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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독일인의 사랑 - 막스 뮐러 (강명순 옮김, 좋은생각)

by handaikhan 2023. 2. 4.

막스 뮐러 - 독일인의 사랑 (1856년)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자기만의 비밀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또 누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이라는 고요한 경이의 숲을 통과했다. 그 시절 우리는 행복에 도취되어 눈을 떴고, 실제 삶은 우리 영혼에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때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 우리 자신은 과연 누구인지 구별하지 않았다. 온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이었고, 우리 또한 온 세상의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마치 영원한 삶처럼, 시작도 없고 끝도 없었으며, 정지(휴식)도 없고 고통도 없었다. 우리 내면은 봄날 하늘처럼 화창했고 제비꽃 향기처럼 싱그러웠으며, 또 일요일 아침처럼 고요하고 성스러웠다. (p.15)

 

어린아이를 어른으로 만들고, 어른을 노인으로, 또 노인을 티끌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죄악이란 말인가?

차라리 우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그러니 그냥 그대로 인정하라고 말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봄날을 회상하는 것, 봄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추억하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쓸쓸한 초가을에도, 또 추운 겨울날에도 가끔씩 봄날이 찾아오지 않던가. 그럴 때면 벌써 우리 마음이 그걸 눈치채고, '오늘은 마치 봄날 같은 기분인데.'라며 속삭이지 않던가. 내겐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나는 향기로운 숲 속의 부드러운 이끼 위에 드러누워 무거운 손발을 한껏 내뻗은 채, 초록색 나뭇잎들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릴 땐 어떤 색이었더라?" (p.16-17)

 

그렇지만 이 시작이라는 게 문제다. 시작이라믄 건 아예 처음부터 없는 편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바로 그 시작이라는 데서 모든 생각과 기억이 멈춰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어린 시절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그래서 과거의 시작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달해 보려 애를 써도, 시작이라는 심술궂은 녀석은 점점 더 멀리 도망쳐 버린다. 그러니 생각이 아무리 그 뒤를 쫓아가더라도 결코 시작이라는 녀석을 따라잡을 수 없는 ㄱ넛이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푸른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향애 달리고 또 달려도, 하늘이 자꾸만 멀리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결코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점에 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아이는 달리다 지쳐 버리기 때문에 결코 지평선에 도달하지 못한다.

언젠가 한번쯤 그곳에, 시작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바로 그곳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도대체 거기서 뭘 알 수 있는가? 기억이란 놈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익사 직전에 구출된 푸들 강아지가 자꾸만 눈으로 흘러드는 물을 털어 내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흔들어 대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렇기는 해도 나는 처음으로 별을 보았던 때를 기억한다. 아마 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별을 인식한 것은 그날 저녁이 처음이었다. 그날 밤은 이상하게도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데도 자꾸 추위가 느껴졌다. 난 몸이 덜덜 떨리면서 오한을 느꼈다. 어쩌면 그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보통 때와 달리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면서 내 안의 작은 자아가 나 자신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바로 그 순간 어머니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별들을 가리켰다. 별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난 그 아름다운 별들을 만든 사람은 어머니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난 다시 온기를 느끼면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또 하나 떠오르는 기억은 언젠가 풀밭에 누워 있을 때의 일이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흔들흔들 고개를 까딱하기도 하고, 윙윙 소리를 내며 주위를 빙빙 돌기도 했다. 그때 발이 여럿 달린 작은 곤충 한 무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내 이마와 눈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안녕'하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난 눈이 너무 아파서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이고, 우리 아기. 불쌍하기도 하지....모기한테 물렸구나."

나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때 손에 싱싱한 제비꽃 한 다발을 들고 계셨다. 그런데 그 보라색 제비꽃의 싱그러운 향기가 내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난 해마다 갓 피어난 제비꽃을 보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추억에 잠긴다. 혹시 내 영혼 속에서 푸르렀던 그날의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p.18-21)

 

이것들이 내가 진짜 꼬맹이였던 시절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전부다. 그 사이로 간간이 자애로운 어머니의 얼굴과 인자하면서도 엄격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정원의 포도 덩굴과 부드러운 초록색 잔디, 낡고 소중한 그림책들도 생각난다. 이 정도가 빛바랜 추억의 책장 앞 부분에서 그나마 내가 읽어 낼 수 있는 전부다.

