셨어. 할아버지는 이틀밖에 앓지 않았어. 병이 난 첫날 아침에, 이 건물 관리인이 아래층 자기 방에서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대. 구두와 옷은 온통 젖어 있었고 몸은 얼음같이 차디갔다고 하더라. 할아버지가 비바람이 사납게 불던 간밤에 어디에 갔다왔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대. 그런데 불이 켜져 있는 등불과 끄집어낸 사다리와 제멋대로 흩어진 붓과 녹색과 붉은색 물감이 섞여 있는 팔레트가 발견됐어. 창밖을 내다봐. 벽에 있는 마지막 덩굴 잎새 말이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니? 존시, 저것이 버만 할아버지의 걸작품이야. 그분이 마지막 잎새가 떨어져버린 그날 밤에, 그 자리에 저것을 그려놓았어.: (p.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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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O. Henry)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 1862년 9월 11일 ~ 1910년 6월 5일)는 미국의 작가이자 소설가로, 오 헨리(O. Henry)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890년대의 가족 사진, 왼쪽부터 아내 애솔(Athol), 딸 마거렛(Margaret), 포터 윌리엄 시드니 포터는 1862년 10월 11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그린즈버러에서 앨저넌 시드니 포터와 메리 제인 버지니아 스웨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살 무렵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가족은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하였다. 18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촌이 경영하는 약국의 조수로 들어가 1881년 약사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1882년 포터는 제임스 홀을 따라 텍사스로 이주하여 그의 아들 리처드 홀의 목장에서 일하였다. 그 곳에서 포터는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의 음악을 배웠다. 1884년 오스틴으로 이사하였다. 거기서 포터는 제도사, 은행원, 기자 등의 직업을 전전했으며 습작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포터는 오스틴에서 극단에 들어가 기타와 만돌린을 연주하였다. 1887년 17세였던 애솔 에스테스와 결혼하였다. 1887년 리처드 홀이 지주협의회의 의장이 되자 그의 권유로 텍사스 제네럴 랜드 오피스의 제도사로 근무하였다. 1888년 아들이 태어났으나 태어나자 마자 사망하였다. 1889년 딸 마가릿 워스 포터가 태어났다. 리차드 홀이 1890년 낙선하자 포터는 은행원, 기자등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구르는 돌》(The Rolling Stones)을 발표하였으나 1500부가 팔리는데 그쳤다.
포터 가족은 1895년 휴스턴으로 이사하였다. 포터는 우체국의 고정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오스틴에서 재직하였던 은행에서 포터가 재직 중 계산 실수를 범했다는 이유로 고소하여 구금되었다. 포터는 장인의 도움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의 가족들은 장인의 집에 의탁하였다. 첫 재판은 1896년 7월 7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포터는 처음에는 뉴올리언스로 이후 온두라스로 도피하였다. 거기에서 그는 바나나 공화국을 빗댄 《양배추와 왕》을 썼다.
포터는 1897년 아내 애솔이 결핵으로 죽어간다는 전갈을 받고 오스틴으로 돌아왔다. 애솔은 1897년 7월 25일 사망하였다. 포터는 체포되어 1898년 2월 횡령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5월 25일 오하이오 교도소에 수번 30664번으로 수감되었다. 포터는 약사 자격이 있었기 때문에 복역 중에 야간 약국 담당으로 일하였다. 복역 중에 포터는 여러 필명으로 단편 소설을 출간하였다. 오 헨리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휘파람 부는 딕의 크리스마스 스타킹》이 널리 알려지게 되자 그의 이름 역시 오 헨리로 널리 알려졌다.
1901년 출감한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로 이사한 장인을 찾아가 11살이 된 딸 마거릿을 만났다. 장인은 마거릿에게 포터가 사업 때문에 멀리 여행갔다고 말하여 두고 있었다.
1902년 《뉴욕 월드 썬데이 매거진》이 그의 글을 수록하길 하자 포터는 뉴욕으로 이사하였다. 포터는 이 잡지에 381편의 단편의 실었다. 1907년 포터는 세라 린지 콜먼과 재혼하였다.
1908년 그는 건강이 악화되어 글쓰기를 중단하였다. 1909년에 사라가 떠나간 뒤 더욱 건강이 악화된 그는 1910년 6월 5일 4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였다. 사망 후 뉴욕 시에 의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슈빌에 묻혔다. 1927년 그의 딸 마가렛 역시 사망하여 아버지의 옆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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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 오 헨리 (김희용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20년 후 - 오 헨리 (조신권 옮김, 신원문화사)

마지막 잎새 - 오 헨리 (최인자 옮김, 펭귄클래식)

마지막 잎새 - 오 헨리 (오정환 옮김, 동서월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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