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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59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옥상의 민들레꽃 (1979년) 우리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할머니가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실수로 떨어진 게 아니라, 일부러 떨어지셨다니까 할머니는 자살을 하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두 번째 입니다. 그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할머니의 며느리가 놀라서 악을 쓰는 소리를 듣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베란다로 뛰어나갔습니다. 나도 뛰어나갔습니다만, 엄마가 뒤에서 내 눈을 가렸기 때문에 7층에서 떨어진 할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엄마는 내 눈을 가려 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2023. 5. 16.
시인의 꿈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시인의 꿈 (1999년) 길이란 길은 모조리 포장되고, 집이란 집은 모조리 아파트로 변한 아주 살기 좋은 도시가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얼음판처럼 매끄럽고, 티끌 하나 없이 정갈한 아파트 광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낡은 자동차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바퀴는 없었습니다. 작은 유리창이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소년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에는 작은 침대와 몇 권의 책이 있고,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깡통에 든 더러운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속에서 사람이 .. 2023. 5. 16.
자전거 도둑 - 박완서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 자전거 도둑 (1979년)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수남이란 어엿한 이름이 있는데도 꼬마로 통한다. 열여섯 살이라지만 볼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끗하다. 숙성한 건 목소리뿐이다. 제법 굵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면 점잖고 떨떠름한 늙은이 목소리로 들린다. 이 가게에는 변두리 전기 상회나 전공들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가 잦다. 수남이가 받으면 "주인 영감님이십니까?" 하고 깍듯이 존대를 해 온다. "아, 아.. 2023. 5. 16.
김 강사와 T 교수 - 유진오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44) 목차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청랑정기 안회남 불 겸허(김유정전) 투계 ...................................... 유진오 - 김 강사와 T 교수 (1935년) 문학사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학생 시대는 한때 '문화비판회'의 한 멤버로 적지 않은 단련의 경력을 가졌으며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실업자의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 왔지만 아직도 '도련님' 또는 '책상물림'의 티가 뚝뚝 듣는 그러한 지식 청년이었다. S 전문학교 교문을 들어선 택시가 기운차게 큰 커브를 그려 육중한 본관 현관 앞에 우뚝 섰을 때에는 벌써 김만필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2학기 개학하는 날이라 학생들은.. 2023. 5. 15.
표구된 휴지 - 이범선 (삼성출판사) 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 이범선 - 표구된 휴지 (1972년) 니무슨주변에고기묵건나. 콩나물무거라. 참기름이나마니처서무그라. 누렇게 뜬 창호지에다 먹으로 쓴 편지의 일 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피곤할 때면 화실 한쪽 벽에 걸린 그 조그마한 액자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생겼다. 그건 매우 서투른 글씨의 편지다. 앞부분과 끝 부분은 없고 중간의 일부분만인 그 편지는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으로 미루어 시골에 있는 늙은 아버지 - 어쩌면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 - 가 서울에 돈 벌러 올라온 아들에게 .. 2023. 5. 14.
오마니 별 - 김원일 (삼성출판사)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24 목차 김원일 오마니 별 이상준 산고양이 재판 노일용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 안평원 물 대기 ............................................. 김원일 - 오마니 별 (2008년) "조 씨 있는가?" 하고 부르는 소리가 길 아래쪽에서 들렸다. 전지 불빛이 마당 입구를 스쳐 갔다. 어스름은 늘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바람을 몰아왔고, 등성이를 타고 오른 바람이 펼친 치마폭인 듯 산을 흔들며 훑어 나갔다. 느릅나무와 개암나무가 스산스레 잎을 지웠다. 마당을 덮은 가랑잎이 아이들 줄 세우듯 가지런히 선 참깨 묶음을 비켜 언덕 아래로 쓸려 갔다. 전지 불빛이 마당까지 올라오자 불빛과 인기척을 알아챈 염소 우리의 염소들이 기척을 내며 수런댔다. 울은커녕 삽짝 조차.. 2023. 5. 13.
새벽 출정 - 방현석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6) 방현석 새벽 출정 최시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움딸 .................................................. 방현석 - 새벽 출정 (1991년) 오늘 아침 윤희가 떠났다. 새벽어둠이 걷히지 않은 농성장을 떠나는 그녀의 양손에는 짐 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졸업식 하고 나서 바로 돌아올게요." 몇 번째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윤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전에라도 싸움 끝나면 곧장 달려와야 해. 우린 꼭 승리할거야." 미정은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후반 규찰을 맡은 남자 조합원 하나가 수위실에서 나왔다. 가방을 들고선 윤희와 양쪽의 미정, 민영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철문을 열었다. "나가는 거야?" 윤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떨구었다. 잘 가,.. 2023. 5. 11.
움딸 - 최시한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6) 방현석 새벽 출정 최시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움딸 .................................................. 최시한 - 움딸 그는 대합실의 활짝 열린 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물밀 듯이 오가는 인도 너머로 차들이 또 줄지어 오갔다. 낯선 경상도 사투리가 먹먹한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새벽참에 떠났는데도 어느덧 열두 시가 가까웠다. 무언가 좀 먹어 두어야 했다. 대합실 구석의 간이식당 앞에서 젊은이 서넛이 선 채로 국수를 먹고 있었다. 무럭무럭 솟는 김 속에 얼굴을 박고 국수를 입에 퍼 넣다시피 하였다. 저런 나이에는 어디서 무얼 먹어도 탈이 없었다. 튼튼한 위장, 많은 시간, 그리고 타오르는 야심, 경솔한 야심. 그에게는 음식.. 2023. 5. 11.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 최시한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6) 방현석 새벽 출정 최시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움딸 .................................................. 최시한 -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1996년) 7월 1일 남들은 즐겁게 사는데 나만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럴 만한 뾰족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니, 어디 심하게 아프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 치고, 똑같은 노릇을 날마다 되풀이하면서 다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모르겠다. 좌우간 즐거운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다. 거리와 차 속을 가득 채운 유행가, 아무 데서나 터지는 방정맞은 웃음소리, 기름진 음식들을 우적우적 씹는 소리, 삼삼칠 박수 소리, 와아 하는 함성, 함성, 우우우, 너는 왜 즐거운 표정을 안 짓는 거지? -.. 2023. 5. 10.
표본실의 청개구리 - 염상섭 (삼성출판사) 삼성 주니어 문학 목차 김동인 배따라기 감자 광홧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전화 이광수 소년의 비애 무명 ................................................ 염상섭 - 표본실의 청개구리 (1921년) 무거운 기분의 침체와 한없이 늘어진 생의 권태는 나가지 않는 나의 발길을 남포까지 끌어왔다. 귀성한 후 칠팔 개삭간의 불규칙한 생활은 나의 전신을 해면같이 짓두들겨 놓았을 뿐아니라 나의 혼백까지 두식하였다. 나의 몸은 어디를 두드리든지 알코올과 니코틴의 독취를 내뿜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피로하였다. 거두나 6-7월 성하를 지내고 겹옷 입을 때가 되어서는 절기가 급변하여 갈수록 몸을 추스르기가 겨워서 동네 산보에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친구와 이야기 하려면 두세 마디째부.. 2023.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