그다음부터는 갈수록 뚜렷하고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 그렇다. 나의 추억의 책장 속에는 그 낯선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p.23-24)

 

오, 가엾은 인간의 마음이여! 봄날에 벌써 이렇게 꽃잎이 떨어지고 날개의 깃털이 뽑혀 버리는구나. 인생의 새벽이 어슴푸레 동터 오면 비밀의 꽃받침이 열리면서 우리 마음속에서는 벌써 사랑의 향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는 법과 걷는 법을 배우고, 말하는 법과 읽는 법도 배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랑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로 이미 우리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토양은 바로 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중력의 법칙에 의해 별들이 서로 끌어당기기도 하고 끌리기도 하면서 하나의 천체를 이루고 있듯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영혼들이 서로 이끌고 이끌리면서 하나로 계속 묶여 있는 것은 바로 이 영원한 사랑의 법칙 때문이다. 햇빛이 없으면 꽃이 필 수 없듯이,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어린아이에게 처음으로 낯선 세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을 때, 어머니나 아버지의 눈길에서 나오는 따뜻한 빛이 없다면, 신의 빛이나 신의 사랑과도 같은 그 사랑의 빛이 없다면,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 두려움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 순간 어린아이의 마음속에서 싹트는 동경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깊은 사랑이다. 온 세상을 다 감쌀 수도 있는 그런 사랑이다.

그 사랑은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빛날 때 타오르기 시작하며,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환호하며 반응한다. 예로부터 그것은 측정이 불가능한 사랑이다. 그 사랑은 어떤 추를 이용해도 깊이를 잴 수 없는 우물이며,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은 옹달샘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사랑은 측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사랑에는 많고 적음이 없다는 것을 안다. 오직 온몸과 마음을 바쳐 힘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일 때에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인생을 절반도 채 살기 전에 이런 사랑은 거의 사라져 버린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벌써 어린아이는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 사랑의 샘물은 마르기 시작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샘물 위에는 흙모래가 켜켜이 쌓여 간다. 우리의 눈은 빛을 잃어버리고, 시끌벅적한 거리에서도 우리는 심각하고 지친 표정으로 그냥 스쳐 지나간다. 서로 인사도 잘하지 않는다. 인사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우리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영혼의 날개가 깃털을 잃어러리는 것과 같으며, 꽃잎이 시들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던 사랑의 옹달샘에는 이제 겨우 몇 방울의 물밖에 남아 있지 않다. 갈증으로 목말라 죽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 남아 있는 이 몇 방울의 물로 우리의 혀를 적셔 주어야만 한다. 이 몇 방울의 물을 우리는 아직 사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순수하고 완전하며 기쁨이 충만한 어린아이의 사랑은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위험이 함께하는 사랑이며, 정열과 번뇌가 타오르는 사랑인 것이다. 마치 뜨거운 모래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자신을 소모하는 사랑, 즉 갈망하는 사랑이지 헌신하는 사랑이 아니다. 나의 것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랑일 뿐, 당신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만 생각하는 절망적인 사랑에 불과하다. 시인들이 노래하고, 청춘 남녀가 믿고 있는 사랑은 이런 것이다. 그것은 타올랐다 꺼지는 한순간의 불꽃으로, 따스함은 커녕 연기와 재만 남길 뿐이다. 우리는 한순간 이런 불꽃놀이를 영원한 사랑이라고 믿어 버린다. 그러나 불꽃이 환하면 환할수록 밤의 어둠은 더욱 짙은 법이다. (p.33-36)

 

난파당한 나룻배의 파편들이 바다 위에 떠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파편들 중 같은 곳에 모여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그나마도 금방 폭풍이 몰려와 동으로 서로 멀리 흩어 버린다. 그러면 그들은 이 지상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인간의 운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단지 그 커다란 난파선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이다. (p.37)

 

어린 시절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그다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시 따뜻한 눈물의 비가 오고 나면 구름은 이내 걷혀 버리는 법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성에 갔다. (p.41)

 

맨 처음 그녀를 본 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는 깜깜한 기억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아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처음에는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그러다가 점점 윤곽이 뚜렷해지면서 조금씩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폭풍우 치는 밤 구름 위로 갑자기 얼굴을 불쑥 내비치는 달처럼 내 영혼 앞에 우뚝 섰던 것이다. (p.45)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옆에 서서 그녀의 흰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 반지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지친 듯 몸을 뒤로 기댔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딱 마주쳤다. 어린아이의 눈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법이다. 그녀가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라닌 게 틀림없었다.

난 그 마지막 반지를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타인이라는 것, 그녀에게 가까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나를 자기 동생들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던 것이고, 왠지 그게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것이다. 마치 혈관이 하나 터지는 듯한, 혹은 신경이 하나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난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근가 다시 똑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내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내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난 그녀에게 마음을 모두 들켜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손가락에서 천천히 마지막 반지를 뺀 다음 내게 말했다.

"이 반지는 너희 곁을 떠날 때 갖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반지를 네가 갖고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너희 곁에 없더라도 그걸 보면서 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 반지에 새겨진 글귀를 읽어 봐. '주님의 뜻대로'라고 쓰여 있어. 넌 거친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을 모두 갖고 있구나. 살아가는 동안 그 마음을 잘 다스리도록 해.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닫지도 말고."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동생들에게 한 것처럼 내 이마에도 입을 맞추고 반지를 주었다. (p.50-51)

 

"이 반지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으면, 그냥 당신이 갖고 있도록 하세요. 당신의 것이 곧 제 것이니까요."

