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 다자이 오사무 (오유리 옮김, 문예출판사)
문예 세계문학 36 다자이 오사무 - 사양 (1947년) 석양이 어머니의 얼굴을 비춰, 어머니의 눈이 검푸르게 빛나고, 두 눈 속에 희미한 분노의 빛이 스쳐, 그 얼굴은 와락 달려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아아, 어머니의 얼굴은 조금 전 그 쓸쓸하고 슬퍼 보였던 뱀과 닮았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있는 살무사처럼 꿈틀거리는 흉측한 뱀이, 이 슬픔에 사무쳐 오히려 아름다운 어미 뱀을 언젠가 잡아먹어버리지는 않을까, 왠지, 무엇 때문인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가냘프고 우아한 어깨에 손을 얹고, 왠지 모를 몸부림을 했다. (p.153) 아아, 돈이 없어진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