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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97

신랑의 정체 - 아서 코난 도일 (박진배 옮김, 동해) 아서 코난 도일 - 신랑의 정체 (셜록 홈즈의 모험, 1892년) "이보게, 왓슨." 셜록 홈즈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베이커가의 하숙집에서 벽난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인생은 인간이 지어낼 수 있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무한히 기묘하다네. 낡은 일상이 상상의 세계를 능가하지. 만약 우리가 손을 잡고 저 창밖으로 날아가서 이 도시의 하늘을 돌며 슬그머니 지붕을 걷어내고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엿볼 수 있다면, 예컨대 기막힌 우연의 일치, 저마다의 꿍꿍이와 음모, 동상이몽,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의 연쇄가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되면서 기상천외한 결말에 이르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면, 결말이 뻔하고 판에 박힌 소설 따위는 더없이 진부하고 재미없을 거야." "아니, 내 생각은 달.. 2024. 2. 12.
사랑에 빠진 악마 - 자크 카조트 (최애영 옮김, 열림원) 자크 카조트 - 사랑에 빠진 악마 (1772년) 내가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나폴리 왕립 근위대에 대위로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는 동료들끼리 많이 어울렸는데, 젊은이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주로 여자와 도박으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돈주머니가 충분히 두둑한 때에 한해서였다. 돈이 다 떨어졌을 때면 우리는 병영에 남아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서로 잘난 체하며 떠들어대곤 하였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군밤 몇 개와 아주 작은 키프로스산 포도주 한 병을 놓고 온갖 종류의 추론들로 에너지를 소진시키던 무렵, 우리의 대화는 우연히 히브리 신비철학과 그 비법을 행하는 강신술사들에 관한 토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p.9)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카발라, 히브리 종교철학 - 아돌프 프랑크 (.. 2024. 2. 12.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김명숙 옮김, 좋은생각) 알퐁스 도데 - 마지막 수업 (1871년)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몹시 늦었다. 그래서 야단맞을 일이 걱정되었다. 아멜 선생님이 분사 문법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나는 분사 문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순간 수업을 빼먹고 들판이나 쏘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p.8) 여러분, 이것이 내가 여러분과 수업을 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모든 학교에서는 이제부터 독일어만을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습니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오실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듣기 바랍니다. (p.11) 알자스-로렌 지역은 921년부터 신성 로마 제국에 속했으나, 1600년대 초반부터 독일 내에 3.. 2024. 2. 11.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 스콧 피츠제럴드 -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1922년) 존 T. 언저는 하데스에서 잘 알려진 가문 출신이다. 하데스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작은 도시로, 이 가문은 그곳에서 여러 세대를 살아왔다. 존의 아버지는 여러 열띤 대회들을 거쳐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 되었다. 어머니 언저 여사는 '몸이 뜨거우면 행동도 뜨겁다.'라는 그 지역의 속담처럼 정치 연설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젊은 존 T. 언저는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되었고, 긴 바지를 입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뉴욕에서 유행하는 모든 최신의 춤을 다 추어보았다. 그리고 이제 얼마간 집을 떠나 있을 것이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교육은 다른 모든 지방에는 독이어서, 각 지방의 가장 촉망받는 젊은이들을 해마다 빼앗아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존의 .. 2024. 2. 9.
