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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4. 서양 - 고전 희곡

유리 동물원 – 테네시 윌리엄스 (신정옥 옮김, 범우사)

by handaikhan 2023. 2. 3.

테네시 윌리엄스 - 유리 동물원 (1944년)

  절름발이잖아요!
거 무슨 철딱서니없는 소리냐! 로라, 다시는 그 말을 입에 담지 말라고 했잫ㄴ아, ? 넌 불구자가 아니래도. 좀 어색할 뿐이지! – 그것도 얼핏 봐선 눈에 띄지도 않아! 사람이란 그런 약점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을 메우기 위해 다른 면에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이란다  뭐니뭐니해도 매력이 제일이란다  그리고 명랑 쾌할하고  매력만 있으면 돼! (p44)
건강에 좋은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해야지.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자신뿐이야….(p64)
조용한 사람은 생각이 깊은 법이야! (p65)
나도 너의 야망이 그 보잘것없는 창고 안에 있지 않다는 건 안다. 이 크고 넓은 세상에 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어찌 너 하나뿐이랴만  좋으나 싫으나  모두 희생되어 왔단 것도. 그렇지만 톰  사람 살기가 떡 먹듯 쉬운 일이냐? – 옛 스파르타 인과 같은 참을성이 필요하단다! (p66)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의 마음속에 별별 생각이 많아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고 하셨죠? 나도 그래요. 내 가슴속에도 별의 별 생각이 많아서 다 어머니에게 얘기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해요. (p66)
()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자기 직업에서 모험을 찾으려고 해.
() 하지만 그들은 창고에 고용돼 있는게 아니죠.
() 세상에는 창고나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 그들 모두가 자기 직업에서 모험을 발견하나요?
() 그야,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 누구나 다 모험을 갈망하는 건 아니니까.
() 남자란 본능적으로 사랑하고 모험을 찾고 투쟁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그런 본능을 창고 속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단 말예요!
() 남자는 본능적이라고! 내 앞에서 본능이란 말은 행여 꺼내지도 마! 본능이란 건 사람이 가져서는 안 될 못된 것이야! 동물에게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성인이 다 된 기독교인이 어찌 본능을 찾는단 말이냐?
() 어머니, 그럼 기독교를 믿는 남자는 뭐가 필요하죠?
() 보다 고상한 것들이지! 심서어과 영혼에 관한 것들 말이다! 짐승들만이 본능의 종이 되는 거야! 너도 사람인 이상 동물보다는 훌륭한 목적을 갖고 있겠지! 설마 원숭이나  돼지보다는 -  (p67-68)
 