(...) 잠시 후 그녀는 반지를 다시 자기 손가락에 끼웠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를거야.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스스로 깨닫도록 해. 그러면 언젠가 너도 행복해지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야." (p.53)

 

누구나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목적지도 모르면서 먼지투성이의 포플러 가로수 길을 끝없이 걸어가는 것 같은 시기를 한번쯤은 경험한다. 그런데 나중에 막상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신이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는 것, 그리고 이젠 자신이 늙어 버렸다는 서글픈 감정밖에 남아 있는 게 없다.

인생이라는 강물이 고요히 흘러가는 동안에는 언제나 같은 강물이 흐르는 것이고, 변하는 것은 단지 양쪽 강변의 경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고비 길에서 만나는 폭포들을 한번 생각해 보라. 폭포는 언제까지나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심지어 폭포에서 완전히 떨어져 이제 물결 잔잔한 안식의 바다에 거의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귓가에서 여전히 폭포의 힘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제야 우리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생명,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바로 그 폭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57-58)

 

인생은 가장무도회 (p.66)

 

나는 그녀가 이토록 반가워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건 거짓이 아니었다. 여기 한 영혼을 그리워 하는 또 다른 영혼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건 옷으로 몸을 감싸고 검은색 가면으로 얼굴을 숨긴다 해도 감출 수가 없는 일로, 눈빛만 보면 단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친구끼리 나누는 인사였다. (p.69)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새장 속에서 사는 데 길들여지면, 막상 자유로운 몸이 되어도 날개를 퍼덕일 엄두를 내지 못해요. 혹시 날아 올라가다가 어딘가에 부딪칠가 두렵기 때문이죠."

그녀가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해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가끔 숲 속의 새들처럼 살고 싶어 하지요. 나뭇가지 위에서 만나더라도 인사나 소개할 필요 없이 그냥 함께 노래 부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새 중에는 부엉이나 참새도 있는 법이고,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수도 있었요. 어쩌면 인생은 시 같은 게 아닐까요? 진정한 시인은 정해진 율격 속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 최고의 진실을 표현할 수 있듯이, 인간도 사회의 여러 가지 규범이나 속박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감정의 자유를 지킬 줄 알아야 하니까요." (p.70-710

 

아우구스트 폰 플라텐 (1796-1835, 영국의 시인)

 

그 어느 곳에서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정해진 율격 속에서 표현된

자유로운 정신이어라.                                       (P.71)

 

내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방학 내내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될 즐거운 저녁 시간들을 그려 보았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내 말뜻은 그 정도가 아니다. 그녀는 내가 찾아 헤매고 꿈꿔 온 모든 것. 내가 바라고 믿는 모든 것이었다. 내가 추구하던 모든 것이 마침내 여기 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봄날 아침처럼 맑고 신선한 모습으로. 난 첫눈에 그녀가 어떤 사람이고, 그녀 마음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와 인사를 나누던 첫 순간에 벌써 난 그녀가 내 마음 속 수호천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마음속에 있던 수호천사는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이 세상에서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행복한 나날이 계속됐다. 저녁마다 난 그녀의 집을 방문했고, 우리는 곧 서로가 진짜 어린 시절의 친구라는 것, 서로를 "두(Du)'로 부를 수밖에 없는 사이라는 것을 느꼈다.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늘 서로의 옆에 있었고, 항상 함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치고 내 영혼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으며, 나의 모든 생각에 그녀는 언제나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9p.78-79)

 

이제 비로소 나는 그동안 생각했던 것만큼 나의 내면이 가난하고 공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내 내면의 씨앗을 모두 발아시켜 꽃봉오리를 피은 데 필요한 햇볕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p.80)

 

단지 타인들로 부터 주어진 신앙은 나의 권리가 아닌 것 같았고, 또한 이해도 못하면서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배우고 받아들인 믿음은 진짜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에요.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하여 살아 주거나 죽어 줄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서 믿어 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p.85)

 

나는 종종 나 자신이 창밖에 서 있는 저 백양나무 같은 기분이 든답니다. 지금 같은 저녁때 저 나무는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서 있어요. 하지만 아침 바람이 불어 오면 나뭇잎들이 마구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무 둥치와 가지는 여전히 고요하고 의연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머지않아 가을이 오면 바람에 흔들렸던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지겠지요. 그렇지만 그때도 나무 둥치는 아마 새봄이 오기를 기다릴 거예요. (p.100)

 

그녀는 마치 한 아름 꺾어 모아 놓은 꽃을 미련없이 잔디밭에 뿌려 버리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이 마음속에 샇여 있던 생각들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그녀에게 전부 열어 보일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사회가 관습이니 예의니, 분별이니 현명함이니, 삶의 지헤니 하는 등등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강요하는 그 거짓 놀음, 우리 삶 전체를 일종의 가장무도회로 만들어 버리는 그 거짓 놀음에서 자기가 갖고 잇는 본연의 진실함을 유지할 수 잇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심지어 사랑할 때조차도 말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침묵하지 못한 채, 시인의 상투적인 말을 빌려 거짓 열정과 탄식으로 시시덕거린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맞아들이고 바라보고 헌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p.101-102)

 

"그녀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다시는 그녀를 찾아가서는 안 되네."

