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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122

우상의 눈물 - 전상국 (민음사) 민음사 - 오늘의 작가 총서 5 목차 우상의 눈물 돼지 새끼들의 울음 침묵의 눈 우리들의 날개 전야 달평 씨의 두번째 죽음 밀정 맥 수렁 속의 꽃불 고려장 겨울의 출구 잃어버린 잠 .......................................................... 전상국 - 우상의 눈물 (1980년) 학교 강당 뒤편 으슥한 곳에 끌려가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인 그런 무서운 린치를 당했다. 끽 소리 한번 못 한 채 고스란히 당해야만 했다. 설사 소리를 내질렀다고 하더라도 누구 한 사람 쫓아와 그 공포로부터 나를 건져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고 도서실에서 강당까지 끌려가는 동안 나는 교정에 단 한 사람도 얼씬거리는 걸 보지 못했다. 더욱이 강당은 본관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2023. 4. 12.
숨은꽃 - 양귀자 (문학사상사) 1992년 제1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목차 1. 제1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귀자 - 중편소설 「숨은 꽃」 2. 제16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자선작 양귀자 씨의 단편소설 「한계령」 3. 제16회 이상문학상 추천 후보작 김영현 - 「고도를 기다리며」 박양호 - 「포경선 작살수의 비애」 신경숙 - 「풍금이 있던 자리> 유순하 - 「홍수 경보」 윤정선 - 「해질녘」 최수철 - 「머릿속의 불」 4. 제16회 이상문학상 기 수상 작가 우수작 김채원 - 「미친 사랑의 노래」 이청준 - 「흉터」 ................................................... 양귀자 - 숨은꽃 (1992년) 그는 귀신사에 있었다. 나는 그를 귀신사에서 만났다. 십오 년 만이었다. 물론 나는 그 십오.. 2023. 4. 10.
유황불 - 양귀자 (열림원) 열림원 - 논술 한국 문학 5 목차 유황불 녹 한계령 지하 생활자 원미동 시인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숨은 꽃 찻집 여자 생애와 문학 - 냉엄한 현실과 나약한 인간 논술 ........................................................ 양귀자 - 유황불 (1984년) 잠에서 깨었을 때는 이미 밝은 기운이 곳곳에서 솟아버린 늦은 시각이었다. 너무 늦잠을 잤기 때문일까. 주위는 거짓말처럼 조용했고 부엌쪽에서만 가끔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거의 울상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말짱 이불도 개켜져 장롱 속에 넣어진 듯 방 안은 깨끗하다. 무엇을 더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햇살은 깊숙이 들어와 창호지를 적셔놓았고, 새롭게 정수리에.. 2023. 4. 10.
원미동 시인 - 양귀자 (살림) 양귀자 - 원미동 사람들 (1986년) 목차 멀고 아름다운 동네 불씨 마지막 땅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 쥐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방울새 찻집 여자 일용할 양식 지하 생활자 한계령 ........................................ 양귀자 - 원미동 시인 (1986년) 남들은 나를 일곱 살짜리로 부족함이 없는 그저 그만한 계집아이정도로 여기도 있는 게 틀림없지만, 나는 결코 그저 그만한 어린아이는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 알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게 건방지다면 하다못해 집안 돌아가는 사정이나 동네 사람들의 속마음 정도는 두루 알아맞힐 수 있는 눈치만큼은 환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사실을 말하자면 내 나이는 여덟 살이거나 아홉 살, 둘 중의 하나이다. 낳아.. 2023. 4. 9.
귀머거리새 - 양귀자 (책세상) 책세상 - 소설 르네상스 24 목차 유황불 밤의 일기 이웃들 다락방 녹 갑 쥐 의치 유빙 귀머거리새 좁고 어두운 거리 1980년의 사랑 들풀 얼룩 덩굴풀 ................................................. 양귀자 - 귀머거리새 (1985년) 어느 날의 오후였다. 젖혀진 커튼 사이로 분홍의 석양빛이 조심스레 어둠과 몸을 섞을 때, 그는 주황색 담요 위에 뺨을 댄 채 잠들어 있었다. 거의 사물의 윤곽만 알아볼 수 있는 어둠의 혼미함 가운데서 그는 무언가 괴로워하며 낮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녹색의 비닐 장판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의 몸에 어떤 사나운 공기의 압축 같은 것이 밀어닥치고 있어서 그 석양의 어느 한순간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동안 그는 눈과 귀와.. 2023. 4. 8.
