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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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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뜬 사나이 - 솔 벨로 (장윤환 옮김, 금성 푸르넷 세계문학) 푸르넷 세계 문학 24솔 벨로 - 허공에 뜬 사나이 (1944년) 1942년 12월 15일일찍이 사람들은 가끔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고, 더구나 마음속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을 별로 수치로 생각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방종, 연약함, 기호의 빈곤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것은 요즘이 비정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동선수나 거친 사람들의 법칙이 특별히 판을 치고 있다. 이를 영국 신사로부터 이어받은 아메리카의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 발버둥과 금욕과 엄숙의 기묘한 혼란은 본래는 알렉산드로스 황제로부터 유래한 것이다.당신에게는 감정이 있다. 감정을 나타내는 데는 정확한 방법과 부정학한 방법이 있다. 당신에게는 내적 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 2025. 4. 19.
하늘을 나는 교실 - 에리히 캐스터너 (이경애 엮음, 교연 아카데미) 교연 어린이 세계 명작, 문학 - 8에리히 캐스터너 - 하늘을 나는 교실 (1933년) "난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아, 마르틴.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면 보통으로 여기게 되거든.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 부로믈 만난 것도 다 내 운명이지. 나는 이따금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그러면 얼마나 좋을가!""아니, 나는 별로 반가울 것 같지 않아. 여기서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으니까.""요니,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용기를 잃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자." (p.127) ............................................................................................. 2025. 4. 18.
아버지와 아들 - 투르게네프 (신동환 옮김, 삼정당) 투르게네프 - 아버지와 아들 (1862년) 시간이라는 것은 (모두들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때는 새처럼 날고, 어느 때는 벌레처럼 기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의 존재 여부를 모르고 지낼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p.119) 여보게, 아르카지, 자네에게 교훈이 될 걸세. 유익한 하나의 실례일세. 정말 얼마나 하찮은 일일까! 인간은 누구나 한낱 실오라기에 매달려 있어. 언제 어느 때 각 사람의 발밑에 깊은 늪이 펼쳐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야. 한데 모두들 스스로 여러 가지 불미한 일을 생각해 내서는 자신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야. (p.144) 불행에 처해 있을 때는 추억이 되살아오기 마련이군. (p.201) 하지만 한낮의 폭염이 지나가면 이윽고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는 .. 2025. 3. 31.
주홍 글씨 - 호손 (김태성 옮김, 삼성당) 너새니얼 호손 - 주홍 글자 (1850년) 그러나 지금 이 발을 내디딤으로써 그녀의 일상 생활이 시작되었다. 죽지 않고 살려면 오직 참는 것뿐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자기 성품의 평범한 힘으로 그 굴욕적인 생활을 지탱하고 수행해 나가야 했고, 어쩌면 그 밑에 깔려서 신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녀에게는 미래라는 희망이 박탈되었다. 현재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의 힘을 번다는 것도 이제 불가능하다. 내일은 내일대로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도 저 저주스러운 태양이 있는 한은 마찬가지일 것이다.모든 날은 다 저마다의 시련을 갖고 그녀를 맞이할 것이며, 그것은 지금의 형언하기 어려운 굴욕과 조금도 다름없는 것이다. 젊은 그녀의 많은 날들은 그녀가 짊어져야 할 같은 양.. 2025. 3. 26.
적과 흑 - 스탕달 (최병대 옮김, 삼성당) 스탕달 - 적과 흑 (1830년) 미모란, 그것이 그 사람의 마음과 일치될 때 그리고 자기가 자신의 미를 의식하지 않고 있을 때 더욱 뚜렷이 돋보이는 법이다. (p.46)  ...........................................................................................................................................................................................................................................스탕달(Stendhal, 1783년 1월 23일 - 1842년 3월 23일)마리 앙리 벨(Marie-Henri Beyl.. 2025. 3. 20.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김관오 옮김, 아르테) 뮈레일 바르베리 - 고슴도치의 우아함 (2015년) 우리 가족과 어울리는 사람들 중 거의 모든 이들이 이런 길을 걸었다. 자신의 지능을 보상받고자 애썼고, 학업의 기회를 레몬처럼 쥐어짜고,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데 보낸 청춘, 그리고 그 희망들이 왜 그토록 하잘것없는 삶으로 귀결되었는가를 망연자실한 채로 자문하는 데 보낸 평생 동안의 삶. 사람들은 별들을 좇는다고 믿지만, 결국 어항 속의 빨간 금붕어들처럼 끝을 맺는다. 나는 차라리 처음부터 어린애들에게 삶은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만틈 더 간단한 일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 (p.26)(같이 읽으면 좋은 책)시지프의 신화 -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25. 3. 19.
25시 - 게오르규 (김병걸 옮김, 삼성당) 게오르규 - 25시 (1949년) 정당성을 배제한 맹목적인 자에게는 어떤 이론이고 서질 않는다. 그는 완고한 노라의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이성을 상실한 사람에게 천 마디 지껄여 보았자 소용 없는 것이리라. 아무리 열성적으로 깨우쳐 주려 해도 공연한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p.139) "어느 곳의 공기가 그처럼 당신을 괴롭힌다는 말인가요?""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사회의 공기지. 인류는 이젠 이 탁한 공기 속에서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정부, 군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체, 행정 등 모든 것이 합세하여 인간을 질식시키고 산소를 빼앗고 있는 셈이지. 지금의 사회는 틀에 박힌 기계적 기술 노예로 끌려가고 있는 중이야. 마치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 그러나 모든 인간은 질식할 운명에 .. 2025. 3. 14.
인간의 굴레 - 서머싯 몸 (김기봉 옮김, 삼성당) 서머싯 몸 - 인간의 굴레 (1915년) 침묵이 흘렸다. 크론쇼도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겠지. 찬란하고 희망에 불타던 청춘이 그 빛을 잃어 가던 수많은 실망의 추억들과 현재의 비참하고 단조로운 생활의 양상, 나아가서는 닥쳐올 앞날의 담담한 전망, 아마도 이런 것들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오가고 있을 테지. 필립의 시선은 테이블에 쌓인 접시 무더기로 옮겨 갔고, 크론쇼의 시선도 역시 거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140) 2달의 세월이 흘러갔다.이런 문제를 심사 숙고해 본 결과, 진정한 화가나 작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에게는 일체의 번뇌를 모두 청산해 버리고 그 일에 몰두하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생을 예술에 종속시키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로서도 잘 알.. 2025. 3. 10.
난세에 답하다 - 김영수 (알마) 김영수 -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의 인간 탐구) 집안이 어려워지면 양처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좋은 재상이 난다.(家貧則思良妻, 國難則思賢臣) 차가운 겨울이 온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p.91)  .............................................................................................................................................................................................................................................. 사마천 - 사기열전 (김영수 옮김.. 2025. 3. 8.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오병택 옮김, 삼성당)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1866년)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는 7월 초순 어느 날, C 골목의 전셋집에 세들어 사는 한 청년이 저녁 무렵의 거리를 살피며 천천히 K 다리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다행히 층계에서 그 집 안주인과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골방은 5층 건물의 바로 지붕 밑에 있었는데, 그는 안주인에게서 식사뿐만 아니라 하녀까지 제공받고 있었다. 하숙집 안주인은 바로 아래층에 살림집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길로 나가자면 항상 문이 활짝 열려진 주인집 부엌의 옆 층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실은 하숙비가 잔뜩 밀려 있어서 청년은 안주인과 얼굴이 마주치게 될까 봐 겁이 난 터였고, 이 때문에 일종의 병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렇게까지 기가 죽은 태도로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으며.. 2025.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