타안이 내 마음속의 비밀을 이토록 깊이 알고 있다는 사실, 더구나 나도 잘 모르고 있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분이 집을 떠난 한참 후에서야 비로소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내 가슴은 마치 오래전에 불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천천히 달아오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끓기 시작하는 물처럼 부글부글 터질 듯이 끓어올랐다.

그녀를 다시는 보지 말라고? 그녀 옆에 있을 때에만 살아 있음을 느끼는데 그녀를 다시는 보지 말라고? 그녀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 말을 못해도 좋다. 그녀가 잠을 자며 꿈을 꿀 때 그냥 창가에 서 있기만 해도 좋다. 그런데 그녀를 보지 말라고? 작별의 인사도 안 했는데? 그녀는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데....결코 알 리가 없는데....어쩌면 사랑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난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 옆에 있을 때보다 더 내 가슴이 평온한 적은 없다. 그러니 그녀를 옆에서 느끼지 않으면 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녀의 영혼을 호흡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에게 가야만 한다. 그년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운명이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위안이고 그녀는 나의 안식이 아니던가. 인생은 결코 유희가 아니다. 우리 두 영혼이 만난 것은 회오리바람 속에서 사막의 모래알 두 개가 우연히 만났다가 흩어지는, 그런 일일 수는 없다. 다정한 운명의 손길이 인도해 준 서로의 영혼들을 우리는 꽉 붙잡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도록 벌써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 그것을 위해 싸우다가 죽을 각오만 되어 있다면, 그 어떤 힘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다. 만일 내가 나무 그늘 아래서 그토록 행복한 시간을 꿈꾸다가 천둥이 한번 쳤다고 도망치듯 그녀의 사랑을 떠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나를 경멸할 것이다. (p.116-118)

 

도대체 행복은 왜 이렇게 잡힐 듯 가까이 있는데도 잡을 수가 없는 것일까. 신은 정녕 기적을 베풀 수가 없는 것일까. 신이 매일 아참마다 행하는 기적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내가 정성을 다해 믿음으로 기도드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했을 때 신은 가끔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던가. 게다가 우리가 간구하고 있는 것은 세상의 부귀영화도 아니지 않는가. 단지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를 알ㄹ아본 두 영혼이 손에 손을 잡고, 눈과 눈을 마주 보며 이  짧은 지상의 여행을 함께 끝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 그래서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나는 병약한 그녀에게 자팡이가 되어 주고, 그녀는 나의 위안이자 달콤한 걱정거리로 머물러 있게 해 달라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리하여 그녀의 삶에 또 한 번의 봄이 주어진다면, 그녀의 고통을 좀 덜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뿐인데. 아, 그 순간 내 눈앞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떠올랐다! (p.119)

 

자연이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아름다움은 그것을 받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없거나, 노력하여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결코 보는 이에게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 (p.121)

 

친구와 손을 맞잡고 티롤 지방의 계곡과 산들을 돌아다닌다면 우리 삶에 신선한 활력소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곳이라도 온갖 상념에 젖어 홀로 쓸쓸히 헤매고 다닌다면 부질없는 시간 낭비가 될 뿐이다. 푸른 산과 어두운 계곡, 검푸른 호수와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가 도대체 내게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내가 그 풍경들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풍경들이 나를 관찰하며 고독한 내 모습을 의아해 하지 않겠나. 이 세상에서 다른 누구의 곁도 아닌, 오로지 내 곁에 머물러 있길를 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p.127)

 

밤이 깊어서야 살그머니 들어와 후덥지근한 침대에 살짝 몸을 눕혔다. 그러고는 슈베르트의 가곡 ,그대가 없는 곳에 행복이 있네.를 마음속으로 흥얼거리다가 잠이 들곤 했다. (p.128)

(참고)

Schubert - Der Wanderer, D.489 - Christopher Maltman(br), Grahmam Hohnson(p) (hyperion)

슈베트르 - 방랑자 (Schubert - Der Wanderer, D.489)

슈베트르 - 방랑자 (Schubert - Der Wanderer, D.489)

 

Ich komme vom Gebirge her,
Es dampft das Tal, es braust das Meer.
Ich wandle still, bin wenig froh,
Und immer fragt der Seufzer, wo?
나는 산에서 이곳으로 왔다,
계곡은 김을 내뿜고, 바다는 울부짖는다.
나는 조용히 계속 나아간다, 나는 불행하다,
그리고 언제나 탄식하며 묻는다, 어디에, 언제나 어디에?


