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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 현대 문학/1. 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조영숙 옮김, 아르드리미디어)

by handaikhan 2023. 7. 27.

포리스트 카터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1976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 나중에 할머니에게 듣기로는 엄마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고아가 된 나를 놓고 친척들 사이에서 꽤나 시끌벅적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그때까지 살던 통나무집은 언덕 중턱에 있었다. 친척들은 작은 개울이 흐르는 그 뒤뜰에 머리를 맞대고 서서,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열심히 입방아를 찧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재산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페인트칠이 된 침대와 탁자, 의자 따위를 나누어 가지면서 말이다.

할아버지는 친척들 틈에서 벗어나 뜰 구석에 묵묵히 서 계셨다. 할머니도 할아버지 뒤에 가만히 서 계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체로키족의 피가 반 섞인 혼열이고 할머니는 순수 체로키족이시다. (p.11-12)

 

버스가 자갈길로 내려섰을 때는 밤이 한창 이슥해서였다. 할아버지가 다시 걷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뒤를 따랐다. 유리가 쨍 하고 깨질것처럼 공기가 차가웠다. 둥그런 수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달이 얼굴을 내밀고, 저 멀리 구부러져 돌아간 곳까지 우리 앞길을 은빛으로 비춰주었다.

자갈길을 벗어나, 가운데로는 풀이 자라고 양옆으로 마차의 바큇자국이 선명한 흙길로 들어서자 산이 바로 내 옆에 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이때 우리는 시커먼 산그림자 속에 들어가 있었다. 반달은 높은 산등성이 바로 위에 높다랗게 걸려 있어서, 올려다보려면 머리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 했다. 나는 시커멓게 덮쳐누르는 듯한 산의 무게에 몸을 떨었다.

할머니가 내 뒤에서 소리쳤다.

"웨일즈, 얘가 지친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널따란 모자 그늘에 가려 있었다.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게 좋아."

할아버지는 이렇게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따라잡기가 훨씬 쉬웠다. 할아버지가 걷는 속도를 늦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도 지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가자 바큇자국이 난 널찍한 길도 끝나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산길로 들어섰다. 언뜻 생각으로는 우리가 산을 짓밟으면서 앞으로 나갈 것 같았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산이 손을 벌려 온몸으로 감싸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자국 소리가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었다. 만물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은 휘파람 소리와 숨소리들이 나무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춥지는 않았다. 길옆에서는 달랑거리는 소리와 깐닥거리는 소리, 술렁이는 소리들이 뒤섞여 흘러갔다.

바위 위를 굴러 내려오면서 멈추는 곳마다 여울을 만들고, 다시 굴러 내려가는 시냇물 소리였다. 이제 우리는 깊은 게속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느새 반달은 맞은편 산등성이 뒤에 숨은 채 뿌연 은빛만을 하늘 가득히 토해내고 있었다. 덕분에 계곡에는 회색빛 아치 같은 것이 드리워져 우리 모습을 희미하게 밝혀주었다.

할머니가 뒤에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인디언 노래였다. 굳이 가사를 붙여 부르지 않아도 어떤 노래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길고도 구슬픈 듯한 울믐소리가 오열하는 듯한 긴 여운을 남기고 울려퍼지면서 산속으로 도로 사라져갔다.

할아버지가 쿡! 하고 웃으셨다.

"저건 모드라는 놈이야. 코로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 귀로 어떻게 해보려는 거지."

잠시 후 우리는 여러 마리의 개에게 둘러싸였다. 개들은 할아버지 주위에서 낑낑거리기도 하고, 처음 보는 내 냄새를 맡으려고 킁킁거리기도 했다. 모드가 짖는 소리가 또 들렸다. 이번에는 아주 가까웠다. 할아버지가 "그만 해! 모드" 하고 소리지르자, 그 소리 임자가 누군지 알아 챈 모드는 쏜살같이 달려와 우리에게 뛰어들었다.

그리 넓지 않은 개울 위에 걸쳐진 통나무다리를 건너고 나니 조그만 오두막집이 있었다. 그 집은 산을 등지고 서 있었는데 앞쪽으로는 기다란 베란다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었고, 뒤쪽으로는 커다란 나무들이 서 있었다. (p.15-17)

 

산꼭대기에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렸다. 아침 햇살은 물결처럼 아래로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정찰을 맡은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을 날면서 날카롭게 깍깍 세 번 울었다. 아마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으리라.

이제 산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천천히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품으로 토해낸 미세한 수증기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해가 나무에서 죽음의 갑옷인 얼음을 서서히 벗겨감에 따라, 산 전체가 살랑거리고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되살아났다.

