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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59

우리시대의 소설가 - 조성기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제82권) 목차 김채원 겨울의 환 조성기 우리 시대의 소설가 ............................................ 조성기 - 우리 시대의 소설가 (1991년) 이곳은 소설가가 살 만한 동네가 아니다. 그렇다고 소설가 강만우 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른 동네로 옮겨 봐도 결국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말 것이 아닌가 싶을 뿐이다. 언젠가 만우 씨는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남산에 올라가서 벤치 같은 데 앉아 쉬었다 갈까 하고, 남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아 동국대 정문 앞으로 해서 필동이라는 동네로 들어서 보았는데, 이전에는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던 그 동리가, 만우 씨가 소설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 2023. 6. 13.
겨울의 환 - 김채원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제82권) 목차 김채원 겨울의 환 조성기 우리 시대의 소설가 ..................................................... 김채원 - 겨울의 환 (1989년) 언젠가 당신은 제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한번 써 보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지나쳐 들었습니다, 라기보다 글이라고는 편지와 일기 정도밖에 써 보지 못한 제가 어떻게 그런 것을 쓸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저는 감정의 훈련도, 또한 그 감정을 끌어내어 표현하는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그때부터 죽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에 대해서 분명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어떤 매혹을 느꼈다고 .. 2023. 6. 12.
반죽의 형상 - 권여선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94권) 목차 공선옥 가리봉 연가 남쪽 바다 푸른 나라 권여선 반죽의 형상 ............................................ 권여선 - 반죽의 형상 (2007년) N에게 말은 안 했지만, 올해에도 나는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전부터 긴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것을 과연 휴가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휴가의 예감은 결투의 예감처럼 끔찍하고 달콤하다. 모욕에 결투로 응하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그 깨끗한 변제에 대한 향수는 인류의 정신속에 면면히 남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투는 모욕을 청산하는 가장 명쾌한 방식이다. 결투에는 상대를 몇 대 패 주겠다거나 보상금 몇 푼 받아 내겠다는 식의 유치한 계산 찌꺼기가 없다. 나를 모욕한 자를 죽이거나 모욕당한 .. 2023. 6. 10.
남쪽 바다 푸른 나라 - 공선옥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94권) 목차 공선옥 가리봉 연가 남쪽 바다 푸른 나라 권여선 반죽의 형상 ................................... 공선옥 - 남쪽 바다 푸른 나라 (2005년) 영주 담임 이민우 선생에게 영주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던 게 지난봄이었다. 병원으로 옮겨 진찰을 해 본 결과 위암이었고 말기였다. 말기여서라기보다 입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 번 춘양에 갔다 온 뒤로 여름을 넘기는 동안 한은 춘양 영주 집에 두어번 전화를 했을 뿐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한은 춘양 김유분 노인의 부음을 들었다. 역시 이민우에게서였다. (p.67) 는 주인공 '한'이 할머니를 여의고 천애 고아가 된 영주를 만나러 가면서 이야.. 2023. 6. 9.
가리봉 연가 - 공선옥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94권) 목차 공선옥 가리봉 연가 남쪽 바다 푸른 나라 권여선 반죽의 형상 ................................... 공선옥 - 가리봉 연가 (2005년) 명화는 눈을 떴다. 사방이 꽉 막힌 데다가 빛이 들어오는 곳이라고는 출입문 위에 끼워진 손바닥만 한 반투명 유리뿐이라서 시간을 가늠하긴 힘들다. 그나마 그 출입문조차도 이쪽 방과 저쪽 방 사이에 놓인 좁다란 복도로 나 있어서 명화가 묵는 이 방에 햇빛이 들 날은 없다. 명화는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휴대폰부터 찾는다. 사실, 그 휴대폰이야말로 명화의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잠을 자면서도 명화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잠드는 버릇이 있다. 언제라도 벨이 울리면 명화는 반사적으로 눈이 떠진다. 명화는 이곳, 가리봉동.. 2023. 6. 8.
어두운 기억의 저편 - 이균영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0) 목차 신상웅 돌아온 우리의 친구 끝없는 곡예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 이균영 - 어두운 기억의 저편 눈을 뜨자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벽을 더듬거려 겨우 문 옆에 붙은 스위치를 찾아냈다. 희미한 백열등이 켜졌다. 그곳은 장식이 없는 작고 낯선 방이었다. 지독한 두통과 함께 응급 환자와 같은 목마름이 그를 덮쳤다. 잠자리의 머리맡엔 주전자가 있었다. 컵이 있었으나 그는 허겁지겁 꼭지에다 입을 붙이고 두통과 목마름을 다스렸다.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렸다. 어느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p.70) 나비 리본은 생각을 굴려 보는 듯했다. 그는 짧은 시간을 오래오래 기다.. 2023. 6. 5.
끝 없는 곡예 - 신상웅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0) 목차 신상웅 돌아온 우리의 친구 끝없는 곡예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 신상웅 - 끝 없는 곡에 여행 중의 계획이란 아무리 잘 짜여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꼭 그대로 정확히 실천에 옮겨지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시간을 적절히 쪼개어 여러 가지 일들을 차례로 처리해 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어쩌다 보면 엉뚱한 데다 시간을 팔아먹고 나서 하릴없는 공백 속에 빠지기 쉽당이다. 도쿄 한복판에 서서 우왕좌좡하는 지금의 임한평이 딱 그 짝이다. 아침 일찍 간다의 서점가를 기웃거리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가져오면서 모든 일이 배배 뒤틀려기 시작한 것이다. (p.37) ... 2023. 6. 2.
돌아온 우리의 친구 - 신상웅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80) 목차 신상웅 돌아온 우리의 친구 끝없는 곡예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 신상웅 - 돌아온 우리의 친구 우리는 토의 끝에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 년 일 개월 만에 김포 공항에 귀국하는 그를 맞기 위해 우리는 밤 여덟 시에 공항 입국자 출구 앞까지 나기기로 결의했다. 우리가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사람은 아예 그날 하루 일터를 쉬거나 배탈 핑계를 대고 조퇴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를 위한 우리의 환영 계획은 대대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합의에 이르고 나자 우리 가운데 하나가 중얼거렸다. "녀석은 행복하겠다." 다른 하나가 받.. 2023. 6. 1.
하루 - 박성원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96권) 목차 김영하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박성원 댈러웨이의 창 하늘의 무게 하루 ................................ 박성원 - 하루 여자가 간선 도로를 빠져나온 시간은 오후 3시 19분이었다. 1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지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었다. 여자의 차량이 진입로로 들어섰지만 정체는 여전했다. 연말을 앞두고 있었고, 눈까지 내렸다. 차창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눈송이만큼 차량들은 더디게 움직였다. 여자는 히터를 조금 줄였다. 한 시간 이상 차 안에 갇혀 있던 여자의 입은 사막이라도 된 것처럼 건조했다. 여자는 침을 모으려 했지만 납땜이라도 된 것처럼 입술이 무거웠다. 대시보드를 열고 물을 찾았지만 대시보드 안에는 면장갑 한 짝과 늘어난 카세.. 2023. 5. 31.
하늘의 무게 - 박성원 (한국헤르만헤세) 큰 한국문학 413 (96권) 목차 김영하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박성원 댈러웨이의 창 하늘의 무게 하루 ................................ 박성원 - 하늘의 무게 비누는, 향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건조한 덩어리로 남아, 녹아 없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는 미끄러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강가에 있는 수석처럼 검고 가느다란 골이 여러 갈래 패어 있어 비누가 아니라 꼭 돌멩이를 보는 것 같았다. (p.75) ................................................................................................................. 2023.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