Die Sonne dünkt mich hier so kalt,
Die Blüte welk, das Leben alt,
Und was sie reden, leerer Schall;
Ich bin ein Fremdling überall.
이곳의 태양은 내게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꽃은 시들고. 삶은 오래되고,
그들이 하는 말은 공허하게 울린다.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다.


Wo bist du, mein geliebtes Land?
Gesucht, geahnt, und nie gekannt!
Das Land, das Land so hoffnungsgrün,
Das Land, wo meine Rosen blühn.
어디에 있나, 내 사랑하는 나라는?
찾아봐도, 기대를 가져봐도, 알 수가 없다!
그 나라, 희망으로 푸르른 그 나라,
나의 장미가 피어있는 나라,


Wo meine Freunde wandelnd gehn,
Wo meine Toten auferstehn,
Das Land, das meine Sprache spricht,
O Land, wo bist du? . . .
내 친구들이 유랑하고,
내 죽은 자들이 다시 소생하는,
나의 언어로 말하는 나라,
오, 그 나라여, 넌 어디에 있니?


Ich wandle still, bin wenig froh,
Und immer fragt der Seufzer, wo?
Im Geisterhauch tönt's mir zurück:
"Dort, wo du nicht bist, dort ist das Glück."
나는 조용히 계속 나아간다, 나는 불행하다,
그리고 언제나 탄식하며 묻는다, 어디에, 언제나 어디에?
유령같은 바람 사이로 내 등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곳, 네가 없는 그곳에 행복이 있다."

(21) Christopher Maltman(br), Grahmam Hohnson(p) Schubert - Der Wanderer (Schmidt), 3rd version, D. 489 (493).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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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hristopher Maltman(br), Grahmam Hohnson(p) Schubert - Der Wanderer (Schmidt), 3rd version, D. 489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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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받침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딱정벌레를 보라. 그것이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 삶을 누리고 생명을 호흡하는 것은, 꽃의 조직이나 생명 없는 천체의 기계적인 움직임보다 수천 배는 더 경이로운 일이다. 느껴 보라. 당신 자신 역시 이와 같은 영원한 천체의 일원임을. 그러면 이 지상에서 당신과 함께 살다가 언젠가 당신과 함께 죽어 갈 저 무한한 피조물들에 대한 연민이 당신 자신을 위로할 것이다. (p.131)

 

그녀와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도 못했는데, 정말 그녀가 세상을 떠나 버렸다면, 그런 나를 나 스스로 용서할 수 있을까. 저 세상까지라도 그녀를 쫓아가, 그녀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 나를 용서해 준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삶을 유희처럼 여기는 것일까.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것, 한번 잃어버린 시간은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임을 생각하지 ㅇ낳고, 왜 이렇게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것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일까. (p.134)

 

아가씨께서 오늘 한결 상태가 좋아져서 삼십 분 뒤에 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먼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팔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해야 비로소 되돌아갈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허둥지둥 파도를 가르며 허우적대면서도 멀리 있는 해안은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신의 상태를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면 팔로 해변에 있는 아무 바위나 움켜잡는다. 부인의 말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이 바로 그랬다.

새로운 현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괴롭혔던 것은 한낱 기우였던 것이다. 이런 순간은 인생에서 흔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죽어 간다. 방금 낳은 아이를 품에 안아보는 어머니,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온 외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 온 국민의 갈채를 받는 시인, 손을 내밀었을 때 뜨겁게 맞잡아 주는 연인을 가진 청년, 이런 사람들만이 꿈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p.140-141)

 

삼십분이 지났다.

"참 이상한 만남이네요."

"이상한 만남도 있고, 이상한 헤어짐도 있지요."라고 말하면서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다시 함께 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인간 자신의 탓이랍니다."

"그래요, 그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먼저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건강은 좀 어떤가요? 나하고 이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은 건가요?"

"친구여, 당신도 알다시피, 난 늘 아프답니다. 내가 상태가 좀 나아졌다고 말하는 건 단지 연로하신 의사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예요. (...)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내 심장의 고동이 멎어 버렸거든요. 저 역시 이제 다시는 심장이 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요.

(...)

그런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갔었어요? 말 좀 해 보세요. 어째서 그렇게 그동안 소식 한번 없었던 거지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떠난 데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셨지만, 난 결국 그분의 말슴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해 버렸답니다.

그러자 그분은 정말 더더욱 믿기 어려운 이유를 털어놓았어요. 그게 무였는지 아시겠어요?"

