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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손명희, 최희영 옮김, 주변인의길)

by handaikhan 2023. 2. 4.

톨스토이 작품선 1

톨스토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885년)

 

여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고 미하일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하던 일을 내려 놓았다. 그는 앞치마를 벗고 구두장이 세몬과 그의 아내에게 머리를 숙인 후 말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신께서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세몬도 자리에서 일어나 미하일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말씀해주세요, 미하일. 당신에게 왜 그런 빛이 나온 거지요? 왜 세 번 미소를 지었나요?"

미하일은 대답했다.

"내게서 빛이 난 건 신이 나를 벌하셨다가 용서하셨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세번 미소를 지은 건 내가 깨달아야 할 세 가지 신의 진실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당신의 아내가 내게 자비를 베풀어주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미소를 지었던 거죠. 두 번째 진실은 그 부자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깨달았어요. 그때 미소를 지었죠. 소녀들을 보고 세 번째 진실으르 깨달았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은 겁니다."

세몬은 다시 물었다.

"그럼 미하일, 신께서 왜 당신을 벌하신 겁니까? 그리고 신의 세 가지 진실은 무엇인가요?"

미하일은 대답했다.

"제가 신의 말씀을 거역했기 때문에 저를 벌하신 거죠. 저는천국의 천사였는데, 신의 말씀을 거역했습니다. 제가 천사였을 때 신은 저를 보내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명하셨어요. 전 땅으로 내려갔지요. 여인은 홀로 누워 있었습니다. 몸이 아파보였죠. 금방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낳았더군요. 작은 아기들은 어미 곁에 누워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아이들을 가슴께로 들어올릴 수도 없었죠. 그 어미는 저를 보았어요. 신께서 자기의 영혼을 데리러 절 보냈다는 걸 바로 알아챘습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어요.

'신의 천사여! 전 방금 남편을 묻었습니다. 숲에서 나무가 남편을 덮쳐서 그대로 깔려 죽었어요. 제겐 아이들을 돌봐줄 자매도, 이모도, 어미도 없습니다. 제 영혼을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고 두 발로 설 수 있게 하도록 해주세요. 아비도 어미도 없이 아이들의 힘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저는 여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리고 한 아이를 안아서 여인의 가슴께에 눕히고 다른 아이를 팔에 안겨줬죠. 그리고는 신께 돌아갔습니다. 신께 날아가서 말씀드렸어요.

'어미의 영혼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아비는 나무에 깔려 죽었고, 어미는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데려가지 말라고 애원했어요. 여인은 제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고 두 발로 설 수 있게 하도록 해달라고 말했어요. 아비, 어미 없이 아이들끼리는 살 수 없다고요. 전 여인의 영혼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신이 말씀하셨죠.

'가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너라. 그리고 사람 안에 있는 건 무엇인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건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 세 가지 교훈을 깨닫도록 하여라. 세 가지 교훈을 깨달은 후 천국으로 돌아올지어니.'

저는 다시 땅으로 내려가 여인의 영혼을 데려갔습니다. 아기들은 여인의 가슴에 안겨 있다. 떨어졌습니다. 여인의 죽음 몸은 침대 위를 굴러 한 아기 발을 깔고 뭉갰어요. 나는 마을 위로 날아올라 신께 여인의 영혼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나를 휩싸더니 날개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전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영혼은 혼자서 신께 날아올라갔고, 저는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미하일이 말했다.

"전 벌거벗은 채 벌판에 홀로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인간의 가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요. 추위와 배고픔이 뭔지도 몰랐죠. 하지만 난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배가 고팠고, 너무 추웠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그때 길 건너편에 있는, 신께 예배를 드리는 성당을 발견했어요. 쉴 곳을 구할 생각에 얼른 그곳으로 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죠. 저녁이 되었어요. 전 배가 고프고 추웠습니다. 온몸이 다 아팠어요. 그때 어떤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사람은 손에 장화 한 켤레를 들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죠. 사람이 되고 난 후 내가 본 첫 세상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전 당황해서 숨으려 했어요. 그때 그 사람은 겨울 동안 어떻게 추위를 견뎌야 하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먹을거리를 구해주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더군요. 그래서 전 생각했습니다.

'난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고 있는데, 이 남자는 자기와 아내가 입을 슈바를 어떻게 사나, 또 어떻게 먹고 사나 하는 생각뿐이군. 이 사람은 나를 도울 수가 없겠어.'