할아버지도 나처럼 눈을 모으고 귀를 기울이고 계셨다. 아침 바람이 나무 사이에서 낮은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는 것에 맞추어 산의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할아버지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 하셨다.

"그래요, 할아버지. 정말 산이 깨어나고 있어요."

그때 나는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밤의 그림자는 이제 점점 더 아래로 밀려나더니, 그리 넓지 않은 풀밭을 가로지르면서 뒷걸음질쳤다.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그 풀밭은 햇빛을 받아 물결처럼 반짝였다. 그 풀밭은 산의 품속에 폭 안겨 있는 모양새였다. 할아버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메추라기들이 퍼덕거리고 날아다니면서 풀씨를 쪼아먹고 있었다. 다시 손을 든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얼어붙은 듯한 푸른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는데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저 멀리 하늘 가장자리 쪽에서 얼룩 같은 것이 점점 커지며 다가왔다. 그림자가 자기보다 앞서가지 않도록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해서 날아오던 그 새는,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산허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키 선수처럼 순식간에 나뭇가지 끝의 하늘 위로 날아온 그 새는 날개를 반쯤 접더니....마치 갈색 총알처럼.....아니, 그보다 더 빨리 메추라기를 향해 날아왔다.

할아버지가 쿡 하고 웃으셨다.

"저놈은 탈곤 매란다."

메추라기들이 후두두 날아오르며 잽싸게 숲 쪽으로 달아났다. 한데 그만 한 마리가 처지고 말았다. 매는 바로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깃털이 하늘로 흩어지고, 두 마리 새는 한데 엉켜 땅으로 떨어졌다. 매의 날카로운 부리가 메추라기를 연방 쪼아댔다. 잠시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매의 발톱에는 죽은 메추라기가 쥐어 있었다. 매는 다시 산허리 쪽으로 날아가더니 아득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나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슴하신 걸로 봐서 말이다.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 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먹는 것도 탈콘 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할아버지가 칼로 땅을 파더니 부드러운 뿌리를 뽑아냈다. 껍질을 벗기자 겨울용으로 비축된 즙이 방울져 솟아올랐다. 그것을 반으로 잘라 두꺼운 쪽을 나에게 주신 할아버지는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이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둬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그러나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p.24-26)

 

"칠면조란 놈들도 사람하고 닮은 데가 있어. 이것 봐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너무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지." (p.27)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모드도 사람인 자신처럼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기 때문에 여우사냥에는 아무 쓸모가 없지만, 청력과 시력은 아주 날카로워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일이 있고, 또 그런 일을 맡기면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개든 사람이든 간에 자기가 아무 데도 쓸모 없다고 느끼는 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셨다.

반면에 링거는 예전에는 뛰어난 사냥개였지만 지금은 너무 나이를 먹었다. 이제는 꼬리를 질질 끌고 다녀 볼꼴 사나운데다 옛날만큼 잘 보거나 듣지도 못했다. 할아버지가 링거를 모드와 짝지어준 것은, 링거가 모드를 도울 수 있게 하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이 일은 링거에게 뿌듯한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옥수수밭에서 일하는 게절이 되면 링거는 목을 한껏 치켜세운 채 네 다리를 씩씩하게 내딛으면서 주위를 돌아다니곤 했다. (p.43)

 

슬리크가 개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은 자기 냄새를 뚜렷하게 남기기 위해서였다. 슬리크는 개들이 흥분하면 감각보다 감정이 앞선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리핏과 베쓰의 경우에는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블루보이와 리틀레드는 그렇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예전에도 이런 일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사람들 중에도 감정이 앞서는 바람에 리핏처럼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면서.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았다. (p.55)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아들러의 감정 수업 - 맥케이 (김유광 옮김, 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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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 (p.7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한단고기 - 임승국(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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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하늘을 배경으로 산등성이 위로 앙상하게 벌거벗은 채 뻣뻣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겨울해가 어떻게 지는지 연구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너에게 남겨줄 게 별로 없구나."

증조할아버지는 낮은 소리로 웃으셨다.

"저 오두막집에서 건질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손을 녹이려고 불쏘시개를 뒤적거리는 정도일 테니."

이제 아들은 산에 대해 연구라도 하는 사람처럼 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가만히 대답했다.

"그럴 겁니다."

