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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4. 서양 - 고전 희곡

햄릿 – 셰익스피어 (신상용 옮김, 동서월드북)

by handaikhan 2023. 2. 3.

 
셰익스피어 - 햄릿 (1602년)
 
 

햄릿 : ,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이 육체, 차라리 녹고 녹아 이슬이 되어 버렸다면! 자살을 금하는 신의 계율만 없다면 자살해 버릴 텐데. , 세상 일이 모두 따분하고 부질없다. 진부하기만 하고 아무 유익이 없구나. , 싫다, 싫어. 잡초만 무성한 세상, 천하고 더러운 것듬ㄹ만 활개를 치는구나. 게다가 이렇게 되다니-돌아가신 지 겨우 두 달, 아니 두 달도 채 못 딘다! 참 훌륭한 임금이셨지. 이번 왕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야. 어머니를 그토록 사랑하셨는데. 행여 하늘에 부는 바람이 거셀까 어머님 얼굴을 감싸 주셨는데. , 이 모든 기억들을 떨쳐 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늘 아버지께 매달리시던 어머니, 애정을 먹으면 먹을수록 욕심이 사나워지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서-아예 생각하지를 말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인가? 겨우 한 달, 니오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가엾은 아버지의 유해를 따라가던 신이 닳기도 전에. , 그 어머니가, 그런 어머니가 숙부의 품에 안기다니. 사리를 모르는 짐승이라도 좀더 슬퍼했을 것이다. (p.20)

 

레어티스 : 본디 인간이란 근육과 피부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가 성장하면 내부에 있는 마음과 정신도 함께 성장하는 거야.

애정의 뒤쪽으로 물러서서 욕망의 위험한 화살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정숙한 처녀는 달님 앞에 고운 살을 내놓는 것조차 망측스럽게 여긴다더라. 열녀도 세상의 험구는 피하지 못하는 법이다. 봄철의 새싹은 트기도 전에 벌레한테 먹히는 수가 많고, 맑은 아침 이슬은 땅 위에 내리자마자 독기가 서려든다고 하잖느냐. 그러니 조심해라. 몸을 보호하기 위해선  조심하는 게 으뜸이야. 청춘이란 상대가 없어도 저절로 욕망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p.24)

 

폴로니어스 : 속마음을 함부로 이 밖에 내지 말 것이며, 옳지 못한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말아라. 친구는 사귀되 잡스러워선 안 되고, 한번 사귄 좋은 친구는 쇠고리로 마음속에 단단히 걸어 두어라. 그러나 잘난 체하는 풋병아리들과 악수나 하다가는 손바닥만 두꺼워진다. 싸움은 하지 않도록 해라. 그러나 일단 하게 되면 상대방이 앞으로 너를 조심스레 여기도록 철저히 해라. 누구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되 네 의견은 말하지 말아라. , 남의 의견은 들어주되 판단은 삼가라는 말이다. 옷차림에는 지갑이 허락하는 데까지 돈을 써도 좋지만, 요란스럽게 치장하지는 말아라. 값지되 번쩍거리지 않는 옷을 입도록 해라. 옷은 인품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돈은 빌리지 말고, 빌려 주지도 말아라. 빌려 주면 돈과 사람을 잃고,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디어진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성실하여라. 그러면 자연히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성실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p.25)

 

폴로니어스 : 피가 달아오르면 함부로 맹세를 하는 법이야. 얘야, 그렇게 타로느는 것은 열보다는 광채가 더 많이 나고, 한참 맹세를 하는 도중에 빛도 열도 다 사라지고 만단다. (p.26)

 

햄릿 : 저런 술타령 덕분에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하고 경멸하며 주정뱅이니 돼지니 욕을 하고 있거든.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공적을 세워도 모처럼의 명예가 다 헛것이 되고 말지. 개인의 경우에도 흔히 있는 일이야. 타고 난 결함 같은 것이 있으면, 하기야 인간의 탄생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건 물론 당사자의 잘못은 아니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성질이 과격해서 이성의 울타리를 넘기도 하고, 성벽 밖으로 뛰어넘어 세상 관습에 어긋나게 되기도 하거든, 어쨌든 그것이 자연이 입혀준 옷이든 운명의 별이 준 것이든 어떤 결점을 하나 짊어진 사람들은 순수한 미덕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 하나의 흠 때문에 세상 눈에는 부패한 것으로 보인단 말이야. 고귀한 성품도 티끌만한 결점 때문에 그 본질을 의심받고 비난을 듣게 마련이지. (p.27)

