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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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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헨다 - 계용묵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0 산도 상상봉 맨 꼭대기에까지 추어올라 발뒤축을 도두들고 있는 목을 다 내빼어도 가로놓인 앞산의 그 높은 봉은 눈 아래 정복하는 수가 없다. 하늘과 맞닿은 듯이 일망무제로 끝도 없이 빠안히 터진 바다, 산너머 그 바다, 푸른 바다, 고향의 앞바다, 아아 그 바다 그리운 바다. 다시 한 번 발가락에 힘을 주고 지끗 뒤축을 들어본다. 금시 키가 자랐을 리 없다. 역시 눈앞에 우뚝 마주 서는 그놈의 산봉우리. "으아-" 소리나 넘겨 보내도 가슴이 시원할 것 같다. 목이 찢어져라 질러본다. "으아-" 그러나 소리 또한 그 봉우리를 헤어 넘지 못하고 중턱에 맞고는 저르릉 골안을 쓸데도 없이 울리며 되돌아와 맞는 산울림이 이켠 아래로 낙엽 긁기에 배바쁜 어머니의 가슴만을 놀래놓는다. 별.. 2023. 2. 19.
백치 아다다 - 계용묵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0 질그릇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고 들렸는데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부엌에 쥐가 들었나? 샛문을 열어 보려니까. "아 아 아이, 아아 아아!" 하는 소리가 뒤란 곁으로 들려온다. 샛문을 열려던 박씨는 뒷문을 밀었다. 장독대 밑 비스듬한 켠 아래 아다다가 입을 해벌리고 납작하니 엎더져 두 다리만을 힘없이 버르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머리 편으로 한발쯤 나가선 깨어진 동이 조작이 질서 없이 너저분하게 된장 속에 묻혀 있다. "아이구테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년이 동애를 또 잡는구나! 이년아! 너더러 된장 푸래든, 푸래?" 어머니는 딸이 어딘가 다쳤는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파하는 데 가는 동정심보다 깨어진 동이만이 아깝게 눈에 보였던 것이다. "어 어마! 아다아다 아다 아다다다.. 2023. 2. 19.
야성이 부르는 소리 - 잭 런던 (곽영미 옮김, 지식의풍경) 야성이 부르는 소리 - 잭 런던 목차 야성이 부르는 소리 불을 피우기 위하여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 잭 런던의 생애와 문학 ................................................................. 유랑을 향한 오랜 갈망이 솟구쳐 관습의 굴레를 못 견뎌 하더니 겨울잠에 빠진 야성을 다시 일깨운다. 벅은 신문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벅은 자신만이 아니라 퓨젓사운드에서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연안 지대의 억센 근육에 따뜻하고 덥수룩한 털을 가진 모든 개들에게 시련이 닥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북쪽 땅의 어둠 속을 탐색하던 사람들이 노란 금속을 발견하자 증기선 회사와 운송 회사가 그 발견을 요란하게 알렸고, 그러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북쪽 지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 .. 2023. 2. 16.
헤럴드 블룸 클래식 (생각의 나무) 헤럴드 블룸 클래식 소장판 (양장본 896쪽 194*257mm 2240g) 목차 [ 봄 ] Stories 기묘한 이야기 - 길버트 키스 체스터톤 코뿔소 가죽 - 루디야드 키플링 거울 - 라프카디오 헌 보완물 - 에밀 졸라 Poems 사람의 사계절 - 존 키츠 바람을 노래함 - 토머스 러브 피콕 바람과 비 - 윌리엄 셰익스피어 엉겅퀴를 먹은 당나귀 - 이솝 3월 바람의 노래 - 윌리엄 모리스 악기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밤의 작은 새들 - 스티븐 크레인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있었네 - 월트 휘트먼 올빼미와 고양이 - 에드워드 리어 오래된 5월의 노래 - 작가 미상 나에게 더 이상 고향은 없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푸른 잔디 - 작가 미상 즐겁게 올라가고 즐겁게 내려오라 - 작가 미상 여기 우리는.. 2023. 2. 15.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프랜시스 배르벨 바르데츠키 (두행숙 옮김, 걷는나무) 프랜시스 배르벨 바르데츠키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목차 Chapter 1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상처로부터 나를 지켜 줄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를 사랑하라, 그러면 인생도 당신을 사랑하리라 인정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너무 아파서 화를 내는 사람들 아픈 마음은 몸이 먼저 안다 나의 잘못’과 ‘너의 잘못’을 분리하라 Chapter 2 더 이상 모든 일을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상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 마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 한 명도 너와 나 사이에 필요한 마음의 거리 사랑에 매달릴수록 사랑은 멀어진다 왜 그 사람과 나는 행복할 수 없었을까? 누구의 삶도 완벽할 순 없다, .. 2023. 2. 15.