"넌 다 큰 사내자식이야. 거기다 딸린 식구까지 있구. 그러니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할 필요는 없을 성싶다....다만 우리가 믿는 걸 지키려고 할 때는 한시바삐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과 손을 잡도록 해라. 우리 시대는 갔다. 지금 오고 있는 너희들의 시대가 어떻게 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너구리 잭도 그럴 게다. 그런데 너한테 남겨줄 것조차 없으니...하지만 아마 산만은 언제나 변함없을 거다. 너도 누구보다 산을 좋아하니 다행이고, 우리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들이 조용히 대답했다. 마지막 햇빛이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고 나자 살을 에는 바람이 몰아쳤다. 이제 노인은 입을 떼기조차 힘들었지만...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아들아...난....너를 사랑한다."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늙고 앙상한 노인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이제 계곡에 드리워진 그늘은 한층 더 진해졌고, 양옆에서 굽어보던 산봉우리의 시커먼 윤관선도 어둠 속에 묻혀갔다. 두 사람은 그 자세 그대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증조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짚으면서 계곡에서 오두막까지 걸어내려왔다. (p.82-83)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 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어리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밤톨만한 영혼을 갖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의 마음이 자꾸자꾸 커지고 튼튼해지면, 결국에는 지나온 모든 전생의 삶들이 보이고 더 이상 육신의 죽음을 겪지 않는 단게에 도달하게 된다. 할머니는 내 비밀 장소에서 그런 생명의 순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새롭게 탄생하는 봄이 되면 흔들림과 소란이 일어난다. 그래서 봄에 부는 매서운 바람은, 아기가 피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탄생을 위한 시련이다.

그러고 나면 생명을 한껏 꽃피우는 여름이 온다. 그보다 더 나이가 들면 우리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특이한 느낌을 갖는 가을이 지나가고....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죽거나 죽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 몸이 죽었을 때처럼, 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체로키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터득하고 있었다고 하셨다. (p.104-107)

 

모자를 벗어든 할아버지가 말했다.

"링거야, 잘 가거라."

나도 링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떡갈나무 밑에 잠든 그를 떠났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링거가 그다지 충실한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았을 것이다."

맞는 말씀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 생각이 날 것이고, 또 나도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그래도 살아남은 우리는 계속 일을 해야 했다. (p.130-131)

 

오두막집 베란다에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번개 기둥이 산꼭대기 위에서 족히 1초 이상 번쩍이는 걸 볼 수 있다. 그 번개 기둥은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빛의 가지로 하늘을 수놓곤 했다. 그 뒤를 이어 어김없이 뭔가가 쩍 갈라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천둥소리가 꽝! 하고 울려대고...천둥소리는 산등성이를 굴러 내려가다가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산 한두 개가 무너진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다시 번개가 쳤다. 푸른 불덩이가 산꼭대기의 바위를 정통으로 때린 다음 그 푸른 불꽃을 공중으로 퍼뜨렸다. 갑자기 돌풍이 몰아치며 나뭇가지들이 휘어지더니 그 뒤를 이어 후두둑거리는 굵은 빗방울들이 시커먼 구름에서 퍼붓기 시작했다.

자연의 비밀은 이미 다 밝혀졌고, 자연에 영혼 따위는 없다고 하면서 자연을 비웃는 사람들은 산속의 봄태풍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일 것이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놓곤 한다.

겨울 찬바람을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은 나무가 있는데, 자연이 그걸 없애버리려고 마음먹었다고 하자. 자연은 그 나무를 땅에서 뿌리째 뽑아 산 아래로 굴려버린다. 온갖 관목과 나뭇가지들 사이를 훑고 지나가다가 약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으면 그 바람 손가락으로 말끔히 없애 버리는 게 자연이다.

자연이 보기에 없애버려야 하는데 바람의 힘으로 쓰러뜨릴 수 없을 때는, 그저 꽝! 하고 내리치면 된다. 그러면 그 자리에는 불타오르는 거대한 횃불만이 남게 된다. 자연은 살아 있고 출산의 진통을 겪는다. 산에서 봄을 맞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는 작년에 남겨둔 모든 찌꺼기들은 자연히 깨끗이 쓸어 없애는 중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래야 자연의 새로운 출산이 정갈하고 튼튼한 것으로 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태풍이 지나고 나면 작고 밝은 연초록빛의 새로운 생명들이 덤불이나 나뭇가지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연은 4월의 비를 내려준다. 부드럽고 촉촉한 비에 젖은 산골짜기가 안개로 뿌예지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길 위로 똑똑 떨어진다.

