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2 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김전유경 옮김, 펭귄클래식) 오스카 와일드 단편모음집 오스카 와일드 - 행복한 왕자 (1888년)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 높은 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 조각상이 서 있었다. 행복한 왕자는 온몸이 최고급 금박으로 둘러싸이고, 눈에는 반짝이는 사파이어 두 개가, 손에 쥔 칼자루에는 커다란 붉은 루비가 빛나고 있었다. 행복한 왕자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한 유명한 시의원은 예술적 취향을 뽐내려고 이렇게 말했다. "마치 풍향계의 새처럼 아름답구나." 그러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물론 그렇게 유용하지는 않지만." 하고 덧붙였다. 무엇이든 사 달라고 졸라 대는 아이에게 현명한 어머니는 말했다. "너도 행복한 왕자를 좀 닮을 수 없니? 행복한 왕자는 결코 떼를 쓰지 않는단다." 실의에 빠져 기가.. 2023. 2. 27. 한시치 체포록 - 오카모토 기도 (추지나 옮김, 책세상) 오카모토 기도 - 한시치 체포록 (1927년) 목차 오후미의 혼령 석등롱 쓰노쿠니야 미카와 만자이 창 찌르기 여우와 승려 한겨울의 금붕어 에도가와의 보라잉어 외눈박이 요괴 단발뱀의 저주 사라진 두 여자 에 대하여 에도의 치안 유지 기구에 대하여 ....................................................................... ............................................................................................................................................................................................... 2023. 2. 27. 별에서 온 아이 - 오스카 와일드 (김유경 옮김, 펭귄클레식) 오스카 와일드 단편모음집 오스카 와일드 - 별에서 온 아이 (1891년) 오래전 어느 날 가난한 나무꾼 두 명이 커다란 솔숲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밤이었다. 들판과 나뭇가지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무꾼들이 지나갈 때마다 서리가 작은 나뭇가지들을 툭툭 부러뜨리며 심술을 부렸다. 그러다 그들이 급류로 흐르는 곳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서리도 잠잠해졌다. 얼음 왕의 키스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새와 짐승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다리 사이에 꼬리를 넣고 덤불 사이를 절뚝거리며 걷던 늑대가 으르렁거렸다. "으으. 정말 무시무시한 날씨야. 정부에서는 대체 왜 아무 신경도 안 쓰는 거야?" 초록빛 홍방울새가 지저귀었다. "휫, 휫, 휫. 땅이 너무 늙.. 2023. 2. 27. 서편제 - 이청준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21 이청준 - 서편제 - 남도 사람 1 (1976년) 여자는 초저녁부터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줄창 소리를 뽑아대고, 사내는 그 여인의 소리로 하여 끊임없이 어떤 예감 같은 것을 견디고 있는 표정으로 북장단을 잡고 있었다. 소리를 쉬지 않는 여자나, 묵묵히 장단 가락만 잡고 있는 사내나 양쪽 다 이마에 힘든 땀방울이 솟고 있었다. 전라도 보성읍 밖의 한 한적한 길목 주막. 왼쪽으로는 멀리 읍내 마을들을 내려다보면서 오른쪽으로는 해묵은 표지들이 길가까지 바싹바싹 다가앉은 가파른 공동묘지 - 그 공동묘지 사이를 뚫고 나가고 있는 한적한 고갯길목을 인근 사람들은 흔히 소릿재라 말하였다. 그리고 그 소릿재 공동묘지 길의 초입께에 조개껍질을 엎어놓은 듯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고 들앉아 있.. 2023. 2. 25. 삼포가는 길 - 황석영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25 황석영 - 삼포가는 길 (1973년) 영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궁리해보면서 잠깐 서 있었다. 새벽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밝아오는 아침 햇빛 아래 헐벗은 들판이 드러났고, 곳곳에 얼어붙은 시냇물이나 웅덩이가 반사되어 빛을 냈다. 바람 소리가 먼 데서부터 몰아쳐서 그가 섰는 창공을 베면서 지나갔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수십여 그루씩 들판가에서 바람에 흔들렸다. 그가 넉 달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한참 추수기에 이르러었었고 이미 공사는 막판이었다. 곧 겨울이 오게 되면 공사가 새봄으로 연기될 테고 오래 머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는 진작부터 예상했던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사무소가 사흘 전에 문을 닫았고, 영달이는 밥집에서 달아날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 2023. 