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2 학생 - 체호프 (이상원 옮김, 좋은생각) 반카 학생 상자 속의 사나이 기우 검은 수사 ............................. 안톤 체호프 - 학생 처음에는 화창하고 평화로운 날씨였다. 개똥지빠귀들이 울었고 그 근처 늪지에서도 무언가 구슬픈 소리가 들려왔다. 빈 병을 불었을 때 나는 것과 똑같은 소리였다. 도요새 한 마리가 긴 울음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총소리가 울렸다. 총소리는 힘차면서도 경쾌하게 봄 공기를 갈랐다. 하지만 숲이 어둠에 잠기고 때마침 살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동쪽에서부터 불어오자 모든 것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웅덩이 위에 살얼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숲은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겨울 냄새가 났다. 신학교 학생이자 교회 잡일꾼의 아들인 이반 벨리코폴스키는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며 목초지의.. 2024. 3. 15.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보영 옮김, 펭귄클래식, 영한합본판) 스콧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 (1925년)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운 시절에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몇 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평생 가슴속에 새겨 두었다."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네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기억하렴."아버지는 더는 말씀하지 않으셧지만, 우리 부자는 항상 말을 아끼면서도 유난히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기에 나는 아버지의 말에 그 이상의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았다. 결국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다. 그런 성격 탓에 수많ㅇ흔 별난 사람들이 내게 마음을 터놓았고, 생각만 해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적잖이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이런 자질이 엿보이면 비정상.. 2024. 3. 14. 타라스 불바 (대장 불리바) - 고골(동완 옮김, 계몽사) 우리 시대의 세계문학 1 (계몽사) 고골리 - 대장 불리바 (1835년) "얘야, 어디 좀 돌아서 보아라! 그 꼬락서니가 참 우습구나! 그 장삼 같은 것은 도대체 뭐냐? 그 따위 꼴을 하고서 그래 학교에 다닌단 말이냐?" 이와 같은 말로 늙은 불리바는 키예프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두 아들을 맞아들이는 것이었다. 그의 두 아들은 지금 막 말에서 내려섰다. 둘 다 단단하고도 늠름한 체격으로 갓 졸업한 신학교 학생들이 흔히 보듯이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똑똑하고도 건강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에는 아직 면도날이 한 번도 지나가지 않은 솜털이 덮여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이와 같은 대접에 어리둥절하여 시선을 땅에 떨어뜨린 채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을 뿐이다. (p.9) 불리바는 무섭고 완고했다. 그.. 2024. 3. 10. 통도사 가는 길 - 조성기 (민음사)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3 목차 통도사 가는 길 불일폭포 우리 시대의 소설가 영화구경 우리 시대의 무당 위대한 창녀 공습경보 한 문장이 채 되지 않는 이야기 홍소령기 만화경 하얀 가시관 커튼 속 유년 광시곡 ....................................................... 조성기 - 통도사 가는 길 (1992년) 나는 왜 통도를 ' 通 道'로 알았을까. 배낭 하나를 어깨에 메고 훌쩍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실직자도 아니면서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여간 큰 특권이 아닙니다. 내 친구 변호사는 자기도 자유직이라면서, 하루 동안 임의로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식으로 술집 아가씨를 고향으로 데려다주고 온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 2024. 3. 9. 로빈후드 - 하워드 파일 (박진배 옮김, 동해출판) 하워드 파일 - 로빈후드 옛날 옛적 헨리 2세가 통치하던 잉글랜드의 이야기다. 노팅엄 근처 셔우드의 숲속에 로빈 후드라는 유명한 수배자가 살고 있었다. 로빈 후드만큼 잿빛 거위 털을 단 화살을 잘 쏘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의 부하가 되어 숲속을 활보하던 백사십 명의 장정들 중에서도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다. 그들은 아무 부족함과 걱정거리 없이 셔우드 숲 깊은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었다. 활쏘기와 봉술 겨루기로 매일을 보내며 왕의 소유인 숲속의 사슴고기와 자신들이 직접 만든 맥주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로빈 후드를 필두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범법자와 수배자들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주변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로빈을 찾아.. 2024. 