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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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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방영웅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방영웅 - 첫눈 (1972년) "눈이 오는구나. 저게 첫눈이지?" 옛날 직업이 이발소 깎사였던 철순이는 유리문을 통하여 바깥을 내다보고 혼자 중얼거린다. 어느 사이 바깥이 그렇게 어두워졌는지 거리의 불빛이 환했다. 그 환한 불빛 속에서 희끗희끗하게 휘날리고 있는 눈발이 보인다. 그것들은 그렇게 휘날리다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녹아 없어지나 보았다. "웬 놈의 사람이 그렇게 많지?" 꼬마 작부 미스 윤은 대폿집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쪽 골목이 참 한산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어 대며 골목 어귀를 통하여 큰 거리를 내다보고 불평 비슷하게 중얼거린다. 눈발이 내리든.. 2023. 7. 25.
토끼와 잠수함 - 박범신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박범신 - 토끼와 잠수함 (1973년) 제복의 사내는 나의 어깨를 탁 쳐서 밀어넣고 회색의 문을 닫았다. 버스는 곧 파출소 앞을 출발하여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송글송글 묻어나서 찐득거리는 도심지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엉거주춤 출입구 근처에 선 채 아직 반도 메워지지 않은 버스 속의 갖가지 모양을 한 사람들을 멀거니 둘러보았다. "뭘 하고 있어?" 갈라져서 오히려 뾰족하게 박혀 오는 목소리가 등을 때렸다. 어깨를 쳐서 밀어넣던 제복의 사내가 옆의 빈 좌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내의 눈은 체격에 비해 형편없이 작고 .. 2023. 7. 25.
우리들의 장례식 - 박범신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박범신 - 우리들의 장례식 (1976년) "막걸리 한 되만...." 주전자를 내멸며 봉추는 말끝을 사렸다. 문구멍에 눈알만 내놓고 바라보던 주인 여자는 미닫이를 열고 한 발만 술청에 내려놓은 채 손을 뻗쳐 주전자를 받았다. 세 평쯤이나 될까, 좁은 술청은 전구 하나만 천장에 매달려 있을 뿐 썰렁하였다. 여자는 방 안과 술청에 한 발씩 벌려 세운 자세로 미닫이 옆에 놓인 술독에서 막걸리를 퍼 담았다. 머리가 헝클어진 여자의 얼굴은 늙고 메말라 보였다. 되질도 하지 않고 주전자 목까지 막걸리를 채운 그녀는 허리를 펴고 주전자.. 2023. 7. 24.
미지의 새 - 한수산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6권) 목차 한수산 침묵 미지의 새 윤후명 하늘 지팡이 송기원 월행 ....................................... 한수산 - 미지의 새 (1978년) 아내여, 겨울 오후, 2시에서 5시까지의 서해안은 때때로 참혹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웠다. 송도도 그랬다. 지금은 매립이 되면서 없어져 버린 그 개펄과 낙조와 가슴을 저리게 하던 햇빛들을 기억하는가. 끄때 우리가 버스에 올라 삶은 달걀을 까 먹으며 찾아가곤 하던 그 서해안의 저녁에는, 우리가 껴안고 있던 가난도 남루함도 작은 방도....다 치열했었네. 육화와 변형을 거친 우리들 젊은 날의 비늘들이 와 함께 여기 남아 있음을, 아내여, 너는 알고 있지.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 2023. 7. 21.
침묵 - 한수산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6권) 목차 한수산 침묵 미지의 새 윤후명 하늘 지팡이 송기원 월행 ....................................... 한수산 - 침묵 (1977년) 모래를 날리며 바람이 불어와서 우리는 일제히 강변 쪽으로 돌아섰다. 가슴 깊숙이 머리를 처박았다. 길 밑으로는 철책이 쳐져 있었고 그 밑으로 드문드문 푸른빛이 보이는 잔디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덮여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어와 우리들의 머리칼을 날리고 옷깃을 펄럭이게 했다. 강물 위에서는 햇빛이 잘디잘게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가느다랗게 눈을 뜨면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서 번들거리는 음모를, 터질 듯한 기대를, 그리고 숨길 수 없이 도사리고 있는 나들이에 대한 불안을 보았다. 그러한 여러 .. 2023. 7. 21.
