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의 향기

분류 전체보기402

꺼삐딴 리 - 전광용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 소설 17 목차 간행사 전광용 사수(射手) 꺼삐딴 리 이범선 학마을 사람들 갈매기 오발탄 이호철 탈향 판문점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남에서 온 사람들 이메일 해설 - 백병부, 이호규 낱말풀이 ...................................... 전광용 - 꺼삐딴 리 (1962년) 수술실에서 나온 이인국 박사는 응접실 소파에 푸묻히듯이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그는 백금 무테안경을 벗어 들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등골에 축축이 밴 땀이 잦아들어감에 따라 피로가 스며왔다. 두 시간 이십 분의 집도, 위장 속의 균종 적출. 환자는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끝낼 찰나 스쳐가는 육감, 그것은 성공 여부의 적중률을 암시하는 계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웬.. 2023. 3. 26.
맨발로 글목을 돌다 - 공지영 (문학사상) 2011년 제 35회 이상문학상 수상집 목차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서 대상수상작 공지영 | 맨발로 글목을 돌다 대상 수상 작가 자선 대표작 공지영 | 진지한 남자 대상 수상 작가 공지영의 수상소감과 문학적 자서전 수상소감 | 백지 앞, 자유로운 희망 문학적 자서전 | 나의 치유자, 나의 연인 그리고 나의 아이들 우수상 수상작 정지아 | 목욕 가는 날 김경욱 | 빅브라더 전성태 | 국화를 안고 김 숨 |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김언수 | 금고에 갇히다 김태용 | 뒤에 황정은 | 描氏生 제35회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총평 각 심사위원들의 중점적 심사평 김윤식 | 운명, 작가까리의 대화방식 윤후명 | 영장류의 길 권영민 | 작가의 내면 풍경,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소설적 변증법 윤대녕 |.. 2023. 3. 24.
무희 - 모리 오가이 (문학동네) 문학동네 세계문학 85 목차 아베 일족 무희 기러기 다카세부네 해설 | 모리 오가이와 근대적 자아 모리 오가이 연보 ...................................................... 모리 오가이 - 무희 (1890년) 석탄은 이미 선적이 끝났다. 이등선실의 테이블 주위는 너무 조용해서 화려해 보이는 백열전등의 빛도 부질없이 밝게 느껴진다. 밤마다 이곳으로 모여들곤 하던 트럼프꾼들도 오늘 저녁은 호텔에 머물러 있어서 배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5년 전 일이다. 평소 소원하던 일이 이루어져 독일 유학의 관명을 받고 여기 사이공 항구에 왔을 당시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듣는 것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어서, 붓 가는 대로 쓴 기행문에 매일매일 얼마나 많.. 2023. 3. 24.
눈길 - 이청준 (열림원) 열림원 논술 한국문학 4 목차 병신과 머저리 매잡이 소문의 벽 잔인한 도시 서편제 눈길 침몰선 생애와 문학 - 인간과 현실을 향한 쉼 없는 탐구 논술 ..................................................... 이청준 - 눈길 (1977년)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 속에서 별러오던 소리를 내뱉어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멀거니 내 얼굴을 건너다본다.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 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내친걸음이었다. 어차피 일이 그렇게 될 바엔 말이 나온 김에 매듭을 분명히 지어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 내일.. 2023. 3. 21.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유하 (문학과지성사)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 -어떤 배나무숲에 관한 기억 압구정동에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라는 카페가 생겼다 온통 나무 나무로 인테리어한 나무랄 데 없는…… 그 옆은 뭐, 매춘의 나영희가 경영한대나 시와 포르노의 만남 또는 충돌…… 몰래 학생 주임과의 충돌을 피하며 펜트하우스를 팔고 다니던, 양아치란 별명을 가진 놈이 있었다 빨간 책과 등록금 영수증을 교환하던 녀석, 배나무숲 너머 산등성이 그애의 집을 바라볼 때마다 피식, 벌거벗은 금발 미녀의 꿀배 같은 유방 그 움푹 파인 배꼽 배…… 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밤이면 옹골지게 익은 배가 후두둑 후두둑 녀석은 도둑고양이처럼 잽싸게 주워담았다 배로 허기진 배를 채운 새벽, 녀석과 난 텅 빈 신사동 사거리에서 유령처럼 축구를…… 해골바가지…….. 2023. 3. 21.
사평역에서 - 곽재구 (창비) 곽재구 - 사평역에서 (1981)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 2023. 3. 19.
인생 - 지셴린 (이선아 옮김, 멜론) 지셴린 - 인생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거칠고 변화 많은 세상에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걱정할 것이 없으리. (도연맹)(같이 읽으면 좋은 책)취옹 - 왕희지 외 (서은숙 옮김, 자음과모음)도연명을 그리다 - 위안싱페이 (김수연 옮김, 태학사)...................................................................................... 歸去來辭(귀거래사) 陶淵明(도연명)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奚而獨悲 (해추창이독비) .. 2023. 3. 18.
철학 읽는 밤 - 장샤오헝 (이성희 옮김, 리오북스) 장샤오헝 - 철학 읽는 밤 목차 서문 유구한 베이징대학교 수업에서 나의 인생을 쌓아올릴 기와 한 장의 지혜를 얻다 제1장 우리는 신이 베어 먹은 사과 한 알이다 1.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 성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완벽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고이래로 100% 완벽한 인생을 살았노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불완전한 것이야말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지셴린)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병상잡기 - 지셴린 (허유영 옮김, 뮤진트리) ....................................................................... 인생은 끊임없이 꿈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저마다 추구하는 꿈은 달라도 원하는 결과를.. 2023. 3. 18.
동물 농장 - 조지 오웰 (권진아 옮김, 시공사)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19 조지 오웰 - 동물 농장 (1945년) 매너 농장 주인 존스 씨는 밤이 되자 닭장은 잠갔지만, 너무 취한 나머지 그만 깜박 잊고 작은 문을 단속하지 않았다. 그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어지럽게 비추며 비틀비틀 마당을 가로질러 뒷문 앞에서 장화를 벗어던진 뒤, 부엌방에 놓인 통에서 마지막으로 맥주를 한 잔 더 따라 마시고 침대로 올라갔다. 존스 부인은 벌써 코를 골고 있었다. 침실 불이 꺼지자마자 농장 건물에서는 온통 부스럭대고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상 경력에 빛나는 미들화이트 수퇘지 메이저 영감이 간밤에 이상한 꿈을 꿔서 다른 동물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한다는 소식이 낮에 모두에게 퍼졌었다. 존스 씨가 확실히 집에 들어가고 나면 다들 곧장 큰 헛간에 모이.. 2023. 3. 17.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4 현진건 중단편집 - 운수좋은 날 목차 희생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유린 피아노 할머니의 죽음 우편국에서 까막잡기 그리운 흘긴 눈 운수 좋은 날 발 불 B사감과 러브레터 사립정신병원장 고향 동정 정조와 약가 신문지와 철창 서투른 도적 연애의 청산 타락자 ......................................... 현진건 - 운수 좋은 날 (1924년)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 (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2023.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