목걸이 - 모파상 (임미경 옮김, 열린책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274 기 드 모파상 - 모파상 단편선 (19세기) 목차 시몽의 아빠 비곗덩어리 달빛 의자 갈이 하는 여자 시골살이 두 친구 보석 여로에서 쥘 삼촌 손 노인 전원시 목걸이 귀환 투안 영감 마드무아젤 페를 오를라 파리 쓸모없는 아름다움 누가 알랴? 역자 해설: 뜨거운 냉소를 지닌 작가 기 드 모파상 연보 2023. 2. 12.
키재기 - 하구치 이치요 (유윤한 옮김, 궁리) 에디션 F 08 하구치 이치요 작품선 목차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 마을에서 큰길로 돌아가면 요시와라 유곽 대문의 버드나무까지는 꽤 멀다. 유곽에서 밤을 보낸 남자들이 새벽녘 돌아가며, 아쉬움에 돌아보는 곳이 버드나무 근처라 한다. 요시와라를 에두른 검은 도랑엔 유곽의 3층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어리고, 게이샤를 불러 소란스럽게 노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듯하다. 쉼 없이 오가는 인력거를 ㅂ보면 요시와라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번창.. 2023. 2. 10.
황금시대 - 케네스 그레이엄 (임보라 옮김, 달섬) 달섬 세계고전 23 케네스 그레이엄 - 황금시대 (1895년) 인생의 문이 내 등 뒤에서 닫히기 전, 그러니까 나의 옛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말할 모든 일들이 부모라는 올바른 장비를 가진 어린애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을 거라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 고작 이모나 삼촌뿐인 어린애는 조금 특별한, 조금 다른 마음 상태를 갖고 살기 마련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우리의 신체적 요구까지는 친절하게도 잘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너머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생각컨대 그런 무관심은 모종의 멍청함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따라서 이 어린애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상당히 객관적이고 온화한 방식으로 그런 멍청함의 존재를 알아냈던 것을,.. 2023. 2. 10.
겨울 나그네 - 빌헬름 뮐러 (김재혁 옮김, 민음사) 세계시인선 58 5. 보리수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서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보리수 껍질에다 사랑의 말 새겨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그곳을 찾았네 나 오늘 이 깊은 밤에도 그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꼭 감아버렸네 나뭇가지들이 살랑거리면서,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네 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세차게 때렸네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돌아보지 않았네 이제 그곳에서 멀어진 지 벌써 한참이 되었네 그래도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 들리네 11. 까마귀 그 마을을 떠나올 때 까마귀 한 마리가 따라왔네 까마귀는 오늘도 계속해서 내 머리 위를 날고 있네 까마귀야, 희한한 짐승아, 왜 내게서 떠나지 않는 거니? 혹시 너는 머지 않아 내 몸뚱이.. 2023. 2. 10.
섣달 그믐 - 하구치 이치요 (유윤한 옮김, 궁리) 에디션 F 08 하구치 이치요 작품선 목차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 우물 도르래에 달린 두레박줄은 열두 길이나 되고, 부엌은 북향이라 섣달 찬바람이 쌩쌩 불어든다. 아, 못 참겠다 싶어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면 일 분은 한 시간으로 늘리고, 나무도막은 장작더미로 부풀려 야단치니 하녀 신세란 괴롭구나. 처음 이 집을 소개해준 할머니는 "자녀가 아들딸 모두 여섯인데 항상 집에 있는 사람은 맏이와 막내뿐이야. 사모님이 좀 변덕스럽긴 해..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