() 어머니, 누나를 과대 평가하지 말아요.
() 그건 또 무슨 소리니?
() 어머니나 나한테는 누나가 그렇게 보일 테죠. 누나는 우리 가족이고 우린 누나를 사랑하니까요. 우린 누나가 다리를 전다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있잖아요.
() 다리를 절다니! 또 그 말을 씨부렁거려!
() 하지만 어머니, 사실은 사실이에요. 그렇잖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 뭣이 또 있느냐?
() 누난 다른 처녀들과 아주 달라요.
() 바로 그 다른 점이 네 누이의 장점이야.
()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낯선 사람들의 눈에는  누나는 지나치게 수줍어하고 자기 자신의 세계 속에서만 살고 있거던요. 그러니까 남의 눈에는 자연히 그 모든 것들이 누나를 좀 이상하게 보이게 하는 거예요.
() 이상하다니?
() 현실을 직시하세요. 말이야 바른대로 했죠.
() 로라가 어째서 이상하다는  거지지?
() 누난 자기 세계 속에서만 산다니까요  유리동물원의 세계 속에서 말예요
그리고 낡은 축음기를 틀고요  그게 전부예요 – (p86-87)
사람이란 알고 보면 그렇게 두려운 게 아니야. 그걸 잊어서는 안 돼!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고민거리를 갖고 있는 거라고. 로라에게만 고민거리가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문제를 갖고 있다고. 로란 자기 혼자만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자기 혼자만 절망적이라고. 그렇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봐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로라처럼 절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p129)
내가 로라의 괴로움이 무언지 말해 볼까? 그건 일종의 열등감이야! 열등감이 뭔지 알아? 자기 자신을 업신여기는 걸 열등감이라고 해. 난 열등감을 이해해. 나 역시 열등감에 휘말린 적이 있었거든. 물론 내 경우는 로라의 경우처럼 심각하진 않았지만. 내가 열등감을 이겨낸 건 화술 공부를 해서 목소리도 단련하고 과학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나서야. 그 전까지만 해도 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지! 난 결코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은 건 아니지만 친구 말이 의학을 전공한 의사보다도 내가 사람을 더 잘 분석한다는 거야. 그 친구 말이 꼭 맞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어느 정도 사람의 심리를 꿰둟어볼 수 있어, 로라!
그래  내 판단에 의할 것 같으면 그것이 로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한 인간으로서 자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가져도 될 만큼의 자신감도 없다 이거야. 로라가 하는 말을 들어 보고 내가 관찰한 데에 근거를 두고 하는 말이야. 말하자면 고교 때 발걸음 소리만 해도 그렇지, 발소리가 좀 나기로서니 뭐 그리 대순가? 교실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알아? 학교를 그만두었고, 결국 그놈의 구둣굽 소리 때문에 학교 공부를 포기한 거라고. 내 보기엔 귀를 기울이고 들어야 겨우 들릴까 말까한 그 소리 때문에 말야! 거의 눈에 띄지도 않은, 대수롭지도 않은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공연히 쓸데없는 망상을 몇천 배로 확대한 거지 뭐야! 내가 로라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자신이 어떤 점에선 남보다 훨씬 뛰어났다는 거야!
이봐요, 로라, 정신 좀 차려! 주변을 살펴보라고. 뭐가 보이지? 이 세상은 온통 평범한 사람들로 출렁거리고 있어! 그들 모두가 태어났다간 죽어 가는 것뿐이야! 그들 중 어떤 사람은 로라의 장점을 10분의 1도 갖고 있지 않아! 어떤 사람은 내 장점의 10분의 1도 안 되고! 또 다른 사람의 10분의 1도 안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 점에서 뛰어날 수도 있고! 그러니까 문제는 당신이 어떤 점에서 뛰어났는가를 발견하는 일이야! (p135-136)
어디에 부딪쳤지?
탁자에요.
뭔가가 떨어졌을 텐데  아마 
그래요
혹시 그 작은 일각수가 아닐까?
그거예요
저 저 저런. 깨졌나?
이제 보통 말처럼 돼 버렸어요.
그럼 그게 부러져 나갔군 
뿔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보통 말로 변했으니 잘된 거죠, 
용서받지 못할 실수를 저질렀군. 로라가 가장 좋아하는 유리동물이었는데.
좋아한댔자 별 것 아니에요, 괜찮아요. 유리란 쉽게 깨지는 건데요, . 아무리 조심을 해도 말예요. 자동차가 지나갈 때 선반이 흔들려서 떨어지는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나 때문에 그랬으니 미안하지 뭐야.
그놈이 수술을 받았거니 생각하면 그만에요. 덜 괴상하게 보이도록 뿔을 떼냈다고 말예요!
이제 일각수는 다른 말들과 마음 놓고 어울릴거예요. 뿔이 없는 말들과도 말예요…..(p141-142)
 
그런데 갑자기 우리 누나가 제 어깨를 칩니다. 저는 몸을 돌리고는 누나의 눈을 들여다 봅니다. 오 로라, 로라, 난 누나를 버리려했어. 그럴 작심이었는데 한시도 누나를 잊을 수가 없는 거야! 전 담배를 꺼내죠. 거리를 건너고, 영화관이나 바로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가까이 있는 낯선 사람에게 애기를 합니다. – 누나의 촛불을 끌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려는 거죠!
왜냐하면 오늘날은 번개가 세계를 밝히기 때문이죠. 누나. 누나의 촛불을 꺼요  그럼 안녕…. (P15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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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년 3월 26일 ~ 1983년 2월 25일)

미국의 극작가.

아이오와 주립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하고, 그 후 희곡·시·단편 등을 썼다. 그의 작품의 무대는 그가 태어난 남부 지방이 대부분이며 그 곳에서 과거의 생활을 그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슬픔을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그는 전후(戰後)를 대표하는 미국 극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시적인 대사 표현력은 극적인 분위기와 정서를 무대상에 풍기는 데 있어 발군의 힘을 갖는 작품이다. 한때는 모든 희곡이 윌리엄스조(調)로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염려할 정도였다.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절묘한 맛을 풍기고 있는데, 그 밑바닥에는 감춰진 잔혹성과 같은 것이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려내는 여성의 운명은 비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시대의 그는 학생, 방랑생활, 구두 세일즈맨 등 어수선한 생활을 했는데, 최초의 장편희곡 <천사들의 싸움>(1940)은 그룹 시어터가 채택하여 보스턴에서 시연(試演)까지 했으나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일에 손을 대어 지방극단을 위해 1막물 등을 쓴 후, 1945년에 상연된 <유리 동물원>의 대성공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유리 동물원>은 남부를 배경으로 과거의 추억을 고수하는 어머니와 부끄러움이 많은 젊은 불구의 처녀, 그리고 생활의욕에 불타는 청년의 꿈과 좌절을 그린 매우 시적(詩的)인 극이다.
대표작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여름과 연기>(1948) <장미의 문신>(1951)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1955) <하늘에서 내려온 오르페우스>(1957) <청춘의 달콤한 새>(1959) <이구아나의 밤>(1962) 등이 있고, 양상과 형태가 다른 작품으로는 <카미노 레알>(1953) <지난 여름 갑자기>(1958)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내용을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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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테네시 윌리엄스 (김소임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뜨거운 지붕위의 고양이 - 테네시 윌리엄스 (김소임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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