그 남자는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어요. 아까보다 더 끔찍해보였죠. 남자는 그냥 나를 지나쳐갔습니다. 전 절망에 빠지고 말았죠. 그때 갑자기 그 남자가 되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고개를 들었지만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아까 그 남자의 얼굴에는 죽음이 어려 있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생긱가 넘치고 있었거던요. 그의 얼굴에서 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는 내게 다가와 자기의 옷을 내게 걸쳐주고 자신의 집으로 날 데려갔어요.

그의 집에 왔을 때 한 여인이 나오더군요. 그녀는 잔소리르 해대기 시작했어요. 아까 그 남자보다 더 끔찍해보였어요. 죽음의 기운이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죠. 저는 그 죽음의 기운에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그녀는 날 추운 바깥으로 쫓아내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전 만일 그녀가 그렇게 했다면 죽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잇었죠. 그때 갑자기 남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신 이야기를 했어요. 여인은 갑자기 달라지더군요. 먹을 걸 준비해서 날 친절하게 맞아주었어요. 그녀의 얼굴에서 죽음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도 생기가 넘쳤어요. 그녀에게서 난 신을 보았죠.

그때 신이 말씀하신 첫 번째 교훈이 생각났어요. '사람 안에 있는 건 무엇인가'라는 것 말이지요.

전 사람 안에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신께서 내린 언약이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기뻤기 때문에, 그때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죠. 하지만 전부를 다 깨달을 준비는 안 되어 있었어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건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는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전 당신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1년쯤 살았을 때 한 남자가 장화를 주문하러 왔지요. 찢어지지도, 닳지도 않고 1년을 견딜 수 잇을 만큼 튼튼한 걸로 만들어달라고 했죠. 난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등 뒤에서 내 동료 천사의 모습을 보았어요. 죽음의 천사였죠. 나 말고 누구도 그 천사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난 그를 알았어요. 태양이 지기 전 죽음의 천사가 그의 영혼을 데려가리라는 것도 알았죠. 전 혼자 생각했어요. '이 남자는 장래의 1년을 생각하고 있군. 오늘 저녁이 되기 전 자신이 죽으리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야.'

그때 갑자기 신의 두 번째 교훈이 떠올랐어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건 무엇인가.'

전 사람 안에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지요. 그리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건 바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었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미소 지은 겁니다. 동료 천사를 만났고 신께서 제게 두 번째 진실을 알려주셔서 전 매우 기뻤습니다.

하지만 전부를 깨달은 것은 아니었어요. 여전히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계속 여기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신께서 제게 세 번째 진실을 알려주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섯 번째 해에 어린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저 여인과 함께 찾아왔어요. 전 아이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애들이 어떻게 버려졌는지 생각났어요. 그 애들을 기억해낸 다음에 전 생각했어요.

'그 어미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내게 빌었지. 어미와 아비 없이 아이들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또 다른 낯선 여인이 아이들에게 젖을 먹여 키웠어.'

그 여인이 친자식도 아닌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그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을 때 전 그녀에게서 살아 있는 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깨닫게 되었죠. 신께서 제게 마지막 진실을 보여주신 겁니다. 그리고 절 용서해주셨죠. 그래서 제가 세 번째로 미소를 지은 겁니다."

미하일에게 천사의 형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옷에서 나오는 광채가 눈이 부셔 똑바로 그를 바라볼 수 없었다. 천사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천국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사람은 스스로를 돌보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미는 자신의 아이들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쬬. 그 귀족도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매일 시는 장화인지, 아니면 관 속에서 신을 덧신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사람이 되었을 때 난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 때문이 아니라 낯선 이와 그 아내의 마음속에 들어 있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가엾게 여기고 사랑해주었기 때문이죠. 고아들도 살아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고민했기 때문이 아니라, 낯선 여인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또한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고 사랑해주었기 때문이었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 앞으로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죠.

전 신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주셨고 인간이 살아가기를 바라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것을 알지요. 신은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신은 인간들 모두가 힘을 합쳐 살기를 바라셨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셨습니다.

겉으로 볼 때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전 깨달았습니다. 사랑 안에서 사는 자는 신 안에서 사는 자요, 그 안에 신이 있으니, 신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게 천사는 신을 노래하였다. 미하일의 어깨에서 날개가 솟더니 공중으로 떠올라 하늘로 날아갔다. (p.5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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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년 9월 9일 ~ 1910년 11월 20일)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러시아 문학과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이다. 톨스토이의 주요 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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