홍계월전 - 작가 미상 (조광국 옮김, 문학동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9 목차 홍계월전 원본 『홍계월전』 해설|『홍계월전』의 이모저모, 흥미로운 지점들 참고문헌 ........................................ 작가미상 - 홍계월전 명나라 헌종 임금 시절 형주 구계촌에 홍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명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급제해 벼슬이 이부서랑에 올랐는데 충심과 효심이 깊고 강직하므로 천자가 사랑하여 그와 나랏일을 의논하곤 했다. 그러자 조정의 많은 벼슬아치가 그를 시기하고 모함해 그는 죄 없이 벼슬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에 힘썼다. 집안 형편은 넉넉했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매일 슬퍼했다. 하루는 홍시랑이 부인 양씨와 함께 처량하게 탄식했다. "나이 사십에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이 없으니, 우리.. 2023. 4. 8.
뜬 세상의 아름다움 - 정약용 (박무영 옮김, 태학사) 정약용 - 뜬 세상의 아름다움 나산처사 나 공은 연세가 거의 팔십인데도 홍안에 푸른 눈동자로 태연자약한 품이 신선 같으시다. 다산의 암자로 나를 방문하셔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름답구려, 이 암자는! 꽃과 약초가 나뉘어 심겨 있고, 시내와 바위가 환하게 둘려 있으니 세상사에 아무런 근심이 없는 사람의 거처로세. 그러나 그대는 지금 귀양살이 중인 사람일세. 주상께서 이미 사면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셨으니 사면의 글이 오늘이라도 도착하면 내일엔 이곳에 없을 터, 무엇 때문에 꽃모종을 내고 약초 씨를 뿌리고 샘을 파고 도랑에 바위를 쌓으며 이처럼 구원의 계획을 세우는가? 내가 나산의 남쪽에 암자를 튼 지 이제 삼십여 년일세. 사당과 위패가 모셔져 있고 자손들이 그곳에서 성장했네. 그러나 거칠게 깎아 기둥.. 2023. 4. 7.
자유종 - 이해조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0 목차 안국선 - 금수회의록 이해조 - 자유종 이해조 - 구마검 최찬식 - 추월색 주 작품 해설 - 계몽 시대 신소설의 서사적 성격 / 권영민 작가 연보 참고 문헌 .................................................................................................................. 이해조 - 자유종 (1910년) 천지간 만물 중에 동물 되기 희한하고, 천만 가지 동물 중에 사람 되기 극난하다. 그같이 희한하고 그같이 극난한 동물 중 사람이 되어 압제를 받아 자유를 잃게 되면 하늘이 주신 사람의 직분을 지키지 못함이어늘, 하물며 사람 사이에 여자 되어 남자의 압제를 받아 자유를 빼앗기면 어찌.. 2023. 4. 7.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민음사) 한국단편문학선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 목차 김동리 - 황토기/까치 소리 황순원 - 소나기/비바리 오영수 - 갯마을 손창섭 - 혈서 정한숙 - 전황당인보기 이호철 - 나상 장용학 - 비인탄생 서기원 - 암사지도 박경리 - 불신시대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선우휘 - 반역 ...................................................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1960년)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이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가이 오는 것을 -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 2023. 4. 4.
동백꽃 - 김유정 (글누림) 글누림 한국소설전집 0 목차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노다지 금 따는 콩밭 만무방 봄·봄 산골 나그네 가을 봄과 따라지 두꺼비 동백꽃 야앵 산골 정조 따라지 땡볕 형 작가 연보 ........................................ 김유정 - 동백꽃 (1938년)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키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 푸르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 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 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 202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