4월의 비에는 상쾌하고 들뜬 기분과 왠지 모를 서글픔이 함께 배어있다. 할아버지도 항상 그런 감정들이 뒤범벅된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다. 그 비는 서글픈 기분을 갖게 한다. 아무도 그걸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저 눈 깜짝할 새에 스러져가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반대로 4월의 바람은 아기 요람처럼 부드럽고 따스했다. 그 바람은 야생 사과나무가 분홍빛 반점을 가진 하얀 꽃을 만개할 때까지 부드러운 숨결을 내뿜곤 했다. 인동덩굴보다 더 감미로운 바람의 향기를 따라 벌들이 무리지어 꽃으로 몰려들었다. 연분홍 꽃잎에 보라색 꽃술을 가진 석남은 골짜기에서 꼭대기까지 산 어디서나 자란다. 길고 뾰족한 노란 꽃잎들과 길게 늘어진 하얀 이빨 하나를 가진 얼레지 역시 그랬다.

그렇게 해서 4월 들어 최고로 따스해지는가 싶을 때 갑자기 추위가 닥친다. 4, 5일 정도 머물다 가는 이 추위는 검은딸기를 꽃피게 만든다고 해서 '검은딸기 추위'라고 불렀다. 이 추위가 오지 않으면 검은딸기는 꽃이 피지 않는다. 어쩌다 검은딸기가 열리지 않는 해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은딸기 추위가 끝나면 이번에는 갑작스레 층층나무들이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온 산등성이에 커다랗고 하얀 꽃봉오리를 터뜨리는데, 그것들은 소나무와 참나무 그늘같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피어난다.

백인 농부들은 늦여름이 되어서야 밭에서 수확을 하지만 인디언들은 최초의 풀들이 자라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시작해서 도토리와 밤 따위를 줍는 여름과 가을까지 계속해서 수확을 한다. 할아버지는 숲을 손상시키지 않고 숲과 더불어 산다면 숲이 우리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해야 할 일도 꽤 많았다. (p.166-168)

 

인디언은 절대 취미 삼아 낚시를 하거나 짐승을 사냥하지 않는다. 오직 먹기 위해서만 동물을 잡는다. 즐기기 위해서 살생하는 것보다 세상에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할아버지는 분개하곤 하셨다. (p.174)

 

일요일마다 설교가 시작되기 전에, 누구라도 일어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특별히 마련되어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옮겨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서 먹을 식량이 하나도 없는 소작농 가족일 수도 있었고, 때로는 화재로 집이 몽땅 불 타버린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 일요일날 교회에 올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져오곤 했다. 우리는 여름에는 남아도는 야채를 듬뿍 가져갔고, 겨울에는 고기를 가지고 갔다. 한번은 할아버지가 히코리나무로 틀을 짜고, 앉는 자리에는 사슴가죽을 댄 의자를 만들어, 불이 나서 가구를 잃은 가족에게 준 적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집 남자를 교회 뜰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 의자를 건네주고 난 다음, 한참 시간을 들여 그것을 만드는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주셨다.

할아버지는,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받는 사람이 제힘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만들면 되지만, 뭔가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인격이 없어지고 자신의 인격을 도둑질당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하면 그 사람에게 친절한 것이 도리어 불칠전한 것이 되고 만다고 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하면 받는 사람보다 자신이 잘났다는 허세와 우월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받는 사람의 자립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작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천성이 묘해서 허세부리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용케 냄새 맡고 먼저 접근하는 자들도 있다. 할아버지는,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을 낚아채려는 사람의 개가 되고 말았으니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타락하여 자기 두 발로 선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잘난 척 씨의 개가 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자기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낑낑대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둣발로 엉덩이를 힘껏 걷어차이는 것뿐이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또 이런 말도 하셨다. 마찬가지로 나라들 중에는 허세를 부리고 잘난 척하면서 스스로를 맏형이라 부르며 주고 또 주기만 하는 나라들이 있다. 사실 그 나라들이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공짜로 주는 대신에 상대방 나라들이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주었을 테지만, 그 나라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방 나라 국민들은 더 이상 그 나라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자신을 따라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p.251-25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탈무드 (이동민 옮김, 인디북)

<비교>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

<해석>

지금 당장 굶어죽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한 그릇의 죽이다. 그런데 죽을 끓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죽을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할아버지는 그 집 남자를 교회 뜰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 의자를 건네주고 난 다음, 한참 시간을 들여 그것을 만드는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주셨다.

즉, 먼저 필요한 것을 주고, 방법을 가르쳐야한다. 