2. 24.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편영수, 임홍배 옮김, 창비) 창비 세계문학 프란츠 카프카 - 변신 (1912년)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머리를 조금 들자 각질의 아치형 마디들로 나뉜 둥그렇게 솟은 갈색 배가 보였고, 배 위에 겨우 살짝 걸쳐져 있는 이불은 금방이라도 홀라당 흘러내릴 것 같았다. 눈앞에서는 몸통에 비해 딱하리만치 가냘픈 수많은 다리가 어쩔 줄 모르고 버둥거렸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잠자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조금 작긴 해도 사람이 살기에 손색이 없는 그의 방은 친숙한 네 벽 사이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잠자는 출장외판원이었는데, 옷감견본 모음을 펼쳐놓은 책상 위의 벽에는 얼마 전 .. 2023. 2. 23. 불꽃 - 선우휘 (민음사)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1 목차 테러리스트 불꽃 오리와 계급장 단독 강화 망향 묵시 희극배우 - 작품 해설 : 전후 세대 휴머니즘의 진폭 / 한기 선우휘 - 불꽃 (1957년) 산과 산, 또 산 이어간 산줄기와 굽이치는 골짜기. 영겁의 정적. 멀리서 보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이 골짜기가 마치 푸른 모포를 드리운 것같이 부드러운 빛깔로 보였다. 그러나 골짜기를 뒤덮고 있는 관목의 가지와 잎사귀에 가리어 험한 바위가 짐승처럼 엎드리고, 담그면 손목이 끊길 것 같은 차디찬 냇물이 그 밑을 흐르고 있었다. 이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서녘, 부엉산 산무라, 거기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을 등지고 고현은 앉아 있었다. 기대고 있는 바위가 퍽 차가웠다. 해가 산무라 뒤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골짜기의 이편에 지어졌던 .. 2023. 2. 21.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김선희 옮김, H&book) 무지와 집착의 광기는 사랑이 아니다. 오로지 악일 뿐이다! 1801년, 집주인을 만나보고 돌아왔다. 나를 귀찮게 할 외톨이 이웃.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다. 온 나라를 통틀어,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벗어난 장소에 자리를 잡은 것이 정말이지 나는 믿기지가 않았다. 세상을 싫어하는 이에겐 완벽한 장소였다.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서로 그 적막감을 나누기에 딱 알맞은 한 짝이다. 그러니 내겐 중요한 이웃이었다! 내가 말을 타고 다가가자 그의 눈썹 아래 검은 눈동자가 주춤하고, 또 내 소개를 하자 조끼 주머니 속 그의 손가락이 경계하듯 움츠러들었다. 그는 내 따뜻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p.7) 는 히스클리프 씨의 집 이름이다. '워더링'은 흔하게 쓰이는 이 지역 사투리인데 집의 위치로.. 2023. 2. 21. 무녀도 - 김동리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0 김동리 - 무녀도 (1936년) 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넓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내린 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래펄에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워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잣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버지가 장가를 들던 해라 하니, 나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기도 이전의 일이다. 우리 집은 옛날의 소위 유서있는 가문으로, 재산과 문벌로도 떨쳤지만, 글 .. 2023. 2. 20. 유몽영 - 장조 (신동준 옮김, 인간사랑) 장조 - 유몽영 (17세기) 장조(張潮, 청나라, 1650-?) 제1부 유몽일영幽夢一影 제1칙 독서유절讀書有節 - 책 읽기에 알맞은 계절이 있다 35 경서를 읽기에는 겨울이 좋다. 정신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를 읽기에는 여름이 좋다. 날이 길기 때문이다. 제자서를 읽기에는 가을이 좋아. 운치가 남드르기 때문이다. 문집을 읽기에는 봄이 좋다. 기운이 화창하기 때문이다. 증국번 - 뒤숭숭한 날에는 경전을 읽고, 차분한 날에는 사서를 읽는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처세 - 챵펑뤼 (양성희 옮김, 21세기북스) .................................................................... 제2칙 독독공독獨讀共讀 - 경전은 홀로, 사서는 함께 읽어라 37.. 2023. 2. 20.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