"그분 말씀이 믿기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분 말ㅆ흠이 진실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입니다.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분이 당신이 떠난 마지막 이유를 말해 주었을 때 나는 당신들 두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나는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병자예요. 이 세상에서의 내 삶이란 것은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과정에 불과해요. 그런 내게 하늘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의사 선생님의 표현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몇 명 보내 주셨다면, 그게 어째서 나나 그 사람들의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 되는 거지요? 의사 선생님이 그런 고백을 하셨을 때 나는 마침 내가 좋아하는 노 시인 워즈워스 (윌리엄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 1770년 4월 7일 ~ 1850년 4월 23일, 영국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어요. '의사 선생님,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어휘력이 부족하지요. 그러니까 한마디 한마디에 많은 생각을 담지 않을 수 없어요. 혹시 우리를 전혀 모르는 이웃 사람들이 그 젊은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또 제가 그를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은 분명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같은 것을 연상할 거예요. 만약 우리의 사랑이 그런 것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는 선생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겠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예요. 선생님, 선생님도 저를 사랑하시고, 저도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요. 하지만 그런 고백을 한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불행했던 적도 없었어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말씀을 드려야겠어요. 선생님은 제게 불행한 사랑을 느끼고 계셔서 그 젊은 친구를 질투하고 계신 것 같아요. 선생님은 매일 아침 꼬박꼬박 왕진 오셔서 제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을 알면서도 몸이 어떠냐고 물으셨지요? 선생님 댁 정원에 핀 가장 예쁜 꽃도 가져오셨지요? 저한테 사진도 달라고 하셨고요.

(...)

선생님의 눈길이 제 얼굴에 햇살처럼 어른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마침내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지요. 선생님은 얼굴에 두 손을 묻고 큰 소리로 흐느껴 울면서 '마리아, 마리아!'라고 외치셨지요. 선생님, 우리의 그 젊은 친구는 제게 그런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그 사람을 멀리 떠나게 하셨어요.'

(..)

그러고 나서 나는 그분께 워즈워스의 <고원의 소녀>를 읽어 드렸어요....이 시를 들을 때마다 기운이 나거든요. 이 시를 읽으면 고요하고도 무한한 저녁노을이 눈 덮인 산의 순결한 가슴을 향해 사랑과 축복의 손길을 내미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요."

그녀의 말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내 영혼에 울려오는 동안, 내 갓흠 역시 고요하고 엄숙해졌다. 폭풍은 지나갔고, 그녀의 모습이 내 사랑의 잔잔한 물결 위에서 은빛 달그림자처럼 출렁거렸다. 사랑의 바다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관통해 흐른다. 사람들은 각자 그것을 자신의 바다라 부르나 그것은 온 인류에게 생명을 주는 맥박과도 같은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대자연처럼, 점점 더 조용히 어두워지는 그 자연처럼 침묵을 지키고 싶었다.

 

워즈워스 - 고원의 소녀

 

사랑스러운 고원의 소녀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너의 아름다움은

너에게 주어진 이 지상의 하삼푸이구나!

일곱의 갑절인 세월이 너의 머리 위에

베풀 수 있는 최대의 풍요를 베풀었구나.

여기 이 회색 바위들과 저기 저 포근한 잔디,

방금 베일을 반쯤 벗은 듯한 저 나무들,

잔잔한 호수 옆에서

졸졸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이 폭포,

 

이 조그만 평원,

네 보금자리를 깜싸 주는 고요한 산길,

진실로 너희들은 아름다운 꿈이 어울려 엮어 낸 듯하구나.

세속의 번뇌가 잠이 들어야

비로소 은신처에서 얼굴을 내미는 형상들이여!

그러나, 오, 아름다운 소녀야,

평범한 하루하루의 햇살 속에서도

이렇듯 성스럽게 빛나는 너,

비록 환영에 지나 않을지라도

내 너를 축복하리,

인간의 가슴으로 너를 축복하리,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신이 너를 보호해 주기를!

내 너를 모르고, 너의 동료조차 너를 모르지만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네.

 

내 너를 멀리 떠날 때,

뜨거운 마음으로 너를 위해 기도하리라.

이것보다 더 순박한 표정과 얼굴을

내 일찍이 본 적이 있었던가.

이처럼 인정과 친근함을 주는, 

완전한 순진무구함 속에 성숙한 얼굴을.

여기,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무심히 뿌려진 씨앗처럼 던져진 너,

그런 네게 새침떼기의 부끄러운 표정이나

처녀의 가식적 수줍음이 무슨 필요가 있으랴.

네 이마에는 산사람의 자유로움이

투명하게 드리워져 있네.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

인간의 온정에서 우러나는 포근한 미소,

인사할 때 너무도 자연스레 드러나는

너의 그 완전한 품위.

너에게 거칠 것이 없구나.

다만 네 안에서 격렬하게 떠오르는 상념들을 

네 빈약한 어휘들이 따라잡지 못할 것일 뿐

달콤하게 견디어 온 속박,

네 태도에 우아함과 생기를 불어넣는 매혹적인 투쟁,

너는 태풍을 마다 않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처럼

내게 벅찬 감동을 안겨 주었네.

 

그 어떤 손이 이토록 아름답고 순수한 너를 위해

꽃다발 엮는 일을 마다하랴!

오, 이 얼마나 크나큰 기쁨인가!

이곳, 히스 관목 무성한 골짜기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나와 함께 지내는 일은!

너처럼 살고, 너처럼 느끼는 일은!

