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2 푸른꽃 - 노발리스 (신영환 옮김, 종이나라) 노발리스 - 푸른 꽃 (1802년) 하인리히의 부모님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벽시계의 째각거리는 소리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고, 이따금 불어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그리고 밝은 달빛이 간간이 방으로 새어 들어왔다. 하인리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열망을 불러일으킨 것이 과연 값진 일일까?" 그는 중얼거렸다. "내겐 큰 욕심도 없어. 그렇지만 한 번만이라도 푸른 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이런 생각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군.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글로 쓸 수도 없단 말이야. 이런 마음은 처음이야. 마치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선잠이 든 채 다른 세계에 다녀.. 2024. 2. 2. 말괄량이 길들이기 -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연구회, 아름다운날) 셰익스피어 - 말괄량이 길들이기 (1592년) 페트루치오: 여기서 기다릴 테니 보내주시지요. 오기만 해봐라. 악담을 한다고? 그럼 나는 나이팅게일처럼 노래한다고 말해야지. 인상을 쓰면 이슬을 머금은 장미처럼 싱그럽다고 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으면 심금을 울리는 웅변이라고 하고, 냉큼 꺼지라고 하면 오히려 더 머물라고 한 것처럼 고맙다고 해야지. 청혼을 겆러하면 언제 결혼식을 올릴 것인가 날짜를 물어보고. 마침내 오는구나. 케이트 양, 이름을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카타리나: 듣긴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군요. 사람들은 날 카타리나라고 부르죠. 페트루치오: 그럴 리가요. 사람들은 모두 케이트라고 부르던데. 어떨 때는 여장부 케이트라고 부르고, 어떨 내는 말괄량이라고 부르더군. 그렇지만 이봐.. 2024. 1. 3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루이스 캐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85년) 앨리스는 강둑 위에서 할 일도 없이 언니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몹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흘끔거려 보았지만 책에는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었다. 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귀찮기는 하지만 일어나 데이지를 꺾어서 화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말이다. 날씨가 더워서 앨리스는 아주 졸리고 멍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눈이 빨간 흰 토끼가 옆을 달려갔다. 그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앨리스는 토끼가 혼자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을 때도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돌이켜 보고야 앨리스는 이 일을 이상하게 여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2024. 1. 30.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오주석 (솔) 오주석 - 오주석이 한국의 미 특강 (2003년) 목차 1. 초인적인 사실성 - 송하맹호도 2. 소재와 의미의 다양성 - 황묘롱접도 3. 이상적 진경산수 - 소림명월도 4. 따스했던 인간성 - 포의풍류도 5. 흔들림 없는 주체성 - 선동취적도 6. 시서화악의 풍부한 교양 - 주상관매도 7. 섬세한 감성 - 마상청앵도 8. 기지 넘치는 해학성 - 해탐노화도 9. 국가를 위한 봉사 - 시흥환어행렬도 10. 군주를 위한 작품 - 월만수만도 11. 풍속화의 진실성 - 씨름 12. 예술과 종교의 만남 - 염불서승도 ............................................................ 그림은 크고 작은데 일정한 거리에서 본다면? 이건 엉터리입니다!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2024. 1. 28.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 미야자와 겐지 (이경옥 옮김, 사계절) 미야자와 겐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1932년) 구스코 부도리는 이하토부라는 북쪽 지방 현의 큰 숲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구스코 나도리라는 유명한 나무꾼으로, 아무리 거대한 나무도 마치 갓난아기 넘어뜨리스 너끈히 베어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도리에게는 네리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둘은 날마다 숲에서 놀았습니다. 아버지가 쿵쿵거리며 나무를 베는 엄청난 소리가 겨우 들릴 만큼 먼 곳까지도 갔습니다. 부도리와 네리는 그 곳에서 나무딸기 열매를 따서 샘물에 담그기도 하고, 하늘 쪽에 대고 번갈아 가며 산비둘기 우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구구 하고 졸린 듯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집 앞의 작은 밭에 보리를 심을 때면 부도리와 네리는 길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양철깡통.. 2024. 1. 28. 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유은경 옮김, 향연) 이런 꿈을 보았다 목차 만개한 벚꽃 나무 숲 아래 (사카구치 안고)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쥐 고개 (모리 오가이) 열흘 밤의 꿈 (나쓰메 소세키) 풍류불 (고다 로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코 (1916년) 젠치 나이구의 코라고 하면 이케노오 근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길이는 대여섯 치나 되어 윗입술 위에서 턱 아래까지 늘어져 있다. 생긴 모양은 그 대여섯 치 정도의 길이가 똑같이 굵었다. 말하자면 기다란 소시지 같은 게 얼굴 한복판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쉰을 넘긴 나이구는 옛날 사미 시절부터 나이도죠의 구부직에 오른 오늘날까지 내심으로는 줄곧 이 코.. 2024. 1. 24.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현준만 옮김, 미래사) 마크 트웨인 - 톰 소여의 모험 (1876년) 사람의 일생이란 하루살이처럼 짧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p.9) 톰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은 그리 살기 힘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위의 커다란 법칙을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어른이고 아이고 무엇인가를 탐나도록 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 톰이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도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노동이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 놀이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 조화를 만들고 수레바퀴를 밟아 돌리는 일 따위가 왜 지겨운 노동이 되고, 볼링이나 몽블랑의 등산이 왜 오락이 되는지도 쉽게 이해했을 것.. 2024. 1. 21. 피터팬 - 제임스 매튜 배리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제임스 매튜 배리 - 피터팬 (1911년)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웬디의 겨우는 이랬다. 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웬디는 정원에서 놀다가 꽃을 뽑아 들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때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보였던 게 틀림없다. 달링 부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이렇게 외쳤으니까. "아, 웬디가 이대로 영원히 자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그게 다였지만 웬디는 그 뒤로 자신이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두 살이 지나면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두 살은 끝의 시작이니까. (p.7) 어른인 후크가 고작 어린아이에 불과한 피터를 그토록 증오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피터가 후.. 2024. 1. 10. 고향 - 루쉰 (전형준 옮김, 창비) 루쉰 - 고향 (1921년) 나는 혹한을 무릅쓰고, 이천여 리나 떨어진 먼 곳에서, 이십여 년 동안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때는 한겨울인데다가, 점차 고향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마저 음울해져서, 차가운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선창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선창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음산한 하늘 아래 여기 저기 몇 개인가의 쓸쓸하고 황량한 마을이 활기 없이 가로누워 있었다. 내 마음은 슬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이 내가 이십 년 동안 늘 그리워하던 고향이란 말인가? 내 기억 속의 고향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내 고향은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기억해내고 그 좋은 점을 말로 표현하려 하자 그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그것을 표현할 말도 사라져버렸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2024. 1. 8. 도시와 유령 - 이효석 (홍신문화사) 이효석 - 도시와 유령 (1928년, 조선지광)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아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 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 나는 자랑이 아니라 -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 2024. 1. 8. 이전 1 ··· 3 4 5 6 7 8 9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