장자, 나를 깨우다 - 이석명 (북스톤) 이석명 - 장자, 나를 깨우다 목차 1장 自由 낯선 것과 마주하다 물고기가 새로 변화한 까닭 이야기에서는 물고기가 새로 변한 외형적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물'이라는 제한된 상황에 갇혀 있던 물고기가 한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가 된 질적인 변화, 여기에 초점이 있다. 장자가 보기에 물고기와 새는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물고기는 물을 벗어나면 옴짝달싹 못한다. 바다의 왕인 고래도 바다를 벗어나면 개미의 밥이 될 수밖에 없듯이, 물고기는 '물'이라고 하는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 구속돼 있다. 그러므로 곤이 아무리 커도 물이라는 구속에 갇힌 제한된 존재에 불과하다. 어쩌면 곤은 장자가 바라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장자는 한 줌의 부와 권세를 잡고 위세를 과시하려 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곤의 .. 2023. 7. 19.
암사지도 - 서기원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413 (56권) 목차 선우휘 불꽃 서기원 암사지도 마록 열전 4 ...................................... 서기원 - 암사지도 (1957년) 형남이 작년 여름에 제대되어 의지할 곳이 없었던 차에 우연히 만난 옛 전우가 상덕이었다. 그들은 같은 중대에서 1년 남짓 함께 지냈었다. 중대장은 해방 직후 군대에 들어가서 6년 만에 대위가 된 사내로, 중대원들에게 훈시할 적마다, "본관의 사병 시대에는 침구를 정돈함에, 공장에서 갓 나온 벽돌을 포개어 놓듯 했는데, 귀관들은 도시 정신 상태가 돼 먹지 않았다." 고 기합을 넣다가, 으레, "그럼으로 해서 귀관들은 인격을 도치해야 된다." 고 다지곤 하였다. 못살던 자가 돈푼깨나 생기면 가난뱅이 업신여기기가 도리어 심하다더니, .. 2023. 7. 19.
젊은 날의 초상 - 이문열 (민음사) 「젊은 날의 초상」은 1979년에 발표한 「그해 겨울」, 1981년에 발표한 「하구」와 「우리 기쁜 젊은 날」을 1981년에 민음사에서 묶어 출간한 3부작 연작 소설이다. 이문열 - 젊은 날의 초상 (1991년) 목차 1부 하구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3부 그해 겨울 .................................................... 이문열 - 젊은 날의 초상 (1991년) 흔히 나이가 그 기준이 되지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가리켜 특히 그걸 꽃다운 시절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이 항상 그러하듯, 꽃답다는 것은 한번 그늘지고 시들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처참하고 황폐하기 마련이다. 내가 열아홉 나이를 넘긴 강진에서의 열 달 남짓이 바로 그러하.. 2023. 7. 14.
천하무적 - 김남일 (창비)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45권) 목차 김남일 천하무적 김영현 포도나무집 풍경 벌레 공지영 인간에 대한 예의 고독 김하기 살아 있는 무덤 주인석 광주로 가는 길 .......................................... 김남일 - 천하무적 (1991년) 어린 시절 밤하늘을 쳐다보다 문득 저 우주에 끝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시작이 있는 것은 끝이 있고,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다는 것을. 그런데 문제는 밤하늘이다. 만일 저 밤하늘에 끝이 있다면 그 바깥은 무엇일까? 가령 하늘을 나는 돛단배를 타고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갑자기 툭 떨어지는 가파른 낭떠러지라도 나타나게 될 터인가? 아니면 우주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무궁한 미궁이란 말인지.. 2023. 7. 10.
테스 - 토마스 하디 (김문숙 옮김, 열린책들) 토마스 하디 - 테스 (1891년) 제1권 5월 하순의 어느 날 저녁, 한 중년 남자가 샤스턴에서 블레이크모어 또는 블랙무어라고도 부르는 인근 계곡의 말롯 마을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남자를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는 비틀거렸고 걸음걸이는 일직선에서 조금씩 왼쪽으로 기울어지곤 했다. 남자는 어떤 의견에 동의라도 하듯 이따금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곤 했지만, 사실 무슨 특별한 생각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팔에는 텅 빈 달걀 광주리가 축 늘어진 채 걸려 있고 모자에는 보풀이 엉켜 있으며 벗을 때 엄지손가락이 닿는 챙의 헝겊 부분도 너덜너덜했다. 남자는 곧 회색빛 당나귀에 걸터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오는 나이 지긋한 목사와 마주쳤다. (p.11-12) 실제로 행렬의 대부분을 차.. 2023.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