그럼 나는 양치기, 너는 양치기 소녀!

 

그러나 이 엄숙한 현실보다 더한 한 가지 소망을

너를 위해 꼭 이루고 싶구나.

지금 내겐 넌 거친 바다의 한 줄기 파도,

할 수만 있다면 네게 원하는 게 하나 있다.

이건 기껏해야 평범한 이웃의 소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네 목소리를 듣고, 너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그 얼마나 큰 기쁨일까.너의 오빠라도 좋고, 너의 아버지라도 좋네, 아니,너를 위해 이 세상의 그 무엇이 되어도 좋네.이제 나는 신에게 감사드리네! 이 외딴 계곡으로나를 이끌어 준 그 은총을.큰 기쁨을 맛보고 나 이제 이곳을 떠나네.풍요로운 보상을 안고서,이런 곳에서 우리는 추억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추억은 영원히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그러니 내가 이별을 아쉬워할 필요가 있겠는가.나는 이곳이 그녀를 위해 마련된 곳임을 느낀다.삶이 지속되는 한 이 장소는 그녀에게지난날과 똑같이 새로운 기쁨을 주리라는 것을.아름다운 고원의 소녀야,그리하여 나 기꺼이 흐뭇한 마음으로 너를 떠나리.내 백발에 이르도록 지금 내 눈앞의 전경을 똑같이 아름답게 볼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저 호수와 계곡과 폭포, 작은 오두막,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정신인 네 모습까지도! 

                                                                                                              p.141-152)

(참고)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스 (유종호 옮김, 민음사)

윌리엄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 1770년 4월 7일 ~ 1850년 4월 23일,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무지개

 

저 하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어른인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하루하루가
자연의 숭고함 속에 있기를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윌리엄 워즈워스 - 초원의 빛

 

한때는 그리도 찬란한 빛이었건만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강한 힘으로 살아남으리
존재의 영원함을
티 없는 가슴으로 믿으리

 

삶의 고통을 사색으로 어루만지고
죽음마저 꿰뚫는
명철한 믿음이라는 세월의 선물로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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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이 위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역시 다른 평범한 존재들처럼 천천히 생각을 키워 나가면서 무한을 향한 새로운 전망이 열릴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기 때문이니까요. (p.157)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사랑스런 그녀는 여름밤의 어슴푸레한 달빛 속에서 성스럽게 변해 가고 있었다. 다만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그녀의 손만이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얼굴 위로 한 줄기 밝은 빛이 비쳤다. 그녀도 그 빛을 느낀 듯, 눈을 반짝 드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베일처럼 반쯤 감긴 눈꺼풀 속에서 그녀의 신비로운 눈이 섬광처럼 반짝거렸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을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언덕 사이에서 보름달이 떠올라 호수와 온 마응을 따뜻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 일찍이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 이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내 영혼이 이토록 복된 평안을 느껴 본 적도 없었다

"마리아, 이 성스러운 순간에, 있는 그대로의 내 사랑을 고백하게 해 주십시오. 초월적인 어떤 힘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실감하는 지금, 우리 두 사람이 두 번 다시는 헤어지지 않도록 영혼의 약속을 맺게 해 주십시오. 마리아, 사랑이 그 어떤 것이건 간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난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아 당신이 나의 것이라는 것을요. 왜냐하면 나 또한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p.16-165)

 

"오늘은 이만 됐어요. 당신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그건 물론 내 탓이지만요. 창문을 좀 닫아 주세요. 낯선 사람의 손길이라도 닿은 듯이 온몸에 소름이 끼치네요. 내 옆에 있어 주세요. 아니, 아니에요. 당신은 가셔야만 해요. 안녕! 안녕히 가세요. 신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도하세요. 내일 저녁에 만나요. 기다릴게요." (p.166)

 

나는 이곳 밤의 정적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내 머리는 모든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멍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를 상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대지는 관처럼 생각되었다. 어두운 하늘은 관을 덮는 천처럼 느껴졌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벌써 죽은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문득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은 여전히 반짝거리면서 조용히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별들은 오직 인간을 비춰 주고 위로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느닷없이 어두운 하늘로 올라가게 된 두 개의 별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감사의 기도가 내 가슴에서 새어 나왔다. 그것은 내 천사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 (p.167)

 