말로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세상이 모두 부유해지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난민에게 아무리 원조를 하더라도 그들은 한끼 식사만 해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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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씨는 버릇은 또 다른 버릇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라서,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으면 결국 성격도 나빠진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낭비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그 다음엔 생각을 허술히 낭비하게 되며, 결국 나중에 가서는 모든 걸 낭비하게 된다. 정치가들은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허술해지면 권력을 쥘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정치가는 느슨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다가 얼마 안 가 독재자로 변한다. 와인 씨는 절약하는 사람들은 절대 자기 머리 위에 독재자를 갖는 법이 없다고 하셨다. 옳은 말씀이었다. (p.260)

 

와인 씨는 셈을 익히는 거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는 교육이란 것은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고 하셨다. 한 줄기는 기술적인 것으로, 자기 직업에서 앞으로 발전해가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목적이라면 교육이 최신의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자신도 찬성이라고 와인 씨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줄기는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다. 와인 씨는 그것을 가치라고 불렀다.

와인 씨는, 정직하고, 절약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만일 이런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면에서 아무리 최신의 것들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도 없다. 사실 이런 가치들을 무시한 채 현대적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그 현대적인 것들을 잘못된 일, 부수고 파괴하는 일에 더 많이 쓴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p.261-262)

 

가을은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정리할 기회를 주는, 자연이 부여한 축복의 시간이다. 이렇게 정리해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했어야 했던 온갖 일들과...하지 않고 내버려둔 온갖 일들이 떠오른다. 가을은 회상의 시간이며...또한 후회의 게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지 못한 일들을 했기를 바라고...하지 못한 말들을 말했기를 바람다...(p.269-270)

 

겨울날의 짧은 낮시간을 나는 이렇게 내 비밀 장소에서 보냈다. 내 영혼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바람과 나무와 시냇물과 새들이 불러준 그 부드러운 노랫소리로 내 마음이 깨끗이 씻겼기 때문이다.

몸의 마음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 역시 몸의 마음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고 이해도 하지 못했다.그래서 자연은 나에게 지옥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고, 내 출생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으며, 악의 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자연은 그런 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노라니 나도 그런 말들을 잊을 수 있었다.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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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카터(Asa Carter, 1925년 9월 4일 ~ 1979년 6월 7일)

쿠 클럭스 클랜의 지도자로, 포리스트 카터라는 필명으로 소설가로 활동했다.

포리스터 카터는 할아버지의 농장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앨라배마주 옥스퍼드에서 1925년 태어났다. 포리스트 카터는 반 인디언 혼혈이었으며, 혈통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고 알려져 있다.(*자신의 주장일 뿐, 사후 친척들이 증언으로는 전혀 인디언의 피가 섞여있지 않다고 함.. 문제적 인간의 주장임에 유의..) 카터는 옥스퍼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해군에서 근무했으며, 콜로라도 대학에서 공부했다. 또한 그는 <텍사스로 가다>와 <조지 웨일즈의 복수의 길>, <산 위에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포리스터 카터의 삶은 네 다섯 살 때부터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받은 그의 할아버지와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그의 할아버지는 작은 농장과 농장 근처의 조그만 시골 가게를 경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를 처음에는 '작은 싹'이라고 부르다가 좀 더 자라고 나서부터는 '작은 나무'라고 불렀다.
포리스트 카터는 할아버지로부터, 감사를 기대하지 않고 사랑을 준다든지, 또 필요한 것 외에는 대지에서 가져가지 않는다든지 하는 체로키족의 생활 철학들을 배워나가게 된다. 작은 나무는 자연이 봄을 탄생시킬 때 몰아치는 산의 폭풍을 지켜보았으며, 새들의 몸짓과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배웠고, 달이 찬 정도에 따라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또한 작은 나무는 체로키족이 경험한 '눈물의 여로'에 대해서도, 그리고 장작 눈물을 흘린 사람은 왜 체로키가 아니라 길가에서 구경하던 백인들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들었다.
또 작은 나무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할아버지의 가게에 찾아오는 유대인 봇짐장수로부터 올바른 자선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배웠으며,한 소작농으로부터는 잘못 발휘된 자존심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의 용기 덕분에 죽음을 면하는 경험을 하고, 처음으로 백인 미국 사회의 잔혹성과 위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였으며 테러 단체 KKK단의 멤버였다.
작가로 출발한 것은 48세 때였고 첫 작품 《텍사스로 가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영화화되었다.《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조지 웨일즈의 복수의 길》, 《제로니모》등의 책들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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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제로니모 - 포리스트 카터 (김옥수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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