 

유령 : 정숙한 여자는 욕정이 설령 천사로 가장하고 와서 유혹해도 움직이지 않지만, 음탕한 여자는 빛나는 천사와 짝을 지어도 천상의 잠자리에 싫증을 내고 쓰레기통에서 썩은 고기를 뒤진다. (p.32)

 

햄릿 : 인간은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도 악당이 될 수 있다. (p.33)

 

폴로니어스 : 늙은이들은 무엇이나 지나치게 생각하고 쓸더엢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야. 그러니 젊은 녀석들이 분별이 없다고 탓할 수만도 없단 말이야. (p.39)

 

햄릿 : 더 잘 대접해요! 분에 따라 대우한다면, 이 세상에서 회초리를 면할 사람이 누가 있겠소? 그대의 명예와 체면에 어울리게 대접하시오. 상대방에게 그만한 자격이 없으면 없을수록 이쪽의 선심은 그만큼 더 빛날 테니까. (p.56)

 

햄릿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아내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고통의 물결을 두 손으로 막아 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가? 죽는 건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마음의 번뇌도 육체가 받는 온갖 고통도, 그렇다면 죽고 잠드는 것, 이거이야 말로 열렬히 찾아야 할 삶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잠들면 꿈도 꾸겠지. , 여기서 걸리는구나. 이 세상의 온갖 번뇌를 벗어 던지고 영원히 죽음의 잠을 잘 때 어떤 꿈을 꾸게 될 것인지, 이를 생각하면 망설여지는구나. 이 망설임이 비참한 인생을 그렇게도 오래 끌게 하는 것이다. 그렇잖으면 누가 참겠는가, 이 세상의 비난과 조소를, 폭군의 횡포를, 세도가의 모멸을, 모욕당한 사랑의 고통을, 질질 끈느 재판을, 관리들의 오만을, 덕 있는 사람이 당해야 하는 소인배의 불손을? 한 자루의 단도면 깨끗이 청산할 수 있는 것을, 누가 이 무거운 짐을 지고 따분한 인생을 신음하며 진땀을 빼겠는가? 죽은 뒤의 그 어떤 두려움과 한 번 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결심을 무디게 하고, 그래서 미지의 저승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현재의 고통을 참게 만드는 것인가? 분별심 때문에 우리는 모두 겁쟁이가 되는구나. 생기 넘치던 결심은 창백한 병색으로 물들고, 의기충천하던 의지도 그 때문에 옆길로 빗나가 실행의 힘을 잃고 만다. (p.60)

 

햄릿 : 아름다움의 힘은 정숙한 여자를 금방 창녀로 바꾸어 버리니까. 정숙의 힘은 아름다운 여자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지만 말이오.

햄릿 : 썩은 나무 밑둥에 아무리 미덕을 접붙여 봐야 본디 성질은 사라지지 않거든. (p.62)

 

햄릿 : 네가 얼음처럼 정결하고 눈처럼 순결하더라도 세상의 욕설을 면치는 못하리라. (P.63)

 

햄릿 : 감정이 격해져서 격류나 폭풍, 또는 뭐라고 할가, 회오리 바람처럼 일어나는 순간일지라도 자제심을 잃지 말고 부드럽게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p.65)

 

햄릿 : 이제는 제 말도 아닙니다. 입 밖에 나와 버렸으니까요. (p.67)

 

극중왕비 : 본디 여자는 사랑하면서 걱정하게 마련이고, 여자의 사랑과 걱정은 같은 크기로 따라다니는 법이라 둘이 다 젼혀 없는가 하면, 둘이 다 지나치기 일쑤랍니다. 제 사랑은 이미 잘 아시는 바이고, 사랑이 크니 걱정도 크옵니다. 사랑이 커지면 하찮은 걱정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두려움이 커지는 곳에 사랑 또한 자라는 법입니다. (p.70)

 