푸른꽃 - 노발리스 (신영환 옮김, 종이나라) 노발리스 - 푸른 꽃 (1802년) 하인리히의 부모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벽시계의 째각거리는 소리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고, 이따금 불어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그리고 밝은 달빛이 간간이 방으로 새어 들어왔다. 하인리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열망을 불러일으킨 것이 과연 값진 일일까?" 그는 중얼거렸다. "내겐 큰 욕심도 없어. 그렇지만 한 번만이라도 푸른 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이런 생각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군.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글로 쓸 수도 없단 말이야. 이런 마음은 처음이야. 마치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선잠이 든 채 다른 세계에 다녀.. 2024. 2. 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루이스 캐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85년) 앨리스는 강둑 위에서 할 일도 없이 언니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몹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흘끔거려 보았지만 책에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었다. 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귀찮기는 하지만 일어나 데이지를 꺾어서 화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말이다. 날씨가 더워서 앨리스는 아주 졸리고 멍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눈이 빨간 흰 토끼가 옆을 달려갔다. 그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앨리스는 토끼가 혼자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을 때도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돌이켜 보고야 앨리스는 이 일을 이상하게 여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2024. 1. 30.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현준만 옮김, 미래사) 마크 트웨인 - 톰 소여의 모험 (1876년) 사람의 일생이란 하루살이처럼 짧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p.9) 톰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은 그리 살기 힘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위의 커다란 법칙을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어른이고 아이고 무엇인가를 탐나도록 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 톰이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도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노동이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 놀이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 조화를 만들고 수레바퀴를 밟아 돌리는 일 따위가 왜 지겨운 노동이 되고, 볼링이나 몽블랑의 등산이 왜 오락이 되는지도 쉽게 이해했을 것.. 2024. 1. 21.
오월의 밤 -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조준래 옮김, 생각의 나무) 목차 비이 외투 무서운 복수 성 요한제 전야 이반 표도로비치 슈폰카와 그의 이모 저주받은 땅 오월의 밤 또는 물에 빠져 죽은 처녀 코 ............................................................ 고골 - 오월의 밤 (1830년)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악마밖에는 모른다. 기독교인들은 어떤 일이든 시작할라치면 마치 토끼를 쫓는 사냥개처럼 헐떡거리고 괴로워 몸부림치게 되기 일쑤다. 하지만 악마가 꼬리를 치며 교활하게 그들의 일에 끼어들면, 어찌된 까닭인지 그렇게도 안 되던 일이 어느새 다 되어 있는 것이! (p.310) .............................................................................. 2024. 1. 3.
드라큘라 - 브램 스토커 (박종윤 옮김, 펭귄클래식 코리아) 펭귄클래식 세계문학 46 브램 스토커 - 드라큘라 (1897년) 5월 3일, 비스트리츠 - 5월 1일 오후 8시 35분에 뮌헨을 떠나 다음 날 아침 일찍 빈에 도착했다. 기차는 6시 46분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한 시간 연착되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부다페스트는 멋진 곳인 듯하다. 거리를 조금 걸어보아도 그 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감히 역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다. 도착이 늦었으니 가능하면 정확한 시간에 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서양을 벗어나 동양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 이르러 폭과 깊이가 장대해지는 도나우 강 위에 지고의 서양미를 뽐내는 다리가 걸려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곧장 터키의 지배를 떠올리게 하는 풍광이 펼쳐진다. (p.17) ................... 2023. 12. 31.
붉은 죽음의 가면 - 포 (전대호 옮김, 부북스) 부 클래식 2 - 포 단편 선집 에드거 앨런 포 - 붉은 죽음의 가면 (1842년) "붉은 죽음"이 오래 전부터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이제껏 그렇게 치명적이거나 그렇게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없었다. 피는 놈의 상징, 놈의 도장이었다. 피의 붉은색과 공포. 극심한 통증과 갑작스런 현기증이 일어났고, 이어서 온몸의 구멍으로 피가 쏟아지면서 죽음에 이르렀다. 희생자의 몸과 특히 얼굴에 생긴 진홍색 얼룩은 놈의 저주였고, 희생자를 동료 인간들의 도움과 연민으로부터 격리시켰다. 발작이 일어나 진행되고 죽음으로 종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반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 공작은 행복하고 용감하고 현명했다. 영토의 인구가 반으로 줄었을 때 그는 궁정의 기사와 귀부인 중에서 건강하고 태평한 친구들을 다수 소집하여 그.. 202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