3. 7. 더버빌 가의 테스 - 토마스 하디 (유영 옮김, 주변인의길) 토마스 하디 - 테스 (1891년) 5월 하순 어느 날 저녁, 한 중년 남자가 쉐스톤에서부터 블레이크모어 혹은 블랙무어 계곡 근처의 말로트 마을에 있는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를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는 비틀걸렸고, 걸음걸이는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특별히 뭔가를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떤 견해를 확인하는 듯 이따금 힘차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팔을 든 계란 바구니는 텅 비어 있었고, 쓰고 있는 모자는 벗을 때마다 엄지손가락 닿는 곳이 닳아 보풀이 어지럽게 너덜거렸다. 잠시 후 그는 회색 암말에 걸터앉은 나이 든 신부와 마주쳤다. 신부는 말을 탄 채 종잡을 수 없는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p.8) 사람이란 가끔 충동이 너무 강해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할 때가 있는 법이오. (p.10).. 2024. 3. 6. 외투 - 고골 (오정석 옮김, 산호와진주) 고골리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외투 (1842년) 어느 관청에....아니, 어느 관청인지는 밝히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어느 부처, 어느 연대, 어느 지청을 막론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관리란 족속들처럼 화를 잘 내는 친구들도 없으니까 말이다. 요즘 세상에는 누구나 자기 한 개인이 느끼는 모욕을 마치 사회 전체 구성원에 대한 모욕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어느 도시인지 이름은 잊었지만, 하여튼 어느 도시의 경찰서장이 상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진정서에서, 지금 국가의 법치 질서가 땅에 떨어지고 있으며 자기의 신성한 직책마저도 번번이 모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2024. 3. 3. 네프스키 거리 - 고골리 (오정석 옮김, 산호와 진주) 고골리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네프스키 거리 (1835년) 페테르부르크에 네프스키 거리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이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 도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도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거리에서 훌륭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가 그 어떤 행복의 대가로도 네프스키 거리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멋진 수염을 기르고 근사한 프록코트를 입은 스물다 섯 살 쳥년뿐 아니라, 머리카락이 은쟁반처럼 미끈한 노인들까지도 네프스키 거리를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아 여자들에게는 어떤가! 여자들에게.. 2024. 2. 29. 코 - 고골 (오정석 옮김, 산호와진주) 고골fl 단편선 네프스키 거리 외투 코 .................................................. 고골 - 코 (1836년) 3월 25일, 페테르부르크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보즈네센스키 거리에 살고 있는(그의 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이발소 간판에도 묽게 비누거품을 칠한 신사의 얼굴과 '검은 점을 빼드립니다'라는 글귀만이 보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일찍 눈을 떴다. 따끈한 빵 냄새가 풍겨 왔다. 그는 침대에서 비스듬히 몸을 일으켰다. 커피를 몹시 좋아하는 그의 뚱보 마누라가 페치카에서 마침 다 구워진 빵을 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보! 프라스코비야 오시포브나! 오늘은 커피를 안 마실래." 이반 야코블레비치.. 2024. 2. 28. 크로이체르 소나타 - 톨스토이 (이채윤 옮김, 열매출판사) 톨스토이 - 크로이체르 소나타 (1890년 출판) 이른 봄날, 나는 여행을 떠났다. 기차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들은 객실을 연방 드나들고 있었지만, 시발역에서 나와 같이 기차를 탄 다른 세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 중 작은 모자를 쓰고 남자들이 입는 듯한 투박한 외투를 입은 부인은 지친 얼굴로 연방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그녀의 일행인 마흔 살 가량의 신사는 멀끔하게 새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말이 많았다. (p.5) 아름다운 여자는 착하다는 환상, 그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죠. 예쁜 여자는 엉뚱한 소리를 잘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걸 모자란다고 생각지 않고 영리한 소리로 여깁니다. 멋있는 여자가 어리석거나 무시무시한 짓을 해도 사람들은 귀엽.. 2024. 2. 26. 이전 1 2 3 4 5 6 7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