극중왕 : 그 말을 나는 진정이라고 믿지만 인간이란 결심해 놓고 깨뜨리기 일쑤라오. 사람의 의지는 결국 기억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 것. 생길 때는 맹렬하지만 살아가는 힘은 약한 것이오. 그것은 마치 열매 같은 것. 안 익었을 때에는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도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고 마오. 자신에 대한 빚을 스스로 갚기를 잊는 것도 인정상 어쩔 수 없거니와, 격정에 못 이겨 세운 뜻은 그 격정이 식으면 끝나는 것이오. 슬픔이나 기쁨이나 격정이 지나면 그 실행의 힘도 함께 사라지고 마오. 기쁨이 깊으면 슬픔도 깊고, 하찮은 일로 희비가 뒤바뀌게 마련이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우리의 사랑이 운명의 변화와 더불어 변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오. 사랑이 운명을 이끄느냐, 운명이 사랑을 이끄느냐, 이것은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요. 세도가가 몰락하면 그 아래 무리들도 흩어지고, 미천한 자가 입신하면 어제의 원수가 친구로 변하는 것이오. 이는 사랑이 운명을 따르는 증거이며, 부유한 자는 친구가 모자라는 일이 없는 반면, 가난한 자는 부실한 친구를 시험해 보다가 도리어 단번에 원수가 되고 마는 법이오. 아무튼 시작했던 말을 맺자면, 우리의 의지와 운명은 엇갈리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은 늘 뒤바뀌고 마오. 뜻하는 것은 자유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오. 그러니 그대가 지금은 재혼할 뜻이 없더라도, 그 뜻은 나의 죽음과 더불어 사라지고 말 것이오. (p.70-71)

 

 :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는 사람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망설이다가 양쪽을 다 못하고 마는구나. …. 이 세상의 썩은 물결 속에서는 범죄의 손도 황금으로 도금하면 정의를 밀어젖힐 수 있겠지. (p.79)

 

햄릿 : 습관은 거의 천성을 바꿀 수도 있고 악마를 다스릴 수도, 내 쫓을 수도 있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p.86)

 

 : 세상의 비방은 포탄이 과녁을 정확히 맞히듯 지구 끝까지 그 독설을 싣고 가는 법. 그러나 이렇게 대비책을 마련해두면 내 명성은 맞히지 못하고 허탕만 치게 될 거요. (p.88)

 

 : 대개 민중이란 이성으로 판단하지 않고 눈으로 보아서 좋고 옳고 그름을 결정해서, 범죄자가 받는 형벌만 문제를 삼고 범죄 그 자체는 생각지 않거든. (p.90)

 

 : 사랑의 불꽃, 바로 그 속에는 일종의 심지랄까 탄 찌꺼기 같은 것이 들어있어서, 이거이 불길을 약하게 만들지. 세상사란 한결같이 좋게만 지속되는 않는단다. 좋은 일도 도가 지나치면 도리어 그 지나침 탓으로 스스로 없어지는 법. 그러니 한번 하겠다고 생각한 일은 바로 실행해야 한다. 이 하겠다는 마음 자체가 변하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의 그 많은 입방아와 방해에 부딪쳐 약해지고 미뤄지게 마련이거든. 그렇게 되면 이 해야한다는 생각도 피를 낭비하는 탄식과 같아서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결국 몸에는 해로운 게야. (p.106)

 

왕비 : 재앙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구나. (p.107)

 

광대1 : 양반네 집안 치고 조상이 정원 손질하고, 도랑치고, 무덤 파는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p.109)

 

햄릿 : 내 가슴속에 싸움이 일어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네. 반란을 일으키다가 족쇄를 찬 선원보다 더 비참했을 거야. 그런데 무모하게도, 아니 이런 경우에는 그 무모함을 오히려 칭찬해 줘야겠지. 때에 따라서는 무분별이 도리어 도움이 되고 심사숙고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결국 다듬어서 완성시키는 것은 신의 힘이야. 대강대강 모양을 깎는 것은 인간이지만.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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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년 4월 26일~1616년 4월 23일)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잉글랜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런던으로 이주하고서 본격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일약 명성을 얻었고, 생전에 '영국 최고의 극작가' 지위에 올랐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처럼 인간 내면을 통찰한 걸작을 남겼으며, 그 희곡은 인류의 고전으로 남아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당대 여타 작가와 다르게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자연 그 자체에서 깊은 생각과 뛰어난 지식을 모은 셰익스피어는 당대 최고의 희곡 작가로 칭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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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옥 옮김 (전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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