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2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헤르만 헤세 - 수레바퀴 아래서 (1906년) 중개업자이자 대리점주인 요제프 기벤라트 씨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두드러지는 장점이나 특징이 없는 인물이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처럼 어깨가 넓고 다부진 체격이었으며, 진심으로 돈을 숭배하고 장사 수완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는 아담한 정원이 딸린 집과 작은 가족 묘지를 갖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는 약간 깨인 편이었으나 신앙심이 깊지는 않았다. 신과 고위 공직자들한테는 적당히 존경을 표했고, 시민 사회의 예의범절은 맹목적일 만큼 엄격하게 따랐다. 술은 즐기는 편이었지만 취한 적은 없었다. 간혹 비난의 소지가 있는 거래를 하곤 했지만 절대 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서지 않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뱅이라고 무시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거만하고 잘난.. 2023. 8. 4.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조영숙 옮김, 아르드리미디어) 포리스트 카터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976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 나중에 할머니에게 듣기로는 엄마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고아가 된 나를 놓고 친척들 사이에서 꽤나 시끌벅적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그때까지 살던 통나무집은 언덕 중턱에 있었다. 친척들은 작은 개울이 흐르는 그 뒤뜰에 머리를 맞대고 서서,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열심히 입방아를 찧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재산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페인트칠이 된 침대와 탁자, 의자 따위를 나누어 가지면서 말이다. 할아버지는 친척들 틈에서 벗어나 뜰 구석에 묵묵히 서 계셨다. 할머니도 할아버지 뒤에 가만히 서.. 2023. 7. 27. 앞산도 첩첩하고 - 한승원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66권) 목차 한승원 어머니 앞산도 첩첩하고 목선 유재용 관계 어제 울린 총소리 ................................................. 한승원 - 앞산도 첩첩하고 (1976년) 밤 봇짐을 싸 가지고 나간 딸아이가 갈 데가 그리도 없어, 하필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 한 분도 살아 계시지 않는 외가엘 갔을까마는, 그 아이가 갔음직한 광주 호남 전지 공장이라든지, 서울 구로 공단이라든지, 마산 수출 자유 지역이라든지 하는 데를 둘러보고 뒤질 수 있는 데까지 샅샅이 뒤진다고 뒤졌으나, 끝내 찾아 내지를 못하고 돌아오는 아버지 오달병 씨는, 청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회진에서 하룻밤 머물러야 하는 걸음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저 헛걸음 삼아 그 아이의 .. 2023. 7. 26. 첫눈 - 방영웅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방영웅 - 첫눈 (1972년) "눈이 오는구나. 저게 첫눈이지?" 옛날 직업이 이발소 깎사였던 철순이는 유리문을 통하여 바깥을 내다보고 혼자 중얼거린다. 어느 사이 바깥이 그렇게 어두워졌는지 거리의 불빛이 환했다. 그 환한 불빛 속에서 희끗희끗하게 휘날리고 있는 눈발이 보인다. 그것들은 그렇게 휘날리다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녹아 없어지나 보았다. "웬 놈의 사람이 그렇게 많지?" 꼬마 작부 미스 윤은 대폿집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쪽 골목이 참 한산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어 대며 골목 어귀를 통하여 큰 거리를 내다보고 불평 비슷하게 중얼거린다. 눈발이 내리든.. 2023. 7. 25. 토끼와 잠수함 - 박범신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박범신 - 토끼와 잠수함 (1973년) 제복의 사내는 나의 어깨를 탁 쳐서 밀어넣고 회색의 문을 닫았다. 버스는 곧 파출소 앞을 출발하여 여름날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송글송글 묻어나서 찐득거리는 도심지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엉거주춤 출입구 근처에 선 채 아직 반도 메워지지 않은 버스 속의 갖가지 모양을 한 사람들을 멀거니 둘러보았다. "뭘 하고 있어?" 