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 카인 (2009년)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여호와가 묻자 카인은 질문으로 대답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 입니까. 네가 네 아우를 죽였구나, 네, 죽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 주가 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우를 위해 내 생명이라도 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나는 만물의 주권자인 여호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존재에 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만, 저와 내 자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죽이는 자유 말이냐, 주에게 내가 아벨을 죽이는 것을 막을 자유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주께서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다른 모든 신들과 공유하고 있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부심을 아주 잠깐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또 아주 잠깐만 진실로 자비를 베풀어 겸허하게 제 제물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께서는 그것을 거부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신들, 주와 다른 모든 신들은 스스로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것들에게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건 선동적인 이야기로구나,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내가 만일 하나님 이라면, 선동을 택하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땅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하고 매일 되풀이해 말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건 신성모독인데,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주께서 아벨이 죽도록 내버려두신 것보다 큰 신성모독은 아닙니다, 아벨을 죽인 것은 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선고를 하신 것은 주이시고, 나는 그저 처형을 했을 뿐입니다, 저곳을 덮은 피는 내가 흐르게 한 것이 아니며, 너는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악을 택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카인은 말했다, 저 피가 복수를 외치고 있다, 하느님이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주께서는 진짜 죽음과 일어나지 않은 또 한 번의 죽음 양쪽에 복수를 하시게 될 겁니다, 무슨 말이냐, 들으면 언짢으실 텐데요, 그건 걱정하지 말고 말해 봐라, 간단합니다, 나는 주를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아벨을 죽였습니다, 따라서 의도로 보자면 주도 죽은 것입니다, 그래, 네 말뜻을 알겠다, 하지만 신들에게는 죽음이 금지되어 있다, 아, 압니다, 하지만 주를 비롯한 신들은 주의 이름으로 또 주 때문에 저지르는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신은 죄가 없다, 그건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죽였으니 이제 나를 만나는 자 누구나 나를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내가 너하고 약속을 하겠다, 하나님이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은 사람과 약속을 한다고요, 카인이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물었다, 아벨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공동 책임에 기초한 약소릭이라고 하자, 그러니깐 이 책임에서 주의 몫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이것은 하느님과 카인 사이의 비밀이 될 것이다, 이건 현실일 수가 없어, 나는 꿈을 구고 있는 거야, 신들에게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이것은 사람들 말대로 주의 방법이 신비하기 때문입니까, 카인이 물었다, 내가 아는 신 가운데 그런 말을 한 신은 없었다, 우리 방법이 신비하다는 생가가은 우리한테는 저대 떠오르지도 않을 거다, 아니다, 그것은 신을 속속들이 아는 척 하는 인간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럼 내가 내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않겠군요, 카인이 물었다,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 해서 네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너는 네가 받을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벌입니까, 너는 땅에서 피하여 유리하는 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나를 죽일 권리가 있겠군요, 아니다, 내가 네 이마에 표를 할 것이니,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허나 너는 내 바비에 보답을 하여 다른 사람은 일절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호와는 그렇게 말하더니 검지 끝을 카인의 이마에 갖다 댔고, 그러자 거기에 작고 검은 표가 나타났다, 이것이 네가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표다, 여호와는 덧붙였다, 하지만 동시에 네 평생 네가 내 보호와 책망을 받을 것이라는 표이기도 하다, 네가 어디를 가든 내가 지켜볼 것이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카인이 말했다, 너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벌이 언제 시작됩니까, 지금이다, 내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해도 좋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가족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 허나 네 부모는 틀림없이 아벨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인데 네가 그 아이를 죽였다고 부모한테 말한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로구나, 아닙니다, 뭐가 아니라는 거냐,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럼 떠나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여호와는 카인이 첫 걸을 떼기도 전에 사라졌다, 아벨의 얼굴에는 파리가 덮여 있었다, 열린 입에도 파리가 있었고, 입꼬리에도 파리가 있었고,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어 올렸던 두 손에 난 상처에도 파리가 있었다, 가엾은 아벨, 하느님에게 속다니. (p39-4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카인의 후예 - 황순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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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테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느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느님은 아닌 거지요. (p116-117)
전쟁은 정말이지 아주 훌륭한 사업인 게 분명하구나, 어쩌면 가장 좋은 사업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쉽게, 순식간에 수많은 소, 양, 나귀, 여자를 얻을 수 있다니, 이 여호와는 언젠가는 전쟁의 신으로 알려지겠구나, 사실 나는 여호와의 다른 용도를 모르겠다, 카인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의 생각은 옳았다. 어떤 사람들이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계약에는 오직 두 조항, 네가 내 등을 긁어라, 그러면 내가 네 등을 긁어주마, 밖에 들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가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대는 여호와가 우리에게 직접 나타났다. 말하자면 몸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데 어떤 만족감도 느꼈다......지금 여호와는 마치 눈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듯 연기 기둥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다. 그저 사건의 관찰자로서 우리는 그가 자신의 덜 바람직한 행동 몇 가지, 예를 들어 소돔의 죄없는 아이들을 신의 불로 삼켜버린 것이 부끄러워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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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드 소자 사라마구(José de Sousa Saramago 1922년 11월 16일 ~ 2010년 6월 18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다. 우화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작품들은, 대개 현재의 체제를 전복시키는 역사적 사건을 조명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역설하였다.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10년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갈 중부 히바테주주의 작은 마을인 아지냐가에서 땅 없는 가난한 농부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주제 소자(José de Sousa)와 마리아 피에데드(Maria Piedade)이다. “사라마구”는 영국에서 야생 무(wild radish)로 알려진 초본 식물의 이름으로, 그의 아버지 가문의 별칭이었는데, 우연히도 출생 신고 과정 중 이름란에 잘못 기재되었다고 한다. 그가 3세 때인 1924년, 사라마구의 가족은 그의 아버지가 경찰관으로 일하게 되어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몇 개월 후에 사라마구보다 2살 많은 그의 형 프랑시스가 사망했고, 사라마구는 아진냐가에서 조부모와 함께 휴양을 보내게 된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기능공, 공무원, 번역가, 평론가, 신문 기자, 잡지사와 출판사의 편집위원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사라마구는 1947년 첫 소설 《죄악의 땅》을 발표했으나, 독재자 살라자르 시절 내내 문학 창작보다는 정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본격적으로 문학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가능한 시》라는 시집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시, 소설, 희곡, 콩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했지만 문학적 명성을 공고히 한 작품은 79년작 《바닥에서 일어서서》이다. 이후 《수도원의 비망록》(1982년), 《돌뗏목》(1986년) 등이 크게 인기를 얻으며 그의 작품은 25개 언어로 번역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작품은 독자들을 몹시 긴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소설 속에 쓰이는 문장 부호는 마침표와 쉼표뿐, 직간접 화법조차 구분하지 않는다. 거기에 눈에 보이는 사실의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초자연적인 요소까지 수용하는 거대한 상상력이 특징이다.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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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 사라마구 (송필환 옮김, 해냄)
수도원의 비망록 - 사라마구 (최인자 옮김, 해냄)
눈먼 자들의 도시 - 사라마구 (정영목 옮김, 해냄)
눈뜬 자들의 도시 - 사라마구 (정영목 옮김,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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