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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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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연극이다 - 오 헨리 (김선영 옮김, 좋은생각) 목차 마지막 잎새크리스마스 선물경찰관과 찬송가20년 후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재물과 사랑의 신운명의 충격인생은 연극이다마녀의 빵나팔 소리되살아난 개심 ..................................................오 헨리 - 인생은 연극이다 얼마 전에 신문기자인 친구와 함께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 그 공연 중에 바이올린 독주가 있었다. 강한 인상의 연주자는 마흔쯤의 나이였지만, 머리가 하얗게 센 사나이였다. 나는 사실 음악에 문외한이었기에 음률이나 곡조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래서 연주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p.110) 그녀의 마음은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남편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순수한 애정과, 새롭게 만난 남자에 대한 비밀스럽고 아름.. 2024. 4. 10.
초정리 편지 -배유안 (창비) 배유안 - 초정리 편지 (2006년) 장운은 짚신을 꿰어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마당가에 서니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아래쪽에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이 몇 채 있고, 그 뒤로 스무 채 남짓한 초가들이 작은 개울을 끼고 옹기종기 앉아 있다. 마을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군데군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장운은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마을을 보노라면 오늘은 어제보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서 마당을 쓸어 놓고 보리죽으로 간단히 요기까지 마쳤다. (p.7) "너, 글을 아느냐?" "글을요? 모릅니다." "배워 보련?" "예? 글을 배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선비에게 일렀다. "종이오아 붓을 가져오너라." 선비.. 2024. 4. 5.
죄와 벌 - 도스토옙스키 (유성인 옮김, 하서출판사)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1866년)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순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의 전셋집에 방 한칸을 빌려 하숙하고 있는 한 청션이 자기 방에서 거릴로 나와 약간 망설이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K다리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다행히 집을 나올 때 계단에서 안주인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방은 5층집 꼭대기 다락방이었는데, 그것은 방이라기보다 벽장 같은 곳이었다. 그는 주인집에서 식사뿐 아니라 하녀도 빌리고 있었으며, 그 안주인의 방은 그의 방에서 한 층 아래 있었으므로 집 밖으로 나가려면 언제나 계단 쪽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주인네 부엌 옆을 지나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청년은 병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몹시 부끄럽게 .. 2024. 4. 2.
게 공선 - 고바야시 다키지 (양희진 옮김, 문파랑) 고바야시 다키지 - 게 공선 (1929년)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한껏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늘여가며,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업노동자는 손가락에까지 닿도록 피운 담배를 침과 함께 내뺃었다. 담배는 재주 부리듯 빙글빙글 몇 번 돌며, 위쪽 뱃전을 스칠 듯 말 듯 떨어졌다. 그의 몸에선 술냄새가 물씬 풍겼다. 벌겋게 불룩 튀어나온 아랫배를 마냥 드러낸 기선은 한창 짐이 실리고, 바닷속에서 옷소매를 확 잡아채듯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었다. 노랗고 커다란 굴뚝, 커다란 방울 같은 부표,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는 소형 증기선이 보였다. 어수선히 흩날리는 검은 연기는 살풍경스럽고, 빵부스러기와 썩은 과일이 .. 2024. 3. 31.
꼬마 철학자 - 알퐁스 도데 (김승민 옮김, 종이나라) 알퐁스 도데 - 꼬마 철학자 (1868년) 나는 18**년 5월 13일, 랑그독 지방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미디 지방의 여느 도시처럼 이곳도 햇빛과 먼지로 가득했으며, 카르멜회의 수도원과 두세 개의 로마 유적이 있었다. 이즈음 아버지 에세트 씨는 마을 어귀에서 큰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공장 한쪽을 집으로 개조해 생활했는데 공장의 한 켠이라고는 하지만, 플라타너스나무로 온통 그늘지고 널찍한 정원이 있어서 다소 포근한 느김을 주었다. 바로 이곳에서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좋은 시절들을 보냈다. 또 감사하게도 정원으로부터, 공장으로부터, 플라타너스나무로부터 영원히 남을 추억들을 받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파산하자, 나는 이러한 것들과 이별해야 했다. 생명.. 2024. 3. 29.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릴케 (도희서 옮김, 태동출판사)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929년) 1903년 2월 17일, 파리에서 당신이 보내 주신 편지는 며칠 전에야 받아보았습니다. 편지의 내용에 담겨 있는 커다란 친절에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나는 그 어떤 비평적인 견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평을 통해서 예술작품에 다가서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비평을 가하면 다소의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모든 사물은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이해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사건들은 대부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역 안에서 발생하며, 무엇보다도 예술작품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릇 예술작품이란 우리의 목숨과 달리 영원한 .. 2024. 3. 27.
두 친구 - 모파상 (이봉지 옮김, 문학과지성사) 문지스팩트럼 2-021 시몽의 아빠 비곗덩어리 피크닉 침대 전원에서 두 친구 고해성사 목걸이 머리털 유산 집 팝니다 산장 구멍 안락사용 안락의자 옮긴이 해설-'주의'를 부정하는 자연주의자 ............................................................................. 모파상 - 시몽의 아빠 (1883년) 시몽은 스러지지 않으려고 나무 둥치에 몸을 기대었다 .돌일킬 수 없는 재앙에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그는 설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없다는 끔찍할 사실에 대해 반박할 말이 도무지 없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그는 핏기 없는 얼굴로 되는대로 외쳤다. "아냐, 나도 아빠가 있어." "어디 있는데?" 소년이 물었다. 시몽은.. 2024. 3. 25.
낙화 - 이형기 이형기 - 낙화 이형기 - 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2024. 3. 24.
호밀밭의 파수꾼 - 재롬 데이비드 샐린저 (김철곤 옮김, 민중출판사) 재롬 데이비드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 (1951년)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가.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원하는가. 그러나 나는 데이비드 카퍼필드 식의 그런 시시한 이야기 따위는 늘어놓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가 그러한 이야기는 질색인데다, 부모님 모두가 아주 예민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내가 당신들의 신상에 관해 늘어놓은 것을 안다면 아마 기절하고 말 것이다. 특히 아버지는 성격이 아주 급하고 신경질적이다. 어머니 역시 그에 못지 않지만. 더구나 나는 자서전 따위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나는 다만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건강상 이곳으로 내려온 후 부터 최근까지 겪었던 엄청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할 뿐이다. 이 .. 2024. 3. 22.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부희령 옮김, 허밍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 오즈의 마법사 (1900년) 도로시는 넓디넓은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서 농부인 헨리 아저씨, 엠 아줌마 부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도로시네 집은 작았다. 집짓는 데 필요한 통나무를 아주 먼 곳에서 마차로 싣고 와야 했기 때문에 집을 작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집이라고는 해도 고작 네 벽과 마루 그리고 지붕으로 이루어진 방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방에는 음식을 만들 때 쓰는 녹슨 화덕과 그릇을 넣어두는 찬장, 식탁 하나, 의자 서너 개에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p.12) 토토가 달려가 허수아비가 꽂혀 있는 장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짖어댔다. "안녕!" 허수아비가 조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을 한 거니?" 도로시가 놀라서 물었다. "물론이야. 만나서 반가워. 요즘 어떻.. 2024.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