갈라져서 오히려 뾰족하게 박혀 오는 목소리가 등을 때렸다. 어깨를 쳐서 밀어넣던 제복의 사내가 옆의 빈 좌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내의 눈은 체격에 비해 형편없이 작고 .. 2023. 7. 25. 우리들의 장례식 - 박범신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5권) 목차 박범신 우리들의 장례식 토끼와 잠수함 방영웅 첫눈 노새 ..................................................... 박범신 - 우리들의 장례식 (1976년) "막걸리 한 되만...." 주전자를 내멸며 봉추는 말끝을 사렸다. 문구멍에 눈알만 내놓고 바라보던 주인 여자는 미닫이를 열고 한 발만 술청에 내려놓은 채 손을 뻗쳐 주전자를 받았다. 세 평쯤이나 될까, 좁은 술청은 전구 하나만 천장에 매달려 있을 뿐 썰렁하였다. 여자는 방 안과 술청에 한 발씩 벌려 세운 자세로 미닫이 옆에 놓인 술독에서 막걸리를 퍼 담았다. 머리가 헝클어진 여자의 얼굴은 늙고 메말라 보였다. 되질도 하지 않고 주전자 목까지 막걸리를 채운 그녀는 허리를 펴고 주전자.. 2023. 7. 24. 미지의 새 - 한수산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6권) 목차 한수산 침묵 미지의 새 윤후명 하늘 지팡이 송기원 월행 ....................................... 한수산 - 미지의 새 (1978년) 아내여, 겨울 오후, 2시에서 5시까지의 서해안은 때때로 참혹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웠다. 송도도 그랬다. 지금은 매립이 되면서 없어져 버린 그 개펄과 낙조와 가슴을 저리게 하던 햇빛들을 기억하는가. 끄때 우리가 버스에 올라 삶은 달걀을 까 먹으며 찾아가곤 하던 그 서해안의 저녁에는, 우리가 껴안고 있던 가난도 남루함도 작은 방도....다 치열했었네. 육화와 변형을 거친 우리들 젊은 날의 비늘들이 와 함께 여기 남아 있음을, 아내여, 너는 알고 있지.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 2023. 7. 21. 침묵 - 한수산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 413 (76권) 목차 한수산 침묵 미지의 새 윤후명 하늘 지팡이 송기원 월행 ....................................... 한수산 - 침묵 (1977년) 모래를 날리며 바람이 불어와서 우리는 일제히 강변 쪽으로 돌아섰다. 가슴 깊숙이 머리를 처박았다. 길 밑으로는 철책이 쳐져 있었고 그 밑으로 드문드문 푸른빛이 보이는 잔디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덮여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어와 우리들의 머리칼을 날리고 옷깃을 펄럭이게 했다. 강물 위에서는 햇빛이 잘디잘게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가느다랗게 눈을 뜨면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서 번들거리는 음모를, 터질 듯한 기대를, 그리고 숨길 수 없이 도사리고 있는 나들이에 대한 불안을 보았다. 그러한 여러 .. 2023. 7. 21. 장자, 나를 깨우다 - 이석명 (북스톤) 이석명 - 장자, 나를 깨우다 목차 1장 自由 낯선 것과 마주하다 물고기가 새로 변화한 까닭 이야기에서는 물고기가 새로 변한 외형적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물'이라는 제한된 상황에 갇혀 있던 물고기가 한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가 된 질적인 변화, 여기에 초점이 있다. 장자가 보기에 물고기와 새는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물고기는 물을 벗어나면 옴짝달싹 못한다. 바다의 왕인 고래도 바다를 벗어나면 개미의 밥이 될 수밖에 없듯이, 물고기는 '물'이라고 하는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 구속돼 있다. 그러므로 곤이 아무리 커도 물이라는 구속에 갇힌 제한된 존재에 불과하다. 어쩌면 곤은 장자가 바라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장자는 한 줌의 부와 권세를 잡고 위세를 과시하려 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곤의 .. 2023. 7. 19. 암사지도 - 서기원 (한국헤르만헤세) 큰한국문학413 (56권) 목차 선우휘 불꽃 서기원 암사지도 마록 열전 4 ...................................... 서기원 - 암사지도 (1957년) 형남이 작년 여름에 제대되어 의지할 곳이 없었던 차에 우연히 만난 옛 전우가 상덕이었다. 그들은 같은 중대에서 1년 남짓 함께 지냈었다. 중대장은 해방 직후 군대에 들어가서 6년 만에 대위가 된 사내로, 중대원들에게 훈시할 적마다, "본관의 사병 시대에는 침구를 정돈함에, 공장에서 갓 나온 벽돌을 포개어 놓듯 했는데, 귀관들은 도시 정신 상태가 돼 먹지 않았다." 고 기합을 넣다가, 으레, "그럼으로 해서 귀관들은 인격을 도치해야 된다." 고 다지곤 하였다. 못살던 자가 돈푼깨나 생기면 가난뱅이 업신여기기가 도리어 심하다더니, .. 2023. 7. 19.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