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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2. 소설82

귀머거리새 - 양귀자 (책세상) 책세상 - 소설 르네상스 24 목차 유황불 밤의 일기 이웃들 다락방 녹 갑 쥐 의치 유빙 귀머거리새 좁고 어두운 거리 1980년의 사랑 들풀 얼룩 덩굴풀 ................................................. 양귀자 - 귀머거리새 (1985년) 어느 날의 오후였다. 젖혀진 커튼 사이로 분홍의 석양빛이 조심스레 어둠과 몸을 섞을 때, 그는 주황색 담요 위에 뺨을 댄 채 잠들어 있었다. 거의 사물의 윤곽만 알아볼 수 있는 어둠의 혼미함 가운데서 그는 무언가 괴로워하며 낮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녹색의 비닐 장판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의 몸에 어떤 사나운 공기의 압축 같은 것이 밀어닥치고 있어서 그 석양의 어느 한순간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동안 그는 눈과 귀와.. 2023. 4. 8.
자유종 - 이해조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0 목차 안국선 - 금수회의록 이해조 - 자유종 이해조 - 구마검 최찬식 - 추월색 주 작품 해설 - 계몽 시대 신소설의 서사적 성격 / 권영민 작가 연보 참고 문헌 .................................................................................................................. 이해조 - 자유종 (1910년) 천지간 만물 중에 동물 되기 희한하고, 천만 가지 동물 중에 사람 되기 극난하다. 그같이 희한하고 그같이 극난한 동물 중 사람이 되어 압제를 받아 자유를 잃게 되면 하늘이 주신 사람의 직분을 지키지 못함이어늘, 하물며 사람 사이에 여자 되어 남자의 압제를 받아 자유를 빼앗기면 어찌.. 2023. 4. 7.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민음사) 한국단편문학선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 목차 김동리 - 황토기/까치 소리 황순원 - 소나기/비바리 오영수 - 갯마을 손창섭 - 혈서 정한숙 - 전황당인보기 이호철 - 나상 장용학 - 비인탄생 서기원 - 암사지도 박경리 - 불신시대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선우휘 - 반역 ...................................................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1960년)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이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가이 오는 것을 -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 2023. 4. 4.
동백꽃 - 김유정 (글누림) 글누림 한국소설전집 0 목차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노다지 금 따는 콩밭 만무방 봄·봄 산골 나그네 가을 봄과 따라지 두꺼비 동백꽃 야앵 산골 정조 따라지 땡볕 형 작가 연보 ........................................ 김유정 - 동백꽃 (1938년)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키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 푸르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 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 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 2023. 4. 3.
발가락이 닮았다 - 김동인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 목차 약한 자의 슬픔 배따라기 태형 눈을 겨우 뜰 때 감자 광염 소나타 배회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광화사 김연실전 곰네 주 작품 해설 ㅣ 허공의 비극 / 최시한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 김동인 - 발가락이 닮았다 (1932년) 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혹은 단지 조혼이라 하는 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아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2023. 4. 3.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글누림) 글누림 한국소설전집 5 목차 간행사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논 이야기 낙조 작가 연보 작품 해설 ................................. 채만식 -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 "머 어데 빈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푹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이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미상불 그는 두 팔을 쭉-내뻗고 기지개라도 한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K사장과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공손히 마주 앉아 얼굴에는 '나는 선배인 선생님을 극히 존경하고 앙모합니다.' 하는 비굴한 미소를 디고 있는, 구변 없는 구변을 다하여 직업 동냥의 구걸 문구를 기다랗게 늘어놓던 P...P는 그러나 취직운동에 백전백패의 노졸인지라 K씨의 힘 아니 드는 한마디.. 2023. 4. 2.
소나기 - 황순원 (일신서적) 목차 소나기 학 독 짓는 늙은이 별 곡예사 원색 오두기 목넘이 마을의 개 산골 아이 이리도 내 고향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 닭제 그늘 가랑비 황노인 노새 과부 기러기 황순원의 연보 ..................................................... 황순원 - 소나기 (1952년)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 2023. 4. 2.
약한 자의 슬픔 - 김동인 (열림원) 열림원 논술 한국 문학 7 목차 일러두기 약한 자의 슬픔 배따라기 태형 감자 명문 K박사의 연구 광염소나타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대동강은 속삭인다 광화사 곰네 김동인의 생애와 문학 논술 / 예술은 그 자체로 먹적이 될 수 있는가? ................................................................ 김동인 - 약한 자의 슬픔 (1919년) 가정교사 강 엘리자베트는 가르침을 끝낸 다음에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이제껏 아이들과 유쾌히 아주 지낸 그는 낌찜하고 갑갑한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무한한 적막을 깨달았다. '오늘은 왜 이리 갑갑한고? 마음이 왜 이리 두근거리는고?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것 같군. 어찌할꼬. 어디 갈까 말.. 2023. 4. 1.
무진기행 - 김승옥 (문학동네) 김승옥 소설전집 1 목차 작가의 말 ㅣ 나와 소설 쓰기 생명연습(生命演習) 건(乾) 역사(力士)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무진기행(霧津紀行) 싸게 사들이기 차나 한잔 서울 1964년 겨울 들놀이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夜行) 그와 나 서울의 달빛 0章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내가 읽은 김승옥 ㅣ 스무 살에 만난 빛 - 신경숙 작가 연보 ....................................................... 김승옥 - 무진기행 (1964년)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 2023. 3. 31.
분녀 - 이효석 (글누림) 글누림 한국 소설 전집 10 목차 간행사 도시와 유령 약령기 오리온과 능금 돈 성화 수탉 분녀 들 메밀꽃 필 무렵 성찬 개살구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은은한 빛 산협 작가 연보 작품 해설 .................................... 이효석 - 분녀 (1939년) 우리도 없는 농장에 아닌 때 웬일인가들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 동안에 집채 같은 도야지는 헛간 앞을 지나 묘포 밭으로 달아 온다. 산도야지 같기도 하고 마바리 같기도 하여 보통 도야지는 아닌 데다가 뒤미처 난데없는 호개 한 마리가 거위영장같이 껑충대고 쫓아오니 도야지는 불심지가 올라 갈팡질팡 밭 위로 우겨든다. 풀 뽑던 동무들은 간담이 써늘하여 꽁무니가 빠져라 산지사방으로 달아난다. 허구 많은 지향 다 두고 도야지는 굳이 이쪽을.. 2023.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