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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59

요한 시집 - 장용학 (삼성출판사) 삼성 주니어 문학 23 목차 장용학 요한시집 손창섭 비 오는 날 잉여 인간 오상원 유예 선우휘 불꽃 .................................... 장용학 - 요한 시집 (1955년) 한 옛날 깊고 깊은 산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는 그곳은 일곱 가지 색으로 꾸며진 꽃 같은 집이었습니다. 토끼는 그 벽이 흰 대리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곤 없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게 땅속 깊이에 쿡 박혀든 그 속으로 바위들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히 한 줄로 틈이 뚫어져 거기로 흘러드는 가느다란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 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 놓았던 것입니다. 도무지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일곱 가지의 고운.. 2023. 5. 23.
옷자락은 깃발같이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옷자락은 깃발같이 가뜩이나 추운 북만주 벌판은 함박 같은 흰 눈발에 파묻히었습니다. 아득한 눈발 속에 날은 밝아 오고 또다시 저물어 가기를 세 번이나 하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바람은 차서 눈보라는 치지만 차차로 눈발은 걷혀 갑니다. 그러자 며칠 만에 나타나는 빛나는 햇빛은 회색 구름을 쪼개고 나옵니다. 끝없는 벌판에는 온통 은 뚜껑을 덮어 놨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에 어울려 올라가는 한 뭉텅이 눈발만은 햇빛에 비쳐서 영롱한 은 기둥을 이루.. 2023. 5. 23.
새로 들어온 야학생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새로 들어온 야학생 아버지는 환갑까지 지내신 노인이십니다. 머리는 허옇게 세시었으나, 아직까지 허리도 구부러지지도 않으시고, 게다가 다리와 팔은 젊은 아저씨보담 못지않게 굵은 힘줄이 서시었습니다. 그도 그러실 것이빈다. 아주 까마아득한 젊은 시절부터 삼십 년 동안이나 공장의 배달부 노릇을 하시느라고 줄창 수레만 끄시고 다니셨으니까요. 집안 식구로는 아버지보담도 훨씬 나이를 덜 잡수시었지만, 늙기는 몇 곱 더 늙어 보이시는 어머님 한 분과 또 올해에 겨우 열세.. 2023. 5. 23.
쫓겨 가신 선생님 - 송영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송영 - 쫓겨 가신 선생님 동무여! 어떻게 이런 일이야 나 혼자만 가지고 있을 수 있으랴! 혼자서 운들 소용이 있고, 혼자서 '왜 그런가?'를 생각한들 해결을 얻을 수야 있겠으랴! 나는 나에 대한 것은 하나도 말하기가 싫다. 말할 필요도 물론 없으니까....다만 나는 내가 그중 믿고 지내던 선생님의 덕택으로 자꾸 세상이 이상스럽게 보이는 시골 소년인 것만을 알아라. 그리고 훌륭한 공립 보통학교 학생이 못 되고, 낡고 고요한 사립 학교의 학생인 것만을 알아 다.. 2023. 5. 23.
달나라 급행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달나라 급행 (1959년) 윤성이는 동생 기성이와 싸우고 화가 나서 집을 나왔습니다. 싸우려고 한 것이 아니고 좋게 얘기했는데도 동생은 형을 깔보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형의 말을 잘 듣는데, 어째서 기성이는 조그만 일에도 말썽만 부리고 제 맘대로 하려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윤성이는 아우가 보기 싫어지고 괘씸해서 몇 번이나 등을 두들겨 주어, 우는 걸 보고서야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뒷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혼자 .. 2023. 5. 22.
바닷가의 소년들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바닷가의 소년들 (1949년) 바다는 새파랗게 뛰놀고 있었다. 흰 구름이 날고 있는 여름 하늘 아래 살아 뛰노는 팔팔한 물결, 그 춤추는 물결 위로 우쭐거리며 가는 돛단배도 흥겨워 보인다. 상운이는 누이동생 상옥이와 같이 바닷가에서 방게를 잡으며 놀고 있었다. 깡통 속엔 벌써 여남은 마리나 모였다. 상운이는 이 바닷가가 언제나 좋았다. 바다 없는 데서 살다 온 상운에게는 이 마을, 그 어느 곳보다도 바닷가에 나와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한 가지,.. 2023. 5. 22.
눈뜨는 시절 - 이원수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 이원수 - 눈 뜨는 시절 (1949년) "잡았다아. 아주 큰 거야, 큰거...." 혜영이는 개울가에서 나비 잡는 포충망도 없이 손으로 호랑나비를 잡아 쥐고, 이편 언덕으로 뛰어오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무슨 나비야? 어디봐." 정길이는 곁으로 달려온 혜영이의 나비를 들여다보고 "애걔, 요걸 가지고 그렇게 야단이야?" "왜? 너, 이런 큰 나비 잡아나 봤어?" "얘, 이건 흔해 빠진 거야. 아무튼 인내. 또 잡아 줘, 응?" 혜영이는 정길이가 얄미웠다.. 2023. 5. 22.
투계 - 안회남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안회남 - 투계 (1937년) 목로집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떠들썩하고 굿드레한 냄새가 난다. 좋다. 그래서 어른들뿐 아니라 동리 어린아이들까지도 술집 부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앞에 가서 술청을 들여다보고 안주 굽는 것을 구경하고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한다. 그 어른들 약주 잡숫는 세계가 제들 눈에 신기하기만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쓸쓸하고 가난한 집안보다 늘 거기가 풍더분해서 아이들에게도 자연 마음이 쏠리는 것이리라. (p.155) 심가는 오늘도 한종일 방에서 뒹굴고 있다. 주독으로 해서 콧등이 빨갛고 세수를 안 하는 날이 하.. 2023. 5. 17.
불 - 안회남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안회남 - 불 (1946년) 음력 정월 보름날 - 새벽 일찍이 일어나 안방으로 가니까, 어머님께서 밤 한 톨을 주신다. 어려서부터 해 오던 버릇대로 공손히 받아서 입에 넣고 깨물었다. 또 약주 한 잔을 데우지도 않고 주셨다. 먹으니까 찬 술이 향기를 풍기며, 찌르르 기분 좋게 뱃속을 자극한다. 아마 이날 날밤이나 잣, 호도 등속의 단단한 것을 먼저 먹게 하는 것은 치아가 튼튼하라는 뜻인 성싶다. 치아가 오복 중에 하나로 든다고 한다. 찬 약주를 그대로 마시는 것은, 일 년 내 남에게서 추잡하지 않고 좋은 말만 들으라는 축수이며 또 귀가 .. 2023. 5. 17.
창랑정기 - 유진오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유진오 - 창랑정기 (1938년) '해만 저물면 바닷물처럼 짭조름히 향수가 저려 든다.'고 시인 C군은 노래하였지만 사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란 짭짤하고도 달콤하며 아름답고도 안타까우며 기쁘고도 서러우며 제 몸 속에 있는 것이로되 정체를 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혹 우리가 무엇에 낙망하거나 실패하거나 해서 몸과 마음이 고달픈 때면은 그야말로 바닷물같이 오장육부 속으로 저려 들어와 지나간 기억을 분홍의 한 빛깔로 물칠해 버리고 소년 시절을 보내던 시골집 소나무 우거진 뒷동산이며 한 글방에서 공부하고 겨울이면 같이 닭서리 해다 먹던 수남이.. 2023.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