아침에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태양이 벌써 산마루 위로 떠올라 내 방 창문을 비추고 있었다. 이것이 어제의 그 태양과 같은 태양인가? 어제저녁 마치 먼 길 떠날 친구처럼 안타까운 누빛으로 우리 영혼의 결합을 축복해 주고는 희망이 사라지듯이 금세 산 뒤로 넘어간 그 태양이란 말인가. 지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에 뛰어들어 즐거운 축제의 인사를 전하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향해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어제의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맞는가? 몇 시간 전만 해도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침대 위로 쓰러졌던 사람이, 지금은 다시 에전처럼 삶에 대한 용기와 신과 자신에 대한 믿음에 넘쳐 마치 상쾌한 아침 공기처럼 영혼에 생기와 활력이 솟구치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수면ㄴ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밤마다 찾아오는 수면의 사자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모른다. 밤이 되면 잦자가 우리 눈을 감길 때, 그가 아침에 다시 우리의 눈을 뜨게 해 줄거라는 것을 과연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우리를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려주리라고 그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최초의 인간이 이 낯선 친구의 품에 안길 때는 용기와 믿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간 본성에는 뭔가 의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믿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억지로 믿으면서 자신을 거기에 맡겨 버린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눈을 감고 이 낯선 꿈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나약함과 피로감은 우리로 하여금 보다 높은 힘에 의지하게 하고, 만물의 아름다운 질서에 기꺼이 순종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깨어 있을 때건 잠을 잘 때건, 아주 짧은 ㅜㄴ간이나마 우리의 영원한 자아를 지상의 자아와 묶어 놓고 있ㅎ는 사슬을 풀어 놓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이 더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활기를 얻었다고 느낀다. (p.171-173)

 

너의 오빠라도 좋고, 너의 아버지라도 좋네, 아니.

너를 위해 이 세상의 그 무엇이 되어도 좋네.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난 그녀를 만나러 갔다. 정말로 그녀 옆으로 간 것이다. 육체는 필요 없다고, 정신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지 마라. 완전한 존재, 완전한 의식, 완전한 기쁨은 오직 정신과 육체가 하나일 때에만 가능하다. 정신이 육체가 되고, 육체가 정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육체가 없는 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유령에 불과하다. 또한 정신이 없는 육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그것은 단지 시체에 불과하다. 들판에 핀 꽃이라고 정신이 없을까. 그 꽃 역시 자신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유지시켜 주는 신의  뜻, 즉 창조주의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꽃의 정신이다. 단지 꽃의 정신은 말이 없고 인간의 정신은 말로 표현될 뿐이다. 진정한 삶은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며, 진정한 기쁨 역시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만남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하는 것이다. (p.182-183)

 

세상이 말하는 체면이나 예절, 그리고 편견 같은 것들은 담쟁이덩굴과 같답니다. 녹색 담쟁이덩굴이 줄기와 뿌리를 무수히 뻗어 견고한 성벽을 장식하는 것은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우리 몸을 완전히 뒤덮을 만큼 무성해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이 우리 몸의 온갖 틈새로 파고들어 우리 마음을 파괴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p.193)

 

마리아,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선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이끌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 가슴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십시오. 당신은 나의 것이라고 말입니다. 당신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잇는 감정을 부인하지 마십시오. 신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주셨지만 신은 또 당신과 함께 고통을 나누도록 나를 보내셨습니다. 당신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어야 합니다. 우린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무거운 돛을 단 배가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마침내 안전한 항구로 들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p.195-197)

 

오늘처럼 조용한 여름날, 푸른 숲 속 자연의 품에 혼자 들어와 있을 때에는 저 바깥세상에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잊어버린다. 마치 이 세상에 오직 나 홀로 남아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추억의 무덤가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까맣게 잊었던 생각들이 떠오르고, 강렬한 사랑의 불길이 가슴속에 되살아난다. 그리고 난 아직도 그 깊고 신비로운 눈길로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존재,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 수백만 명의 타인들을 향하던 사랑이 단 한 사람, 오직 나의 수호천사를 향한 사랑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하여 나의 상념은 유한하면서도 영원한 사랑의 이 신비로운 수수께끼 앞에서 입을 다물고 마는 것이다. (p.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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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년 12월 6일 – 1900년 10월 28일)

 《겨울 나그네》로 유명한 독일의 낭만파 서정 시인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다. 처음에는 시인이나 음악가가 되고자 했으나 1843년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베를린에서 셸링 아래에서 일을 하며 인도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라틴 어와 그리스 어, 산스크리트 어를 익혔다. 1846년에 산스크리트 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옥스퍼드로 거처를 옮겼다가 아예 영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어 평생을 성실한 학자로 살면서 비교언어학과 비교종교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확립하였다. 막스 뮐러는 전 생애 동안 오직 한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그 작품이 바로 1866년에 발표한 《독일인의 사랑》이다.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소설로, 몇 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랑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고전으로 남아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물망초 같은 낭만적 사랑 이야기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이외에도 《고대 산스크리트 문학가》 《신비주의학》 《종교의 기원과 생성》등의 저서를 남겼다. 역자 : 배명자 역자 배명자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8년간 편집자로 근무하였다. 그러던 중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 학교를 졸업하였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거주하며 2008년부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팀장의 역할》 《위키리크스》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소금의 덫》 《슈퍼차일드》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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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인인의 사랑 - 막스 뮐러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120)

독인인의 사랑 - 막스 뮐러 (서장원 옮김, 고려대출판부)

독인인의 사랑 - 막스 뮐러 (홍경호 옮김, 범우 사루비아총서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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